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이 울음마저 사라질까…밀양시, 분만의료체계 근본대책 내놔야
손임규 기자
kyu3009@kpinews.kr | 2026-08-09 12:01:37
수탁운영 '공공산후조리원' 함께 진료공백 불가피
경남 밀양의 유일한 분만의료기관인 제일병원이 경영난으로 결국 오는 31일 문을 닫는다. 제일병원의 갑작스런 폐업 소식은 지역 산후조리 의료체계 붕괴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십년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아이를 낳을 병원이 없어지는 현실은 우리 의료정책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제일병원은 2013년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 선정돼 시설과 운영비를 지원받으며 지역 분만 인프라를 유지해 왔다. 분만 건수는 △2022년 135명 △2023년 117명 △2024년 107명 △2025년 108명 △올해 6월까지 58명 등으로 지역 유일의 분만 지원사업을 수행해 왔다.
제일병원이 2023년부터 수탁 운영하고 있는 경남도 제1호 공공산후조리원 역시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됐고, 해마다 이용자가 늘어나는 등 지역 출산 환경의 핵심 시설로 자리잡았다. 공공산후조리원은 △2022년 77명 △2023년 148명 △2024년 185명 △2025년 177명 △올해 6월까지 81명이 이용했다.
제일병원은 1985년 개원 이후 밀양시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랑을 받아왔지만, 지난 2010년부터 적자 누적돼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의료진 고령화, 분만 의료의 높은 업무 강도는 정부 지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시설은 남았지만 운영할 사람이 없는 것이 지방의료의 현주소다.
이제 가장 큰 피해는 고스란히 임산부들에게 돌아간다. 출산을 앞둔 산모들은 창원·양산·부산까지 원정 진료에 나서야 한다. 응급 분만 상황이라면 이동 시간 자체가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다. 출산은 예정일에 맞춰 진행되지 않는다. 언제든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양시는 119 안심콜 등록과 응급이송 체계를 강화하고, 양산부산대학교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공산후조리원도 새로운 수탁기관을 찾아 운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당장의 공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응급처방일 뿐이다. 지역에서 아이를 낳을 병원이 없는 상황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분만 인프라가 무너지면 산후조리원도, 소아청소년 의료도, 결국은 지역의 정주 여건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방소멸을 막겠다고 외치면서 정작 출산 인프라가 사라지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분만 의료는 단순한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필수 공공의료다.
시민들은 제일병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까움과 함께 '지역 홀대'의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며 불안해 하고 있다. 밀양에서 태어날 아이들의 첫 울음소리가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밀양시와 경남도는 지속가능한 지역 분만 의료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할 때다.
KPI뉴스 / 손임규 기자 kyu3009@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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