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전세도 10억 시대…주거비 부담, 경기로 번지나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6-10-07 16:58:21
전세 매물 감소·입주 물량 부족에 수도권 수요 이동 우려
"공급 가뭄 심화, 상승세 1~2년 지속될 것"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86주 연속 오르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강북권에서도 전용면적 84㎡ 전세 보증금이 10억원을 넘는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전세 매물 감소와 입주 물량 부족이 맞물리면서 서울의 주거비 상승 압력이 경기 등 인접 지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 도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상훈 선임기자] |
7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6% 오르며 8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누적 상승률은 12.17%에 달한다.
특히 강북권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의 오름세가 거세다. 올해 성북구(13.73%), 노원구, 강북구, 도봉구, 성동구 등 5개 자치구의 누적 상승률이 10%를 돌파했다.
가격 부담이 적었던 외곽 지역에서도 국민평형(전용면적 84㎡) 전세 보증금이 10억 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15일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 84㎡ 전세는 지난 8월 11억 원에 신규 계약됐다. 인근 '래미안길음센터피스' 같은 평형도 지난 7월 10억3000만 원에 거래되며 10억 원을 넘겼다.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과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 전용 84㎡ 역시 올여름 10억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처럼 전셋값이 급등하는 배경에는 정책적 요인과 수급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우선 10·15 대책 등 강화된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자, 집을 사려던 매수 대기층이 전세 시장에 대거 잔류하게 됐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 강화와 다주택자 규제로 민간 임대차 공급 주체가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71건으로 1년 전 대비 약 14% 줄었다.
|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 추이.[한국부동산원] |
향후 2~3년간 신축 입주 물량 가뭄도 심화될 전망이다. 부동산R114 집계 기준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하반기 1만8994가구, 2027년 2만2428가구, 2028년 상반기 8246가구에 그친다. 이는 서울의 연간 적정 수요량인 4만 가구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전세 매물이 마르자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세입자도 늘었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갱신 비중은 57.6%로 4개월 연속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정부 정책이 실거주를 유도하면서 임대 공급 주체가 사라졌다"며 "수급 불균형으로 적어도 향후 1~2년은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서울의 주거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경기·인천 등 수도권 외곽으로 이주하면서 수도권 전반의 매매 및 임대차 가격을 자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전세 매물은 올해 초 약 1만7700여 건에서 최근 1만2000여 건으로 30% 이상 급감했다.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골든센트로' 전용 59㎡ 전셋값은 최근 6억7000만 원까지 뛰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안양시 동안구 '평촌어바인퍼스트' 전용 74㎡는 1년새 1억 원 이상 뛴 6억4000만 원에 거래되며 강세를 보였다.
나아가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 주요 지역 아파트 매수세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올해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화성 동탄(18.95%)이 수도권에서 가장 높았고 광명(15.53%)이 뒤를 잇고 있다.
용인 수지구(14.96%)와 안양 동안구(14.72%), 수원 영통구(14.68%) 등의 상승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서울의 전·월세 공급 가뭄이 심화되면서 세입자들이 경기·인천 등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는 구조"라며 "서울발 주거비 상승 압력이 경기·인천 매매·임대차 시장으로 전이되면서 서민층의 주거 선택지가 점점 더 좁아지고 주거 사다리가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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