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더위에도 피해 큰 동네 따로'…경기연, 3D지도로 폭염 취약지 진단

진현권 기자 / 2026-07-29 08:06:20
보행자가 받는 열, 시군보다 같은 동네 안에서 2배 이상 차이
인구·건강·소득·주거 데이터 결합, 폭염 취약지역 확인
무더위쉼터·그늘막, 폭염 위험 지점과 불일치

지난해 경기도에서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978명으로, 15년간 약 17배 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 경기기후플랫폼 폭염 지도 서비스 화면. [경기연구원 제공]

 

갈수록 심각해지는 폭염 피해를 줄이려면 시군별 단일 기온 예보 기반의 폭염경보 이외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특히 도시 구조와 주변 환경에 따른 폭염 취약지역을 선별하고 해당 지역에 폭염에 취약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를 공간적으로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연구원은 항공 라이다(LiDAR)로 만든 3차원 도시모델 기반 폭염 시뮬레이션, 모바일 기반 생활인구 빅데이터, 분야별 취약 인구 정보를 결합해 '경기도 생활권 폭염 취약지역 정밀 진단 및 맞춤형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같은 기온이라도 뙤약볕 아래와 그늘에서 느끼는 더위는 다르다.

 

연구원은 이 차이를 담아내기 위해 경기도 전역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햇빛, 도로와 건물이 내뿜는 복사열, 산림의 찬공기 생성은 물론 가로수 한 그루가 만드는 그늘 효과까지 반영해 사람이 실제로 받는 더위를 나타내는 '평균복사온도(Tmrt)'로 진단했다.

 

평균복사온도는 온도계로 측정되는 온도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주변의 환경에서 받는 모든 복사열을 온도로 환산한 지표로, 일상에서 쓰는 기온과는 척도가 다르다.

 

한여름 도심에서는 달궈진 도로와 주변 건물이 내뿜는 모든 열이 70~80℃로 표현될 수도 있고, 나무 그늘에서는 햇빛이 가려지고 주변에 열을 내뿜는 것이 없어 20~30℃ 정도로 낮기도 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역에서도 주변 환경에 따라 평균복사온도가 30℃ 안팎에 머무는 지점과 70℃를 넘는 지점이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늘이 우거진 산림은 평균 37.7℃에 머문 반면 아스팔트와 건물 중심의 시가화 지역은 평균 62.2℃에 달했다.

 

이는 도시 구조에 따라 폭염 대응이 더 필요한 지역이 있음을 뜻한다.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시군 단위의 단일 기온 예보가 담지 못하는 폭염 강도의 차이를 경기도 전체에서 5m 격자 수준에서 분석하고 공간정보로 구축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폭염이 가장 심한 지역에서, 가장 뜨거운 시간에 실제 그곳에 있던 사람을 대상으로 발생한다.

 

이에 연구원은 통신사 시간대별 생활인구 데이터로 폭염 노출 인구가 어디에 모여 있는지를 분석했다.

 

▲ 폭염 강도가 가장 높은 용인지역의 평일 오전 1-3시 생활 인구 분포 현황도. [경기연구원 제공]

 

평균복사온도를 10개 등급으로 나눠 가장 높은 등급에 노출된 생활인구를 분석한 결과, 여름철 한낮(오후 1-3시) 기준 약 180만 명이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이는 경기도 전체 생활인구의 18.2%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180만 명 가운데 46.8%는 하루 종일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었고, 그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27.1%인 약 22만 명에 달해 홀로 집에 머무는 고령 인구에 대한 냉방물품 지원 등 폭염 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더위라도 사람마다 견디는 힘이 다르다.

 

사람이 가지는 경제적, 건강적, 인구사회적 특성에 따라 폭염이라는 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신용평가 데이터의 평균소득과 신용점수 분포를 통해 경제적 취약인구를 분석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온열질환과 만성질환자의 분포를 도출하고, 인구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영유아·노인·장애인 현황을 분석했다.

 

취약인구 진단 결과는 경기도 전역의 행정동 수준의 공간정보로 구축했다.

 

그 결과 냉방에 에너지를 충분히 쓰기 어려운 경제적 취약 인구가 모여 있는 지역과 온열질환을 경험한 사람이 많은 지역이 어디인지 드러났고, 이러한 취약지역과 폭염 강도가 가장 높은 지역과 겹치는 생활권도 확인됐다.

 

연구원은 폭염 강도와 취약성이 함께 높은 행정동을 가려낸 뒤, 그곳에 실제 머무는 생활인구 분포를 겹쳐 정책적 대응 방법을 제안했다.

 

이번 진단 결과는 경기기후플랫폼에 공개되어 있어, 도민 누구나 자신의 생활권이 폭염에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할 수 있다.

 

연구원은 31개 시군이 폭염 대책 수립과 시설 배치에 이 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휘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폭염은 지역적으로 차별적인 피해를 만들어 내지만 도민들의 경제적, 건강적 형편에 따라서도 차별적인 피해를 일으킨다"며 "경기도 전역과 같은 넓은 지역의 3D 도시모델을 구축해 폭염을 진단하고, 1400만 명 도민의 건강과 경제적 현황을 분석함으로써 폭염 대응 정보를 구축했다"며 "일반에게 공개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던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경기도가 2024년부터 구축한 경기기후플랫폼과 도시생태현황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위험이 높은 생활권부터 핀셋처럼 집어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진현권 기자 jhk10201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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