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핀, 美 사모대출 과열 속 유럽 주목…韓 기관투자자 접점 넓힌다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 2026-10-01 13:43:51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헤이핀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럽 사모대출 시장 전망과 한국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 최시진(가운데) 헤이핀 한국 대표 겸 파트너 솔루션 부문 디렉터가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한국 진출 기자간담회에서 리사 립스키(왼쪽) 고객 커버리지 공동총괄, 카를로스 플라 포트폴리오 운용 총괄과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헤이핀캐피탈매니지먼트 제공]

 

미국 사모대출 시장에 글로벌 자금이 집중되면서 대출 조건을 둘러싼 경쟁이 심해진 만큼, 유럽의 분절된 시장 구조와 보수적인 신용심사를 활용해 한국 기관투자자의 분산투자 수요를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출범한 헤이핀캐피탈매니지먼트는 사모대출과 유동성 크레딧, 사모주식 등을 운용하는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다. 크레딧은 기업대출이나 채권처럼 차주의 신용을 바탕으로 수익을 얻는 자산을 뜻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운용자산은 약 400억 유로이며 115명 이상의 투자 전문가를 두고 있다. 


美 사모대출 경쟁 심화…유럽은 '분절성'이 기회


카를로스 플라 헤이핀 포트폴리오 운용 총괄은 이날 고금리 장기화와 실물경제 불확실성을 사모대출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무역정책과 지정학적 위험도 단기간에 사라지기 어려운 만큼 어떤 기업에 돈을 빌려줄지를 선별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사모대출은 은행 대출이나 공모채권과 달리 운용사 등 투자자가 기업과 사적으로 계약을 맺고 자금을 빌려주는 투자다. 플라 총괄은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크레딧 셀렉션과 언더라이팅, 섹터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레딧 셀렉션은 투자할 차주를 고르는 과정이고 언더라이팅은 대출 전 차주의 상환 능력과 위험을 심사하는 절차다.


미국과 유럽 시장의 차이도 여기서 나타난다. 미국은 은행권의 기업대출 축소가 유럽보다 일찍 시작돼 사모대출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자금이 집중되면서 일부 시장에서는 스프레드(기준금리에 더해 받는 가산금리)가 낮아지고 차주에게 적용하는 대출 조건도 완화됐다. 


유럽은 은행 대출 축소가 상대적으로 점진적으로 진행됐고 국가별 법률과 금융시장도 나뉘어 있다. 이런 분절된 구조에서는 여러 국가에 현지 네트워크를 보유한 운용사가 직접 딜소싱(투자할 거래를 발굴하는 과정)할 여지가 크다는 게 플라 총괄의 판단이다.


한국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함께 가져갈 경우 분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차입기업의 산업 구성과 금리 사이클, 경쟁 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일부 사모대출 상품에서 나타난 환매 압박도 시장의 화두다. 분기마다 일정 한도 안에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반유동형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늘면서 일부 운용사가 대응에 나섰다. 다만 플라 총괄은 이를 곧바로 기초 대출자산의 부실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자산의 신용도와 펀드 자체의 유동성 구조를 나눠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주요 사모대출 전략은 만기 전 자유로운 환매가 제한되는 폐쇄형·자본호출형 펀드를 활용한다. 


"기업 성장보다 상환능력"…소프트웨어 비중 5% 수준


시장 성장보다 대출 심사를 우선한다는 점도 이날 거듭 강조됐다. 투자 전 차주의 현금흐름과 상환 능력을 분석하고 재무약정(차주가 일정 재무상태를 유지하도록 정한 계약조건)과 담보, 대출 조건을 기업 및 투자자와 직접 협상한다. 대출 실행 이후에도 전담 조직이 차주를 점검하고 문제가 예상되면 경영진과 협의해 구조조정이나 워크아웃에 참여한다. 


산업별 투자 비중에서도 미국 시장과 차이를 두고 있다. 플라 총괄에 따르면 미국 사모대출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자산 비중이 20~30% 수준인 데 비해 헤이핀 포트폴리오는 약 5%다.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대출 공급자 간 경쟁까지 심해지자 약 2년 전부터 관련 익스포저(특정 자산이나 산업에 노출된 투자 규모)를 낮췄다. 특정 성장산업을 좇기보다 헬스케어와 비즈니스 서비스, 비임의소비재 등 경기 변동에도 수요가 비교적 유지되는 산업을 우선한다는 전략이다.


플라 총괄은 유럽의 경우 미국보다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의 규모가 작고 지역별로 강점을 가진 중견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 산업의 성장성만 보는 대신 해당 기업이 위치한 국가와 산업 구조, 틈새시장에서의 지위까지 함께 살피는 방식이다.


삼성생명·조선업 연결고리…한국 기관과 접점 확대


한국 시장 확대의 연결고리는 삼성생명과 조선·해운 산업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경영진 인수 이후 무바달라, 악사 IM 프라임과 함께 전략적 소수주주로 참여했다. 이들 기관은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리사 립스키 헤이핀 고객 커버리지 공동총괄은 삼성생명과의 파트너십에 대해 한국의 대형 기관투자자가 주주로 참여했다는 점과 투자전략을 직접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삼성생명을 넘어 다른 국내 기관과도 관계를 넓혀 장기적으로 자금을 맡길 수 있는 운용사로 자리 잡겠다는 방향이다. 


보험사와 사모대출의 궁합도 강조했다. 선순위 담보부 대출은 기업이 부실해질 경우 다른 채권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도록 담보와 상환 순위를 확보한 대출이다. 장기 부채를 보유한 보험사는 자산을 장기간 운용할 수 있어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투자에 따라붙는 비유동성 프리미엄(자금을 장기간 묶는 대가로 얻는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산업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은 분야는 선박금융이다. 관련 투자를 본격화한 지 약 10년으로, 현재 15~20명 규모의 해운 전문 인력이 거래 발굴부터 투자 집행과 사후관리까지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플라 총괄은 구체적인 투자 기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을 매입하고 투자하는 데 지금까지 10억달러 이상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LNG선과 컨테이너선 등 선박 종류마다 수급 구조와 경기 민감도가 달라 개별 자산을 구분해 접근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회사 자료에서도 한국 조선사들과 장기간 관계를 구축해온 점을 한국 사업의 주요 접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 사모대출 시장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독립적인 시장으로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내에서는 은행이 기업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사모대출 운용사가 은행과 같은 차주를 놓고 경쟁하기보다 특정 산업의 전문성을 확보하거나 기존 은행이 다루기 어려운 거래를 찾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사무소도 이런 장기 전략의 거점이다. 여의도 Three IFC에 마련된 사무소는 최시진 한국 대표가 이끌며 국내 기관투자자 관리와 투자자 관계 업무를 맡는다. 다만 한국에서 투자상품을 직접 권유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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