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강남 '우병우 빌딩' 소유권 선고 하루 전 연기 왜?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6-08-20 16:59:07
서울지법 "검토할 사항 많아 판사 직권으로 연기"
피고들 무답변 종결, 보존·이전등기 법률 검토 중
급매 나섰던 제이알투자운용, 선고 연기 큰 '변수'
강남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 관련 선고를 하루 앞두고 재판부가 돌연 기일을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 검토를 하겠다는 것이다.
피고들이 여전히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검토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탓에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 건물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박근혜 정부)의 가족 회사 정강이 50억 원을 투자해 한때 '우병우 빌딩'으로 불리기도 했다.
현재 시행사이자 원소유주인 시선알디아이는 소유권을 순차적으로 가져간 한국증권금융, 하나은행, 우리은행과 소유권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20일 시선 측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8민사부는 이날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 및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 대한 선고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전날(8월 19일) 선고 기일 연기를 통보해왔다.
법원 측은 "재판장이 더 검토할 것이 있어 직권으로 선고기일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연기된 선고 기일은 다음 달 10일이다. 약 3주 정도 미뤄진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공판 일정과 선고 기일이 연기되거나 변경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하루 전날 갑자기 일정이 바뀌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통상 선고 전날은 어느 정도 판결문이 정리된 상태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정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최소 며칠 전에 통보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소송은 그 외에도 이상한 점이 많다. 원고의 주장만 있고 피고의 답변과 반박은 전혀 없다.
그동안 세 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 한국증권금융, 하나은행, 우리은행 측은 단 한번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물론 변호인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은 재판부에 어떠한 문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이들이 건물 소유권을 가져갈 때 등록된 '이전등기'가 위법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따라 반론이 있어야 함에도 함구하는 것이다.
현재 소유주인 우리은행은 한 차례 답변서를 제출했다. 지난 재판의 판결문이었다. 이미 판단된 내용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KPI뉴스 확인 결과, 이번 소송의 핵심인 '보존등기'와 '이전등기'의 위법 사항에 대한 판단 내용은 과거 판결문에 담긴 적이 없다. 결국 이 재판은 원고의 주장만 남아 있고, 재판부는 이 주장에 대해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부장판사를 지낸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선고 기일이 갑자기 연기된 배경에 대해 "판사의 마음을 알기는 어렵지만, 판결문이 잘 안 써지고 있는 듯 하다"고 관측했다.
'보존·이전등기' 위법 사항 검토 중…과거 판례는?
재판부의 검토 사항은 문제가 되고 있는 보존등기와 이전등기의 법률 위반 여부다.
건물 완공시 등록해야 하는 보존등기는 건물의 출생신고 개념이다. 건축주인 원소유주만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공사인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측 법무사가 등록했다.
또 보존등기에 등록한 건물의 층수와 구분면적 등에 대한 내용은 건축물대장과 토지대장에도 동일하게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모두 다르게 등록돼 있다.
최초의 보존등기에는 사무실이 34개로 등록됐는데, 당시 건축물 대장에는 층수 구분만 50개로 돼 있다. 또 현재 등기상 건물은 68호실로 구분돼 있는데 건축물대장에는 56개 호실로 등록돼 있다.
과거 판례에서는 이런 논쟁 끝에 등기가 무효가 된 바 있다. 오피스 등 집합건물의 사무실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경매 등 처분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대법원은 "구조상의 구분에 의하여 구분소유권의 객체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구조상의 독립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이러한 등기에 기초하여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이를 낙찰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등기는 그 자체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2008년 9월 11일자 2008마696 결정)
최근 강남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있었다. 채권자가 두 칸짜리 지하 상가를 경매 처분하려고 했지만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경매가 허용되지 않았다.
이때 재판부도 사무실의 벽체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어 독립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건물을 사고 팔 때 등록하는 '이전등기'가 등기법에 어긋나는 정황도 검토 대상이다. '이전등기'를 할 때는 건물과 땅의 권리를 하나의 서류로 작성해 동시에 제출해야 하지만, 이 건물은 다 다른 날짜에 등록됐다.
반드시 받아야 하는 관할구청의 확인 도장도 존재하지 않고, 등기 수리 시각이 공무원 퇴근 이후 시간(18시43분)이라는 점 등도 숱한 의혹을 더하고 있다.
제이알투자운용, 급매 제동 걸려
최근 이 건물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의 입장에선 큰 변수가 생겼다.
매각 주관사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교보리얼코 컨소시엄도 선정하며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매각 희망가격도 3500억 원 수준으로, 2022년 매입가 3420억 원에 일부 수수료만 받고 처분하려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 기일 연기로 매각 작업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판 결과에 따라 매수자의 소유권이 박탈될 수도 있어서다.
부동산등기법상 최초 보존등기 또는 이전등기가 무효로 인정되면, 그 이후 진행되는 모든 후행 등기 역시 무효다. 그렇게 되면 이 매수자의 건물 매입금 3500억 원 상당도 공중분해된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측은 "재판 절차에 따라 성실히 대응하고 있으며, 진행 중인 소송과 관련한 세부 사항은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답변만 했다. 제이알 측에도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남의 한 시행업자는 "제이알은 이번 소송 선고일인 8월 20일 이후에 세부적인 입찰 날짜를 정하려고 했었다"며 "그 회사 내부 사정이 안 좋아서 급하게 처분하려다가 제동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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