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은 李대통령…2030세대 떠나는데 대책은 마땅찮아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6-08-04 16:46:07
부동산·주식서 젊은층 타격 입어…반여정서 확대
개정 형소법 국무회의 통과…"지지율 변수" 관측
李 귀국 직후 부동산·증시 회의…해법은 안 나와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야당 압박에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이 법률안이 위헌이라거나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의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개정안에 대해 "모든 권력 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또 "사법체계 정상화의 단초"라며 오히려 시행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없앤 개정안은 경찰의 수사독점으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범죄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 특히 젊은 여성들이 희생자가 될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만큼 피해가 현실화하면 여성층 반감이 번지고 이 대통령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지율이 떨어져 국정 운영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의 '예외적 존치' 입장을 수차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여당에서 논란이 격화하자 "국회 판단에 맡기겠다"고 한발짝 물러섰다. 결국 민주당은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정해 관철했다. 김용민 의원 등 강경파가 주도했다. 강성 당원 요구에 영합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 대통령이 최종 결정권자라는 점에서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범죄대란의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김용민 의원의 SNS에 "지옥에나 가세요"라는 저주의 댓글을 올린 건 개정안에 대한 여성들의 반발을 대변하는 사례다. 이 사건은 경찰이 무시한 성범죄 증거를 검찰이 보완 수사해 찾아낸 대표적 케이스다. '정윤기 사건'도 마찬가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보완수사권 폐지는 젊은 여성들에겐 큰 이슈여서 이 대통령 지지율에 굉장히 심각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차별 폭행 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 주거비 이상의 돈을 들여 안전한 장소에 거처를 마련하려는 이들로선 직접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고 변호사 선임 등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어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내리막을 타고 있다. 통상 호재로 꼽히는 정상 외교용 해외 순방도 소용이 없다. 무려 11일 간 미국·남미 방문 이벤트가 있었으나 지지율은 되레 떨어졌다. 엠브레인퍼블릭 등의 지난주 NBS(전국지표조사) 등 일부 여론조사에서 취임 후 최저치를 찍었다. 2030세대에서 지지율이 바닥인 건 심각한 일이다. 부동산·주식시장 등에서 젊은층 불만과 원성이 거센 탓이다. 하지만 대책이 마땅치 않아 이 대통령 고민이 깊어 보인다.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유권자 2508명 대상 실시)에 따르면 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지지율)는 지난주보다 0.4%포인트(p) 떨어진 45.9%였다. 3주 연속 하락해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정 평가는 1.0%p 올라 50.5%였다.
증시 폭락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파장에 따른 경제적 불안정성, 부동산 세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입법 강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리얼미터 분석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30.4%), 30대(31.9%)에서 지지율이 가장 낮다. 보수 성향이 강한 70대 이상(49.0%), 60대(54.5%)보다 처진다. 40대(50.0%), 50대(54.5%)에선 절반 이상이다.
리서치뷰가 같은 날 공개한 여론조사(지난달 29~31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이 44.6%였다. 직전인 지난달 조사 대비 1.7%p 상승했다. 부정 평가는 0.7%p 하락해 53.0%였다.
20대에선 지지율이 22.1%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75.0%로 압도적이었다. 30대에선 각각 36.9%, 60.7%였다. 2030세대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더 낮고 부정 평가는 더 높았다. 부정 평가보다 지지율이 앞선 40대(52.1%, 47.4%), 50대(53.6%, 43.2%), 60대(50.7%, 47.6%)와 비교된다. 70대 이상(46.5%, 49.2%)에선 긍·부정 평가의 격차가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p) 내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은 43.7%, 국민의힘은 30.6%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37.0%에서 6.7%p 뛰었다. 여당 상승폭이 이 대통령에 비해 훨씬 크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민주당 지지율이 6% 넘게 오른 건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층 관심이 집중돼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하는 경향이 작용한 결과"라며 "'전당대회 효과'인데, 여당과 달리 이 대통령에겐 지지율 하락을 차단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대체로 지지율이 함께 움직였던 여당과 이 대통령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조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안 대표는 "전대가 끝나고 이달 말부터 ARS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주식문제로 타격을 받은 젊은층 이탈 확대를 원인으로 들었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빚투'한 개미들이 큰 손실을 입었는데 상당수가 젊은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집값이 뛰면서 청년들이 원룸 등 매물 부족과 전월세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고물가 등으로 민생고가 가중되는데 개선된 지표가 없어 청년들의 좌절과 상실감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여건이다. 정부의 무대책이 이들의 반여정서를 부채질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전날 귀국 직후 청와대에서 7시간 30분간 부동산 정책과 주식시장 등 국내 현안을 점검하는 비공개 회의를 주재한 건 위기감을 반영한 행보로 비친다. 그러나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해법 마련이 까다롭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의에서는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놓고 부동산에 민감한 수도권 민심 향배도 논의됐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세금 폭탄"이라며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최악의 증세"라며 "대선후보 이재명'의 약속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달려가고 있다"고 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이 이 대통령에게 예상치 못한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은 레버리지 ETF 출시를 서두른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김 실장 책임론이 거론된다.
리서치뷰와 리얼미터 조사는 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각각 3.6%, 3.8%다. 리얼미터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