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부채 증가가 금 수요 촉진"
금값이 시들하다. 사상 최고치를 찍은 연초보다 25% 넘게 떨어졌다. 금 투자 타이밍일까.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반등을 전망하고 있다. 높은 미국 국채 금리가 금값을 누르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매입과 투자 수요가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금값은 전거래일 대비 0.61% 떨어진 온스당 4190.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월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온스당 5626.8달러)와 비교하면 25.5% 낮은 수준이다.
금값 하락 이유로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꼽힌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대를 유지 중이다. 금과 미국 국채는 손꼽히는 안전자산인데, 금은 채권과 달리 이자가 없다. 미국 국채 금리가 높아질수록 상대적으로 금 투자 매력이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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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뉴욕상품거래소·골드만삭스·UBS |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 상승을 전망한다. 골드만삭스는 2027년 말, UBS는 2027년 9월 말 금값이 온스당 54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 시점은 다르지만 모두 5000달러대 회복을 내다본 것이다.
귀금속 전문 컨설팅업체 메탈스포커스는 2027년 연평균 금값을 온스당 5330달러로 전망했다. 내년 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두 투자은행의 특정 시점 목표가와 달리 한 해 평균 가격에 대한 전망이다.
상승 전망의 핵심 근거는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다.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고 지정학적·금융 위험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금값을 끌어올린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중앙은행들이 외화자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을 매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이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한 것이 금을 통한 준비자산 다변화를 촉진했다고 분석했다.
ETF로 유입되는 자금도 금 투자 수요를 보여준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실물 금 기반 ETF에는 약 310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9월에만 약 100억 달러가 들어왔다.
미국 재정 우려도 금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메탈스포커스는 대규모 재정적자와 늘어나는 부채 상환 비용,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전통적인 달러화 자산에서 금으로 투자를 분산하려는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순매수 역시 금값의 하방을 지지할 것으로 봤다.
필립 뉴먼 메탈스포커스 전무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정부의 막대한 부채와 증가하는 국채상환 부담이 금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2조1000억 달러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가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금값을 누르는 주요 요인은 높은 미국 국채 금리인데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면 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이 커진다.
골드만삭스도 단기 전망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9월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올해 말 금값의 적정가치 추정치를 온스당 4900달러에서 4650달러로 낮췄다. 내년 말 5400달러 전망은 유지하면서도 긴축이 당장의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추가 긴축도 변수다. 물가 상승은 금의 가치 보존 수요를 자극할 수 있지만, 연준이 이에 대응해 금리를 더 올리면 금 투자에는 부담이 된다. 메탈스포커스는 목표를 웃도는 미국 물가 상승률과 추가 긴축 가능성, 미국·이란 갈등이 단기적으로 금값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져 연준이 긴축 기조를 강화하면 금값 하락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내년 금값 반등 전망은 중앙은행과 투자자의 수요가 금리 부담을 넘어설 것이라는 판단에 바탕을 두고 있다. 중장기 상승 전망과 당장의 매수 시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추가 긴축의 강도와 금 투자 수요의 지속 여부가 향후 가격 흐름을 가를 변수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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