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금융' 딜레마 빠진 은행…"은행이 기업평가 능력 키워야"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6-08-03 17:01:08

대기업대출 비해 中企대출 부진…소호대출은 감소한 곳도
양극화에 중소기업 파산 역대 최대…"연체 위험 높아"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 핵심은 '생산적 금융'이다. '지대추구'의 상징인 부동산으로 쏠리던 돈의 흐름을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적 산업으로 대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기업대출을 확대하고는 있다. 그러나 위험이 적잖다. 빌려준 돈이 부실화하면 은행 실적에 마이너스다. 결국 은행은 안전한 대기업대출 위주로 가고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자금난을 호소한다. 

 

3일 KPI뉴스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 자료를 취합한 바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모두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율이 가계대출을 웃돌았다.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KB국민은행의 6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200조7000억 원으로 전년 말(194조1000억 원) 대비 3.4%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0.5%)의 6배가 넘었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율(4.5%)이 가계대출(0.9%)의 5배였다. 신한은행은 기업대출 증가율이 2.8%, 가계대출은 0.5%였다.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증가율 4.8%, 가계대출은 1.0%를 기록했다.

 

다만 대기업 중심이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대기업대출 증가율(15.7%)이 중소기업대출(0.1%)의 16배에 가까웠다. 국민은행도 대기업대출 증가율은 9.0%로 중소기업(1.8%)의 5배에 달했다.

신한은행은 대기업대출이 6.6% 늘어나는 사이 중소기업대출은 1.8%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대기업대출 증가율은 10.1%, 중소기업대출은 3.3%였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더 차가웠다. 우리은행의 6월 말 소호대출(소상공인·자영업자대출) 잔액은 42조3000억 원에 그쳐 전년 말(43조4000억 원) 대비 2.6% 줄었다. 국민은행도 1.0% 감소했다. 상반기 신한은행 소호대출은 0.5%, 하나은행은 1.7% 늘었으나 대기업대출은 물론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에도 크게 뒤졌다.

 

은행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기업여신 담당 실무자는 "은행은 자기 돈이 아니라 예금자 돈으로 대출을 실행하니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위험을 무릅쓰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은행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전월 말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중소법인대출은 1.11%, 개인사업자대출은 0.84%를 기록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0.27%)보다 훨씬 높으니 은행은 대기업에 더 쏠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전망이다. 역대급 호조인 수출과 달리 내수는 침체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은 12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04건)보다 17.7% 늘었다. 하루에 7.2곳, 한 달에 217곳씩 파산하는 셈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또 국세청에 따르면 상반기 자영업 폐업 건수는 62만4000건으로 전년동기(54만4000건) 대비 14.7% 급증했다. 역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기업평가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이 단순히 신용보증기관에 의존하지 말고 기업의 혁신성, 기술력, 미래 경쟁력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술력은 있지만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게 적시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이 대출보다 투자에 진력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제안했다.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제한적인 대출과 달리 투자는 몇 배를 회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 교수는 "투자는 한 곳이 실패해도 다른 곳에서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 되니 은행이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PI뉴스 / 안재성·송채린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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