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화하는 국민의힘…비당권파 4명 중징계 시나리오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6-08-19 16:32:31
조광한·이진숙 등 당권파 징계엔 눈감아…형평성 논란
당원권 정지 2년, 차기 총선 출마 불가…정적 솎아내기
당협위원장 새 선출 방안도 우려…의원 줄세우기 수단
장동혁 "중진 총선 불출마가 좋은 결과"…사퇴론 반박
국민의힘 내홍이 조만간 변곡점을 맞는다. 당 윤리위는 이르면 20일 비당권파 의원 4명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윤리위는 지난 18일 4명을 불러 징계 사안에 대한 소명을 들었다. 사흘 새 두번 회의로 마무리하는 건 속전속결로 비친다.
징계 대상자는 조경태·권영진·서범수·진종오 의원이다. 모두 장동혁 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각을 세운 인물이다. 조 의원은 무소속 한동훈 의원과 가깝고 서·진 의원은 친한계다. 권 의원은 장 대표 사퇴를 압박해 온 초·재선 모임 '대안과 미래'의 핵심 멤버였다.
당 안팎에선 장 대표가 버티기를 넘어 당권 강화와 당 장악을 위해 '징계 정치'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 만큼 '본보기'로 4명에 대한 징계가 유력시된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 선출 과정에서 다른 당 의원들에게 박덕흠 국회부의장 후보를 떨어뜨려야한다고 요청해 징계 대상에 올랐다.
진·서 의원은 '돌려차기' 막말, 권 의원은 '멱살잡이' 논란으로 윤리위에 제소됐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윤리위에 탄원서를 제출해 선처를 호소했다. 진 의원은 6·3 부산 북갑 보선 당시 한동훈 후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도 징계 대상에 올랐다.
관건은 징계 수위다. 4명에게 불이익을 주는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 가능성이 점쳐진다. 권 의원에 대해선 지도부가 탈당을 권고한 바 있다.
당원권 정지 2년의 조치가 내려지면 1년 8개월 남은 2028년 총선 출마는 불가능하다. 당사자들은 정치 생명이 걸린 터라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계파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친한계 의원은 "당 기강 확립을 핑계로 반기 드는 의원을 솎아 내겠다는 장 대표 의도가 훤히 보인다"며 "당원권 정지 2년 이상의 중징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의원마다 징계 사유가 다르니 법적 대응 여부는 각자가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윤리위는 중립성·독립성이 존립의 기반이다. 주류, 비주류를 가리지 않고 처벌해야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는다. 당대표의 '하명'을 받아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으면 불복, 반발이 불가피하다.
그간 장 대표와 정적인 한동훈 의원과 친한계가 윤리위의 표적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민우 윤리위원장은 한 의원 제명 징계 시 외부 인사와 접촉해 내용을 공유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장 대표와 가깝다고 한다. 우종환 전 부위원장과 황경성 전 윤리위원은 윤리위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퇴했다.
윤리위는 또 절차적 정당성과 형평성 시비에 휩싸여 있다. 비당권파 징계는 서두르는 반면 당권파 징계엔 눈 감고 있는 탓이다.
비당권파 의원에게 욕설을 한 조광한 최고위원은 윤리위에 제소됐으나 징계 심사는 감감무소식이다. 대한축구협회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부적절한 문자를 주고받은 윤용근 의원에 대한 징계도 마찬가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재조명' 토론회를 개최해 논란을 일으킨 이진숙 의원에 대해선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지난 17일 "징계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아예 선을 그었다. 장 대표의 '징계 드라이브'가 본격화하면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야권 관계자는 "장 대표가 정적 제거 목적으로 징계를 강행하면 당을 사당화하는 의구심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사당화는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리위는 계파정치에 끌려다녀선 안된다"고 못박았다.
조직강화특위가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 당원 투표를 통한 당협위원장 선출 방안도 '장동혁 사당'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새 방안은 현역 의원이 겸하는 당협위원장을 대폭 물갈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 당원을 등에 업은 장동혁 지도부가 의원 줄세우기 수단으로 쓸 수 있는 셈이다. "강성 당원에게 잘 보인 위원장만 살아남을 것"이란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징계 당사자들은 공개 반발했다. 6선 조경태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표적 징계, 보복 징계"라며 "그게 아니라면 장 대표가 우리 당에 가장 큰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진숙 의원은 왜 징계하지 않나"라며 "국민들은 '윤어게인 세력들이 당권 강화를 위해 징계 정치를 벌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종오 의원은 윤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책임당원들의 국회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진 의원은 전날 취재진에게 "윤리위원장의 '한국말을 못 알아듣느냐'는 식의 발언은 상당히 불쾌했다"며 "윤리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전했다.
일부 책임당원은 6062명이 동참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윤 위원장이 징계 대상자 명단과 결정문, 보도자료를 외부인과 사전 공유했다"며 위원장 사퇴와 징계절차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중진 의원들은 대책 마련을 위해 잇단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 등 3선 의원들은 지난 17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비공개 만찬을 했다. 3선 모임 간사인 김성원 의원은 "정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4선 이상 의원들은 오는 20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중진 다수는 "장 대표의 '윤 어게인' 노선으로는 2028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 대표 사퇴를 공식 촉구하는 중진은 눈에 띄지 않는다. "몸을 사린다"는 비판이 적잖다.
조경태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중진 의원들이 단체로 연명을 해서라도 장 대표 내려와라 정도의 말은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겠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장 대표는 되레 중진을 몰아세웠다. 그는 펜앤드마이크 유튜브에서 "민생이 타들어 가는데 매일 장동혁으로는 총선 진다며 사퇴 얘기만 하는 모습들로 총선을 이기겠느냐"며 "그게 총선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1.5선 당대표의 정치 경험이 부족할 수도 있다"며 "부족하다면 중진들이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중진들이 다음번 (총선) 불출마 선언하고 젊은 인재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희생하자고 하면 다음 총선에서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실상 중진 불출마를 요구한 것으로 읽힌다.
장 대표는 "당헌 당규대로 일하지 않는 당협위원장들, 다음 총선에 나가도 당선되지 않을 위원장들을 당선될 사람들로 교체하겠다"고 예고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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