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라지나②] 전세 급감 이유는…정책 미스매치에 금리·불신 겹쳤다

서승재 기자

seungjaeseo@kpinews.kr | 2026-04-22 13:05:47

다주택자 매매 전환에 전세 매물 일시 감소
금리 상승에 월세화 가속…전월세전환율 상승
전세사기 여파에 신뢰 붕괴…수요까지 위축

한국의 독특한 주거계약 '전세'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 임대차 계약 열 중 일곱이 월세다. 30년 경력 공인중개사가 "난생처음 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일시적 현상일까, 전세의 종말로 가는 것일까. KPI뉴스가 현장을 점검하고 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전세는 확연하게 줄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전월세 전환율 통계를 보면 올해 1·2월 전국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68.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22년 47.1%에서 4년새 20%포인트 이상 뛰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월세 비중은 70.2%에 육박한다. 전세가 왜 이렇게 급감하는 것일까.

 

▲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 본 서울 잠실 아파트 단지. [KPI뉴스 자료사진]

 

KPI뉴스가 들어본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전세 감소는 단기 요인과 구조적 변화가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부동산 정책 변수에 따른 단기적 수급 불균형에 금리 영향과 제도 불신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겹쳤다는 것이다.

 

우선 공급측면에서 당장의 전세 감소를 촉발한 요인으로는 정책 변화가 꼽힌다. 양도세 중과 유예 등 다주택자 특혜 종료를 앞두고 집주인들이 전세를 내놓기보다 매매로 전환하면서 전세 매물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세를 끼고 보유하던 주택들이 매물로 나오면서 임대 시장에서 빠져나갔고, 이 과정에서 수급이 어긋났다는 설명이다. 

 

한문도 명지대 교수는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가 전세 대신 매매로 전환해 매물이 잠겼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런 정책이 구조적으로 전세 공급을 감소시키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매매로 전환된 주택은 결국 누군가가 사게 되는데, 무주택자가 매입할 경우 그만큼 전세 수요가 줄어들고, 유주택자가 매입할 경우 해당 물건은 다시 임대 시장에 공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전세 매물 감소는 과도기적 불균형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단기적 '미스매치' 위에 금리 환경 변화가 겹치면서 월세 전환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가 오르면 전세대출 부담이 커지고, 집주인 역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선호하게 되면서 월세 전환이 늘어난다. 실제 전월세전환율은 기준금리와 코픽스 변동에 따라 4%대 초반에서 5%대 중반까지 움직이며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전월세전환율은 결국 금리나 집값 상승률의 종속변수"라며 "현재 전세가격이 과도하게 높아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세 수요 자체도 약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전세사기 여파로 제도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월세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축소 흐름을 "비정상적으로 팽창했던 전세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본다. 그는 "전세는 본질적으로 개인 간 채무 계약으로 구조적으로 위험한 성격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 정책적으로 시장이 과도하게 확대되면서 리스크가 누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당시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특혜와 전세자금대출 확대로 이른바 '갭투자'가 급증하면서 일시적으로 부풀었던 수치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전세시장 규모는 정책에 의해 빠르게 커졌다. 전세자금대출은 2016년 36조 원에서 2022년 170조 원으로 6년 만에 다섯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갭투자'가 확산되며 전세보증금이 주택시장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됐고, 시장 규모도 비정상적으로 확대됐다는 평가다.

 

이 같은 구조는 금리 상승기 들어 한계를 드러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경색과 금리 급등이 겹치면서 집값이 하락했고,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깡통주택'이 속출했다. 그 결과 전세사기 피해가 대거 발생하며 제도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무너졌다.

 

▲ 2019년 7월~2026년 3월 전월세전환율, 코픽스(COFIX),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흐름 비교 Claude AI 생성 이미지. 자료 출처: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스템(R-ONE), 은행연합회, KB부동산 데이터허브

 

전문가들은 결국 전세 감소를 정책에 따른 단기적 왜곡과 금리 변화, 제도 불신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본다. 전세 감소는 정책에 따른 단기적 왜곡 위에 구조 변화가 겹친 결과다. "특히 최근의 급격한 감소는 정책 변수에 따른 일시적 영향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 비중 축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 교수는 "정책적·구조적·시장 상황 모두 전세 축소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정책은 이미 흔들리고 있던 구조의 마지막 트리거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세가 사라지는 것은 어느 하나의 원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사금융으로 출발한 제도가 수십 년간 국가 신용으로 부풀려졌고, 금리 환경이 바뀌면서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고 총평했다.

  

KPI뉴스 / 서승재·배지수 기자 seungjaese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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