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업체 등록해야 간병인 인정…"행정편의주의적 발상" 지적도
허영구(34·남·가명) 씨는 얼마 전 허리를 다쳐 입원한 어머니를 직접 돌보고 있다. 어머니가 제대로 거동을 못해 간병인은 필수였다.
허 씨는 어머니가 가입한 간병보험이 있어 보험사에 사용일당(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보험사는 간병업체에 등록하고 관련 서류를 갖춰 보험금을 청구하라고 요구했다.
간병업체에 문의하니 허 씨를 간병인으로 등록하고 계약서, 간병일지 등을 갖추는 서비스에 하루 5000원이 든다고 안내했다. 30일이면 15만 원이다.
허 씨는 "어머니 간병은 내가 하는데 서류 제공만으로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건 황당하다"고 혀를 찼다. 이어 "내가 직접 서류를 작성해 내면 될 텐데 꼭 간병업체를 거치라는 이유가 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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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간병시 간병보험금(간병일당) 청구 흐름. [자료=케어온 서비스 수수료 안내, 챗지피티 생성 이미지] |
간병보험은 가족이 간병인이어도 보험금(사용일당)을 지급한다. 물론 간병일지 등 실제로 간병했다는 증거와 보험 가입자가 가족에게 돈을 준 증빙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증빙을 가족이 직접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가족이더라도 반드시 간병업체에 간병인으로 등록할 것을 요구하고, 간병업체들은 간병인 등록 및 필요서류 제공에 대해 매일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간병업체 케어온은 가족·지인 간병 서비스 수수료를 하루 5000원씩 받는다. 보상닥터 등 다른 간병업체들도 비슷한 수준을 요구한다.
간병인 사용일당은 보통 최대 10만 원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간병인 사용일당을 10만 원씩 받으려면 보험료가 너무 높아져서 3만~5만 원 정도로 계약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허 씨의 어머니가 가입한 상품의 간병인 사용일당은 5만 원이다.
허 씨는 "간병은 내가 하는데 서류대행만 해주면서 수수료를 받아간다는 게 화가 난다. 간병업체들은 앉아서 쉽게 돈 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대형 보험사 보상 담당자는 "왜 가족이 직접 작성해서 내미는 서류는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가족이니까 서로 입을 맞춰서 간병하는 척만 할 수도 있고, 무상 돌봄인데 유상 간병으로 둔갑시킬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그는 "간병업체를 통해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얼마를 받기로 했는지 명확한 계약서와 간병일지 등을 갖춰야 한다"며 "간병업체 보증을 믿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연 간병업체가 만들어주는 서류라고 믿을 수 있을까. 가족이 직접 작성하는 서류보다 신뢰성이 높을까. 허 씨는 "간병업체가 내가 제대로 간병하는지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내 말을 듣고 서류만 작성해준다"며 "결국 간병업체가 보증했다는 명분만 확보하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박세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족이 입력한 내용을 별도 검증 없이 확인서로 출력해주는 서비스라면 간병업체 명의가 붙었다는 사실만으로 신뢰성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며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또 "가족이 간병하더라도 간병업체에 등록해야 하고 관련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음을 미리 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담당자 역시 동의하면서 "사전 고지가 이뤄지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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