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비눗방울에서 찾은 '숨 쉬는 폐'의 해법…초박막 인공 폐 개발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 2026-08-18 10:06:50
연구 성과, "신약 개발과 폐 질환 연구 판도 바꿀 것 기대"
포스텍 연구팀이 실제 폐포의 움직임과 폐 세포의 반응을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는 '숨 쉬는 인공 폐'를 개발했다.
포스텍은 신소재공학과·IT융합공학과 정성준 교수, 시스템생명공학부 통합과정 김광명 씨, 신소재공학과 이윤지 박사 연구팀이 폐 속에 있는 공기주머니인 폐포 움직임을 재현하면서 폐 세포의 반응까지 관찰할 수 있는 초박막 인공 폐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에 게재됐다.
사람의 폐는 하루에도 수천 번 움직인다. 숨을 들이마시면 폐가 부풀고 내쉬면 다시 줄어든다. 폐 안쪽에 있는 작은 공기주머니인 폐포도 이 움직임을 반복한다. 폐포의 움직임은 단순히 공기를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폐 세포의 성장과 기능에 영향을 주고 염증이나 질병이 진행되는 과정에도 중요한 신호가 된다. 폐 질환 원인을 밝히고 치료제 효과를 확인하려면 실험실에서도 이런 움직임을 재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평평하고 움직이지 않는 바닥에서 세포를 키우기 때문에 기존 폐 세포 배양 기술로는 실제 폐의 움직임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칩 안에 폐의 구조와 움직임을 구현한 '폐-칩' 기술이 개발되었으나 부분 단단한 플라스틱 소재(PDMS)를 사용해 실제 폐 조직의 특성을 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말랑한 하이드로젤을 쓰기에는 얇게 만들었을 때 쉽게 찢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비눗방울'에서 답을 찾았다. 비눗방울은 액체가 스스로 얇은 막을 만들면서도 쉽게 터지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인다. 연구팀은 이를 하이드로젤에 적용했다.
원하는 모양의 틀을 하이드로젤 용액에 담갔다가 꺼내는 방식으로 틀 표면에 매우 얇은 막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초박막은 실제 폐 속의 폐포처럼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반복적인 움직임을 견딜 만큼 튼튼했다.
연구팀은 여기에 실제 사람이 숨 쉬는 원리도 적용했다. 사람이 숨을 들이마실 때 횡격막이 아래로 움직이면 폐 안의 압력이 낮아지고 바깥 공기가 들어온다.
연구팀은 초박막 아래에서 이와 같은 압력 변화를 반복적으로 만들어 내는 '호흡 구동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결과 초박막이 실제 폐처럼 늘었다가 줄어들었고 약 24만 번의 호흡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인공 폐 내부도 실제 폐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혈관세포층', '기저막층', '상피세포층'을 차례로 쌓아 폐포와 유사한 3층 구조를 구현했다.
이렇게 만든 인공 폐에서는 호흡에 따른 움직임이 세포에 전달됐고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반응까지 진짜 폐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특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실험에서는 호흡 운동에 따라 폐의 염증 반응과 바이러스 대응 반응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새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단순 세포 배양이나 동물실험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약물의 반응을 사람의 폐와 아주 유사한 환경에서 살펴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성준 교수는 "'숨 쉬는 인공 폐'는 호흡의 빠르기와 깊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정상적인 폐부터 여러 질병 상태까지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신약 개발과 폐 질환 연구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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