[조용호의 문학공간] 하루키 신작 "당신처럼 못생긴 여자는 처음이군요"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 2026-02-20 15:47:50
병상에서 일어나 최종 탈고한 '카호' 시리즈 갈무리
도구적·평면적 캐릭터에서 벗어난 첫 여성 주인공
'뉴요커' 게재 연작 첫 단편 '카호'로 엿본 신작 속살
"소설쓰기는 나 자신을 탐험하는 일, 계속할 터"
'평생 온갖 종류의 여자를 만나봤지만, 당신처럼 못생긴 여자는 처음 본다고 말해야겠군요. …당신이 가장 못생겼다고 말하는 건 좀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내가 본 여성 중 가장 특징 없이 평범하다는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신초' 발표작을 바탕으로 '뉴요커'에 영문으로 번역 게재한 첫 단편에서 카호는 남자의 무참한 말에 충격을 받기보다는 그저 불안하고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카호는 부모로부터 항상 깊은 애정을 받으며 성장했고 외모에 무관심했다. 카호가 "당신은 병든 사람"이라고 단호하게 말하자, BMW 대형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니는 남자 '사하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것 같군요. 당신 말이 맞을 겁니다. 난 병든 걸지도 몰라요. 나 자신을 변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병든 사람의 눈에는 세상이 훨씬 더 병들어 보이죠. 안 그렇습니까? 보세요—요즘 사람들은 외모지상주의를 격렬하게 공격합니다. 대부분은 미인 대회를 큰 소리로 비난하죠. 공공장소에서 '못생긴 여자'라는 말을 내뱉으면 몰매를 맞을 겁니다. 하지만 TV를 보세요. 잡지를 보세요. 온통 화장품, 성형수술, 스파 트리트먼트 광고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떻게 보든 그건 우스꽝스럽고 의미 없는 이중잣대일 뿐입니다. 일종의 익살극이죠."
어둠 속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거대한 거미처럼 그가 아주 오랫동안 자신 앞에 나타나기를 기다려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카호는 생각한다. 그녀는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 떠오르는 듯한 꿈을 꾼 후 곧장 책상 앞으로 가서 이야기를 썼다. 그 이야기는 자신의 얼굴을 찾아 떠나는 소녀에 관한 것이었다. 어느 시점에 소녀는 얼굴을 잃어버렸다. 그녀가 잠든 사이에 누군가 그것을 훔쳐갔다.
사방을 걸어 다니며 수많은 얼굴을 살피는 동안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는 결코 자신의 얼굴을 찾지 못했다. 그녀가 본 것은 항상 다른 사람들의 얼굴뿐이었다. 북쪽 땅의 어느 곶 끝에 앉아 완전한 절망 속에 울고 있을 때, 모피 코트를 입은 키 큰 젊은 남자가 나타나 그녀 옆에 앉았다. 그의 긴 머리카락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부드럽게 물결쳤다. 젊은 남자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당신처럼 사랑스러운 얼굴을 가진 여자는 처음 봅니다.'
그 무렵, 그녀가 붙였던 얼굴은 그녀의 진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온갖 경험, 온갖 감정과 생각들이 하나로 뭉쳐져 그녀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그녀의 얼굴이었고, 오직 그녀만의 얼굴이었다. 그녀와 젊은 남자는 결혼했고, 그 북쪽 땅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이 책은 아이들, 특히 10대 초반 소녀들의 마음에 불꽃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어린 독자들은 자신의 얼굴을 찾아 넓은 세상으로 떠난 소녀의 모험과 시련에 열광했다. 글은 간결했고 카호의 그림은 상징적인 흑백 선화였다. 흥분한 편집자가 이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자, 카호가 답한다. '아주 어둡고, 깊은 곳에서요."
하루키는 산문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의식의 하부에 스스로 내려간다는 것이며 마음속 어두운 밑바닥으로 하강한다는 것"이라면서 "큼직한 이야기를 하려고 할수록 작가는 좀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야기라는 것은 인간 영혼의 밑바닥에 있어야 하는 것이고,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을 근간에서부터 서로 이어준다"면서 "나는 소설을 쓰면서 일상적으로 그 장소에 내려간다"고 썼다.
데이비드 윌스는 이 단편을 바탕으로 하루키의 신작 장편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특징을 분석했다. 이상한 이름을 가진 남자(사막 이름 같은 '사하라'), 기묘하고 불길한 대화들, 기이하고 기억에 남는 이미지들, 주인공의 선택이 예상을 뒤엎는 전개, 이야기 속 기괴한 꿈, 궁극적으로 '정체성'에 관한 테마 등이 그것이다. 그는 "단편 '카호'는 그녀의 외모에 대한 잔인한 비난들을 담고 있지만, 결국 여성이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 비난들을 원동력 삼아 성공과 자존감을 찾아가는 긍정적인 결말을 맺는다"면서 "하루키가 이 아이디어를 장편 전체에서 어떻게 밀고 나갈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루키는 올가을 크노프(Knopf) 출판사에서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룬 짧고 강렬한 작품 '고양이를 버리다(Abandoning a Cat)'도 출간할 예정이다. 매일 달리기로 체력을 유지하던 하루키도 늙음은 버거웠던 모양이다. 병상에서 돌아온 그의 다짐.
"앞으로 소설을 몇 권이나 더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소설을 쓰는 것은 너무나 멋진 일이고, 마치 나 자신을 탐험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나이가 들어도 탐험할 공간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NYT, 2026.2.8)
K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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