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제조업·40대 일자리 감소에 영향 미쳤나

강혜영

khy@kpinews.kr | 2019-11-22 17:29:30

제조업 둔화로 폐업·인원 감축하면서 정규직인 40대에 직격탄
일각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정책으로 구조조정 진행된 영향"
KDI, "제조업 근로자들 중 최저임금 근로자 비율 매우 적어"

지난달 청년실업률 등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제조업 취업자와 40대 고용률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조업 취업자 감소는 자동화와 업황둔화에 따른 추세적 현상이며, 이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 40대의 고용이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큰 흐름에서 맞는 진단일 테지만, 일각에서 정부 정책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탓도 있다는 얘기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개혁과 고용 유연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 신선대부두. [문재원 기자]

홍남기 "인구구조 변화·제조업 둔화 영향"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3040 세대의 인구 구조변화를 지적했다. 그는 "30대는 2005년부터 인구가 감소해 지금까지 15년간 30대 취업자 수가 증가한 해는 3년뿐이고 나머지 12년은 계속해서 취업자 수가 감소해 왔고 40대 인구는 2015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올해까지 5년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고용 감소에 대해서는 경기적,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홍 부총리는"경기적인 측면에서는 지난해 조선·자동차 등 구조조정 업종이 감소를 주도했고, 올해는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중소기업에 직격탄"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의 영향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철 금속노련 경남본부 의장은 "최저임금이 2년 사이에 29.1%가 오르면서 창원 공단에 있는 기계 철강 관련 4000개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임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과도하게 올리니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구조조정을 한 사업장들 중에서 오토바이를 만드는 한 공장은 최저임금 상승 등 경영상의 악화로 직원 70명 중 30여 명에게 6개월 치 월급을 주고 내보냈다"는 것이다.

그는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큰 기업들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30인 미만 중소 영세사업장들은 직원 절반은 갈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중소기업벤처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발간한 '2017년 기준 중소기업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 중소제조업 근로자는 233만 명이며, 기업체당 평균 인력은 17.2명이었다. 기업규모별로는 소기업은 평균 13.0명, 중기업은 평균 67.9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기준 10인 이상 전체 제조업 사업체 중 중소기업체는 98%를 차지했다.

자동화·무인화 등의 영향에 대해서는 이 의장은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최근 1~2년간의 변수라고 하기 어렵다"면서 "1986년부터 자동화가 많이 선진화하면서 그동안 3700명 규모였던 우리 회사가 2000명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로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는 하다. 방정찬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 정책기획실장은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안 하고, 정년퇴직으로 자연감소가 되면 자동화로 인력을 메운다"면서 "직원들의 작업 정확도 등을 측정해서 사람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활동들이 많이 고취되고 있어 대규모 감축은 아니더라도 10명이 할 수 있는 일을 9명이 하도록 해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현장 목소리에 동의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제조업 취업자 감소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으로 최저임금이 오르고,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약하면서 제조업 인원을 감축하는 정부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큰 기업은 드러나지 않지만, 제조 중소기업들은 구조조정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장과 학계 일각의 지적과 달리 제조업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제조업 취업자 감소에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아주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제조업 근로자들 중 최저임금 근로자의 비율이 매우 적기 때문"이라고 최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그중 왜 하필 40대 고용률이 줄어드는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제조업이 위기 국면은 30·40세대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심각하다"면서 "30대 40대가 타격을 입는 이유는 통상적인 조기 퇴직으로 50대가 잘리는 것과 달리 폐업을 하거나 인원을 감축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해다.

김태기 교수는 고용 형태를 근거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은 주로 20대와 60대가 많고 30대 40대는 정규직이 많은데 구조조정으로 정규직이 빠지면서 40대가 고용률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노동시장의 원리로 봤을 때, 40대가 실업 상태에 처하면 정규직으로 가기 어렵고, 원래 일하던 것보다 소득이 낮은 비정규직으로 옮기게 된다"면서 "이는 자녀교육 등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인 40대가 소비를 줄이면서 내수를 악화시키는 것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홍 부총리는 40대가 경제활동 참가가 제일 왕성한 연령대이기 때문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제조업, 도소매업 등 주요 업종 경기 및 구조변화에 고용이 크게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고용 유연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해야 할 시점"


박상인 교수는 정부가 제조업 경쟁력 감소의 근본적인 대책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는 노력과 함께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는 정책,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출 등 장기적인 해결책과 제조업 노동자들이 다른 직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노동교육 강화하는 등의 단기적인 대책을 종합적으로 담은 패키지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대책 없이 지금처럼 재정으로만 때우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했다.

김태기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지적한 것처럼 노동 규제개혁이 동반 돼야한다"면서 "정부가 임금과 노동 시간을 정하면서 노동 시장을 너무 경직적으로 만들면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핵심은 결국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OECD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경기 대응과 관련해 노동시장 규제 완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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