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기부금 절반 가현문화재단으로…"5년간 240억원"
양지욱 기자
yjw@kpinews.kr | 2026-09-07 10:36:21
누적 영업손실 107억원 '한미정밀화학'도 7억원 지원
계열사별 기부 목적·승인 절차는 공시자료로 확인 안 돼
한미약품그룹 5개 계열사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지출한 기부금의 절반 이상이 가현문화재단에 지원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년간 5개 계열사 기부금 총액은 약 466억 원인데 이중 약 240억 원이 이 재단에 지원됐다는 것이다.
가현문화재단은 한미약품 설립자 고 임성기 전 회장의 부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설립한 재단이다. 기부 대열엔 적자를 낸 계열사까지 참여했다고 한다.
가현문화재단은 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한 주주이기도 하다. 한미그룹은 2020년 임 전 회장 사망 후 7년째 경영권 분쟁중이다.
7일 KPI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각사 별도재무제표와 제보받은 계열사별 자료를 대조한 결과,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온라인팜, 한미정밀화학, 한미헬스케어(2022년 한미사이언스에 흡수합병) 5개 계열사의 2020~2024년 기부금은 약 46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제보자가 계열사 공시자료와 가현문화재단 자료를 대조해 산출한 재단 지원액은 같은 기간 약 240억5600만 원이다. 5개 계열사 전체 기부금의 51.6%에 해당한다.
가현문화재단은 송 회장이 2002년 설립한 비영리 문화재단이다. 사진 전문 미술관인 한미사진미술관을 모태로 하며 현재 '뮤지엄한미'를 운영하고 있다. 송 회장은 2020년 2월까지 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가현문화재단 기부엔 적자를 기록한 계열사도 참여했다. 한미정밀화학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약 107억 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제보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가현문화재단에 약 7억 원을 기부했다.
회사가 손실을 내는 상황에서도 기부를 지속했다면 기부 규모를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는지, 당시 재무 상황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나 내부 위원회의 심의가 이뤄졌는지 등이 소명되어야 한다. 제보자는 "손실을 내는 계열사까지 기부에 참여했다면 누가 기부 규모를 결정했고 회사의 재무 상황과 주주 이익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기부금도 2024년 이례적으로 급증했다. 2020년(1억100만 원), 2021년(1억2870만 원), 2022년(1억9303만 원), 2023년(5억2340만 원) 기부금은 2024년 111억93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1.4배 늘었다. 그런데 2024년 가현문화재단에 지원된 금액은 10억 원이다. 전체 기부금 중 나머지 약 102억 원의 수령처와 집행 목적은 사업보고서 등 공시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계열사들의 사업·감사보고서에는 기부금이 비용 항목으로 기재돼 있지만 수령 기관과 지급 목적, 현금·현물 여부, 금액 산정 기준은 구체적으로 공개돼 있지 않다. 최종 승인권자와 이사회 보고·의결 여부도 공시자료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가현문화재단 기부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2024년 11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인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는 송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고발인은 한미약품이 2022년(42억 원), 2023년(60억 원), 2024년(17억 원) 등 3년간 총 119억 원을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하면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 기부는 정상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그러나 기부금을 지급하는 회사와 이를 수령하는 재단 사이에 오너 일가 및 지분 관계가 존재한다면 이해상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투명한 의사결정과 관리 절차가 필요하다.
제보자는 "한미약품그룹의 자금은 특정 개인의 돈이 아니라 회사와 주주에게 귀속되는 자산"이라며 "계열사별 기부 금액과 목적, 최종 승인권자, 이사회 상정·의결 여부를 객관적인 자료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내부 절차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기부금을 집행했다면 회사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양지욱 기자 y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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