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망간계 배터리 '무질서'를 성능으로 바꾸는 설계법 제시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 2026-09-28 10:01:13

산소 손실 조절, 용도 맞는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설계 가능 기대
전기차 배터리 수명 늘리는 열쇠, 뜻밖에도 '산소 방출'에 있었다
정밀한 소재 분석·계산 과학 융합, 20년 간 풀리지 않았던 문제 해결

포스텍 연구팀이 망간계 양극 소재의 수명 저하 원인을 밝혀내고 소재의 구조 변화를 오히려 배터리 성능 향상에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 포스텍 배터리공학과 홍지현 교수(왼쪽 사진부터), 포스텍 배터리공학과 임국현 박사, 포스텍 배터리공학과·신소재공학과 박규영 교수,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통합과정 이호준 씨. [포스텍 제공]

 

포스텍은 배터리공학과 홍지현 교수, 배터리공학과 임국현 박사, 배터리공학과·신소재공학과 박규영 교수, 신소재공학과 통합과정 이호준 씨 연구팀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주목받는 망간계 양극 소재의 수명 단축 원인을 밝혀내고 오히려 약점을 성능으로 바꾸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너지 & 환경과학' 앞 속표지 논문으로 게재됐으며 저널 내에서도 파급력을 인정받아 편집진이 선정한 게재 상위 10%로 평가받았다.

 

전기차 시장은 값싼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맞설 가성비 좋은 차세대 소재를 찾고 있다. 유력 후보가 바로 '리튬과잉층상구조소재(LMRO)'다.

 

값비싼 니켈과 코발트를 적게 쓰면서도 기존 니켈 기반 양극재보다 에너지를 약 20% 많이 담을 수 있어 '더 싸고 오래 달리는' 배터리를 만들 재료로 꼽힌다.

 

다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수록 용량이 줄고 작동 전압마저 떨어졌다.

 

연구팀은 배터리가 수백 번 충·방전하는 동안 양극 소재 내부를 들여다봤다. 이 소재는 원래 리튬과 금속 알갱이들이 서로 다른 층을 이루며 벽돌담처럼 가지런히 쌓여 있다.

 

그런데 충전을 거듭할수록 이 벽돌담을 단단히 붙잡아주던 '산소'가 조금씩 빠져나갔다. 기둥이 하나둘 빠지자 리튬과 금속 알갱이들이 서로 넘나들며 뒤섞이기 시작했고 결국 '무질서 암염 구조'로 바뀌었다.

 

연구팀은 '빠져나가는 산소의 양'이 소재가 얼마나 뒤섞일지를 결정하는 방아쇠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연구팀은 배터리를 얼마나 '깊이' 충전하느냐, 즉 얼마나 높은 전압까지 충전하느냐에 따라 산소가 빠져나가는 양을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더 깊이 충전할수록 산소가 더 많이 빠져나갔고 산소가 떠난 빈자리가 차곡차곡 쌓이며 소재의 구조를 바꿔놓았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산소가 빠져나가는 것은 언뜻 배터리가 고장 나는 신호처럼 보이지만 소재가 뒤섞이며 새로운 구조로 바뀌자 리튬이 드나들 수 있는 길목이 오히려 늘어나 쓸 수 있는 용량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산소가 빠지는 양을 정교하게 조절한 소재는 200번 넘도록 충·방전을 거친 뒤에도 처음 성능의 98.4%를 유지하며 놀라운 내구성을 보였다.

 

그동안 소재 구조가 흐트러지는 것은 무조건 피해야 할 노화 현상으로 여겼지만 이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설계 도구'로 보면 오히려 배터리 성능을 늘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홍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산업적으로도 배터리 구동 온도나 표면 환경을 조절하면 배터리 열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며 "산소 손실을 조절해 무질서화를 촉진하거나 억제함으로써 용도에 맞는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영 교수는 "정밀한 소재 분석과 계산 과학을 융합해 20년간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KPI뉴스 /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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