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호황의 역설…삼성, '칩플레이션' 소비절벽 상품권 환급으로 넘을까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6-06-22 16:48:17
매장 방문객 50%·관심도 45% 증가…"백색가전 공장 주말특근"
직장인 김모(32)씨는 올해 초 노트북을 바꾸려다 가격표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 2년 전 산 모델과 비슷한 사양인데도 100만 원 가까이 더 비쌌다. "메모리 값이 그렇게 올랐다는 게 실감 났다"고 그는 말했다. 김씨처럼 가격 인상 앞에서 구매를 미룬 소비자는 적지 않다.
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신제품 '갤럭시 북6 프로'는 341만 원부터 판매된다. 전작인 '갤럭시 북5 프로'의 동급 모델이 245만8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39% 오른 가격이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노트북·태블릿에 들어가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이른바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이다.
이 점에서 삼성전자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메모리 품귀 진원지인 동시에, 그 충격을 받아내는 IT·가전이 한 지붕 아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메모리 가격 급등의 수혜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반면, 완제품(DX) 부문은 원재료값 상승 여파를 맞았다.
메모리를 원료로 노트북·태블릿을 만든다. 원료값이 뛰면 완제품 가격도 뛴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의 구매도 감소한다. 한 회사 안에서, 한 사업부의 호황이 다른 사업부의 수요 둔화로 연결된 구조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속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가격을 인상 압박이 전체 PC 시장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게 지난 8일부터 진행 중인 '국민과 함께, 삼성전자 감사 페스티벌'이다. 구매 금액 20%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AI 구독클럽' 4년형으로 구매하면 20% 환급에 더해 6개월 구독료 상당의 멤버십 포인트를 함께 지급한다. 메모리 호황의 과실을, 메모리 호황 여파로 멀어진 소비자를 부르는 데 쓰는 구조다.
삼성전자가 가격 할인이 아닌 상품권 환급 방식을 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가격 할인은 그 자리에서 끝나는 혜택이지만,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동네 가게에서 다시 한 번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다. 반도체 호황의 성과가 IT 매장을 한 번 거쳐, 골목 상권까지 한 번 더 흘러가도록 만든 설계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가결시킨 직후 나온 후속 조치다. 합의 직후 삼성전자 사장단은 "삼성의 성장과 성과가 임직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향후 5년간 5조 원을 조성해 상생과 인재 육성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감사 페스티벌'은 이 약속이 구체적인 형태로 나온 첫 사례이기도 하다.
온누리상품권을 통해 소상공인 체감경기를 개선하려는 정부 정책 기조에도 일조하는 셈이다. 올 한 해 정부가 전국에 풀기로 한 온누리상품권 규모는 5조5000억 원, 통상적인 연간 발행 규모도 4조~5조 원 선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행사를 통해 지급하기로 한 금액은 4000억 원이다. 전국 1년 물량의 10분의 1에 가까운 액수를, 4주 만에 시장에 내놓는 셈이다.
행사가 시작된 이후 긍정적인 반응도 가시화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앤리서치가 지난달 이 행사에 대한 온라인 포스팅 수를 집계한 결과 106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737건) 대비 45% 늘었다. 한 삼성전자 DX부문 실무자는 "광주공장은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백색가전 주문이 몰리면서 주말 특근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라며 "전국 삼성스토어 매장 방문객도 행사 전보다 평균 50% 이상 늘었고, 일부 매장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국민과 함께, 삼성전자 감사 페스티벌'은 다음 달 5일까지 진행된다. 행사 기간 구매한 제품에 대한 온누리상품권 신청은 오는 9월 30일까지 접수할 수 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