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의 직썰] "지들이 수사를 알아?"…간판 올린 중수청에 묻는다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 2026-10-09 17:03:55
특권적 악습 버리지 못하면 '이름만 바꾼 검찰권력 확장'될 것
조폭식 기획·표적수사 탈피하고 수사 자율성·전문성 보장해야
"말이 뭐 필요해. 골방에 가두고 줘패면 되지."
1990년대 말 경찰 수사권 독립 이슈가 불거졌을 때다. 30대 검사 둘이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경찰대 출신들을 두고 주고받는 얘기들은 험악했다. "지들이 수사를 알아?" 그들의 말투엔 무시와 비웃음이 깔려 있었다.
그들은 검사치곤 꽤 소탈한 사람들이었다. 평소 검찰 특유의 거만함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는, 마음씨 좋은 형 같은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마저 검찰 권한을 건드리는 주장에 대해선 법조인답지 않은, 거친 반응을 쏟아냈다. 그들도 어쩔 수 없는 검사였던 거다.
오랜 세월 뿌리내린 검찰의 선민의식과 자부심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검찰이 대한민국 최고의 수사 전문집단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윤석열, 한동훈으로 대표되는 특수부 중심 엘리트 정치검사들의 일탈과 폭주, 권력 남용과 사유화였다.
그들의 표적수사, 먼지털이 수사는 흉기 대신 공권력을 쥔 조폭을 연상케 했다. 거기에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는 공익의 대표자'(검사 선서)는 없었다. 그들이 보여준 선민의식과 권력 갑질은 법치주의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검찰개혁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만든 건 검찰 자신이었다.
공권력을 조폭처럼 휘두르던 그들로 인해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문을 닫고,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과 수사를 전담하는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했다. 검찰개혁의 틀이 갖춰진 건데, 그렇다고 수십 년 굳어진 조직의 체질까지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진짜 개혁의 성패는 권한 분리라는 외형을 넘어, 과거 그 소탈했던 검사들마저 사로잡았던 뿌리깊은 특권의식과 비뚤어진 수사관행이라는 '내면'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윤석열류 검사들의 조폭식 문화가 검찰개혁으로 출범한 중수청에 고스란히 이식될 가능성이다. 과거 검찰 조직에서 이런 문화와 관행을 주도했던 이들이 중수청의 핵심 보직을 차지하고 과거 했던 방식 그대로 조직을 운영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라 '검찰 권력의 이름만 바꾼 세력 확장'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걱정거리가 이것만은 아니다. 법조계 현장에서는 검찰 해체와 보완수사권 제약으로 인한 수사의 공백, 부실, 지연을 걱정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검찰 개혁을 외치던 법조인들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심각하게 걱정하는 대목이다.
수사권, 기소권 분리는 개혁의 시작일 뿐이다. 새로운 수사 기구인 중수청은 과거 특수부 중심의 정치적 수사 문화와 선민의식에서 완전히 탈피해야 한다. 특정 인맥이나 사조직 중심이 아니라 수사관 개개인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존중받는 합리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든다 한들, 그 속을 채우는 운영 원리가 과거 특권적 악습에 젖어 있다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새로 탄생한 중수청이 과거 소수 정치검사들이 누리던 권력 갑질의 복사판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철저한 인적 쇄신과 문화적 대수술이 병행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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