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모욕·조롱 파문 스타벅스, '극우 성지' 부상 분위기
'극우 성지' 표현, 2021년에도 등장…박정희 생가 관련
윤석열, 2022년 멸공 논란 주도하던 정용진 지지 행보
근래 '극우 성지', '극우 놀이터' 등의 표현이 언론 보도에 심심찮게 쓰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가리키는 대상은 '탱크데이' 이벤트로 5·18민주화운동 모욕·조롱 파문을 일으킨 스타벅스코리아(이하 스타벅스)다.
이 파문으로 스타벅스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이에 맞서 극우 세력은 스타벅스 제품 소비를 부추기고 민주화운동과 그 희생자를 폄훼하고 있다. 그러면서 스타벅스가 '극우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온다.
▲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와 5공피해자단체연합회 등 국가 폭력 피해자 단체 회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서 탱크데이 논란 관련 스타벅스 규탄 국가폭력피해자단체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극우 성지'라는 표현은 제20대 대선을 반년 앞둔 2021년 9월에도 언론에 등장한 적이 있다. 지칭 대상은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였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여러 예비후보가 이 생가를 찾았다. 그런데 일부 인사가 이곳에서 봉변을 당했다. 현장에 모여 있던 극우 세력은 평소 눈엣가시로 여기던 몇몇 예비후보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자행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봉변을 당한 사람 중 한 명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예비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은 극우 세력 눈에 '검사 시절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구속한 인물'로 비쳤다.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윤 예비후보는 극우 세력에게 거센 항의를 받고 문전박대를 당했다. 참배는 겨우 마쳤지만, 예정했던 브리핑은 물론 방명록 작성도 못하고 쫓기듯 현장을 떠나야 했다.
일부 중앙 언론은 박 전 대통령 생가가 '극우 성지'로 자리 잡은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한 지역 언론은 생가에서 소동을 벌인 이들은 대부분 구미 시민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극우 성지'라는 너무나 불명예스러운 평판은 수용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현시점에서 돌아보면, 극우 세력의 윤 예비후보 공격은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풍경이다. 근래 주요 극우 인사들이 '윤 어게인'을 강변하며 판친 데서도 드러나듯이, 윤 전 대통령은 극우 세력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임을 그 후 스스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의 극우 성향은 2021년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봉변을 당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사건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인 2022년 1월 발생한 이른바 '멸·콩(멸공) 챌린지' 사건도 그중 하나다.
당시 윤 후보는 서울의 한 이마트에 가서 멸치, 콩 등을 구입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인스타그램에서 멸공 논란을 주도하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을 지지하는 행보로 풀이됐다. 특정 성향의 지지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질 낮은 기획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윤 후보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를 시작으로 국민의힘 인사들은 '멸·콩 챌린지'를 이어가며 색깔론을 더 부추겼다.
집권 후 윤 전 대통령은 극우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폭주했다. 그러다가 2024년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자멸한다. "극우 성지"라는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극우 세력에게 봉변을 당할 때까지는 감춰왔던 자신의 극우 본색을 성찰 없이 지속적으로 드러낸 결과인 셈이다.
그런 윤 전 대통령의 '멸·콩 연대' 동지 격인 정 회장이 궁지에 몰렸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관련 사과문을 19일 발표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파문이 가라앉기는커녕 불매 움직임이 확산되고 정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각계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정 회장이 그동안 세간에 극우 편향 행보로 여겨질 행위를 오랫동안, 노골적으로, 너무나 많이 했다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이번 파문을 적당히 봉합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처지다.
정 회장은 해외에 머물다가 파문 발생 후 급거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멸·콩 연대' 동지 격인 윤 전 대통령처럼 반성 없이 극우 본색을 계속 앞세우는 쪽을 택할까, 아니면 획기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일까.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에 따라 정 회장 본인과 스타벅스의 미래가 달라질 전망이다.
전자로 간다면 정 회장 개인 성향과 부합할지는 몰라도 '극우 성지'로 고착될 스타벅스의 기업 가치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후자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스타벅스가 '극우 성지'로 떠오르는 것에 환호하는 인사들과는 공개 절연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회장 거취를 포함한 파문의 책임자 문제에 대해 다수 시민이 수긍할 만한 해법도 필요하다. "이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음을 통감"한다는 사과문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