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의 역습上] 꼬리가 몸통 흔드는 코스피…단일종목 ETF가 부른 '시장 왜곡'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6-06-30 17:27:58
레버리지 출시 후 코스피·코스닥 상장종목 95.6% ↓…자금 쏠림 심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금감원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후회한다"고 밝혔다.
당초 기대했던 원·달러 환율 안정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고, 부작용만 커진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주된 부작용으로 극심한 변동성 확대와 수급 쏠림을 꼽는다.
일상이 된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개가 상장됐다. 국내 첫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두 종목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자칫 손실이 확대될 수 있으나 주가가 예상대로 흘러가면 2배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 매력 때문에 투자자들이 쏠리면서 변동성이 극도로 심해졌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코스피가 5% 이상 급등락한 날이 7거래일이나 됐다. 같은 기간 매수·매도 사이드카는 11회, 서킷브레이커는 3회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증권시장 변동성이 높아졌을 때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정지시키는 제도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지수가 급락했을 때 발동된다.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이어질 때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이후 20분간 모든 매매거래가 중단된다. 역대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모두 11회였다. 그 중 3회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후 한 달여 사이에 집중된 것이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달 26일 이미 70.78로 고변동성 구간이었는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후 더 크게 뛰어올랐다. 이달 29일 96.94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변동성 심화에 대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영향이 꽤 크다"며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과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같은 의견을 표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The tail wagging the dog)' 현상이다. 본래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가격을 따라가야 한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금이 쏠리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자산 총액은 상장 첫날 5조74억 원에서 지난 26일 17조5994억 원으로 3배 넘게 불었다. 거래대금은 더 크다. 상장 첫날 10조 원을 웃돈 거래대금은 이후 10조 원 안팎을 오르내리다 6월 말 들어 15조 원 이상으로 부풀었다. 지난 23일 20조 원 가까운 거래대금을 기록했으며 25~26일에도 16조 원을 넘겼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전에 3% 오르면 레버리지 ETF 가격은 6% 뛴다. 운용사는 2배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를 추가로 사들여야 하는데, 이 매수세가 삼성전자 추가 상승을 야기한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 60% 가량을 차지하기에 이런 흐름이 지수 변동으로도 연결되는 것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단타' 유행이다. 지난 26일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의 회전율은 1261%에 달했다. 하루 만에 전체 물량이 12번 넘게 거래됐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실무자는 "그 외에도 일일 회전율 100% 넘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후 코스피가 도박판으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추락하는 코스닥
수급 쏠림도 심화하고 있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 2373개 가운데 상승 종목은 105개(4.4%)에 그쳤다. 2268개 종목(95.6%)이 하락했으며, 이 중 121개는 주가가 절반 이상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2% 올랐는데 상승 종목은 79개(8.6%)에 불과했다. 하락 종목은 841개(91.4%)였다. 코스닥은 지수 자체가 무너졌다. 해당 기간 코스닥은 1133.13에서 851.37로 24.9% 급락했다.
강 대표는 "수급 쏠림 현상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본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인기가 높았는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가 이런 현상을 더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특정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상당수 종목이 기업가치와 관계없이 수급 악화로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수급 쏠림이 시장을 왜곡시키는 셈이다.
개인투자자 이 모(31·남) 씨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주 외에는 다들 울상"이라며 "코스닥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산 투자자들도 흘러내리는 주가에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답답해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과한 변동성, 수급 쏠림 등 시장 왜곡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안재성·이수민·송채린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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