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이 텅텅 비었다'…추미애, 경기도 재정 비상사태 선언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 2026-08-05 16:40:53
"지방채·기금까지 총동원했지만 민생사업 9개월 분 예산만 편성"
공직자 업무경비 감액·행사성 예산 재검토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 시행
추미애 경기지사가 5일 경기도 재정위기를 '비상 상황'으로 공식 선언하며 강도 높은 재정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방채 발행 한도가 사실상 소진되고 각종 기금까지 전용했음에도 민생사업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한 현실을 공개하며 구조적 재정위기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추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경기도는 새로운 공약사업을 추진하기는커녕 이미 진행 중인 사업조차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시간이 흐른다고 재정 상황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지금 조치하지 않으면 2~3년 뒤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재정위기의 심각성은 수치로도 드러났다. 추 지사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모두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법정 한도인 9조1460억 원의 99.6%를 사용했다.
20년 만의 지방채 발행에 이어 지난해에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개정해 각종 기금 5588억 원을 일반회계 등에 활용했다. 남북협력기금도 384억 원 가운데 340억 원을 통합계정으로 이전되면서 잔액이 44억 원만 남았다.
하지만 이 같은 재원 확보에도 올해 예산은 정상적으로 편성되지 못했다. 도는 상당수 민생사업의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으며, 올해만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인장기요양 △초·중·고 급식비 지원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 △가족돌봄수당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노동자 휴게시설 설치사업 △공공관리제 운영지원 등 주요 민생사업의 마지막 3개월 예산이 편성되지 못했다.
추 지사는 "이 같은 재정난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도 전체 예산은 약 41조7000억 원이지만 실제 정책적으로 활용 가능한 재원은 3조5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도세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취득세에 의존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곧바로 재정 확보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2022년 약 11조 원이던 취득세 수입은 올해 약 8조 원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기대를 모았던 3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취득세 수입도 당초 예상치인 6조500억 원에서 2300억 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교통과 소방, 기반시설 확충 등 개발에 따른 재정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경기도가 대규모 기반시설을 투자해도 법인 지방소득세는 시·군에 귀속되는 세수 구조, 배분 교정교부세(교부금) 등 구조적 재정 압박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49%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령화가 이어질 경우 60%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추 지사는 이에 따라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하고 △도지사를 포함한 위임직과 업무경비 감액 △낭비성 예산과 불요불급한 사업 전면 정비 △공직조직과 공공기관 조직 재정비 △세입구조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혁 추진 등 4대 비상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일회성 행사와 선심성 사업, 반복적인 연구용역과 민간위탁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대신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와 같은 필수 민생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추 지사는 "재정위기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닌 만큼 바로잡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과 고통이 따를 것"이라며 "그 부담을 사회적 약자에게 떠넘기지 않고 불필요한 곳부터 줄여 공정한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지사와 고위공직자 업무경비 감액 △행사성·낭비성 예산 전면 재검토 △공공기관 조직 효율화 △세입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개혁 등을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필수 민생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KPI뉴스 /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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