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추격하는 삼성전자, D램 실리 챙기려는 SK하이닉스

배지수 기자

didyou@kpinews.kr | 2026-06-26 15:57:55

영업이익률은 HBM보다 범용 D램이 높아…연내 90% 이익률 전망
하이닉스, HBM4 생산라인 전환 일부 연기…D램 추가수익 확보 포석
'추격자' 삼성전자, 차세대 HBM에 웨이퍼 집중…양사 전략 '공수교대'
"HBM4 벼르고 준비한 삼성전자…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 될 것"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HBM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SK하이닉스는 격차를 벌리기보다 범용 D램 비중을 늘려 실리를 챙기려는 모습이다. 반면 '추격자' 입장이 된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가 손을 놓은 HBM 기술에 SK하이닉스가 끈질기게 매달렸던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HBM은 원래 삼성전자가 먼저 손을 댄 기술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시장성을 낮게 보고 관련 조직을 축소했다. 그러는 사이 SK하이닉스가 그 자리를 끈질기게 파고들어 결국 HBM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현재 펼쳐지는 상황은 그때와 반대인 셈이다. 

 

2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은 53조6633억 원이다. SK하이닉스는 37조610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삼성전자가 16조 원 이상 많다. 지난 몇 년간 한 번도 SK하이닉스를 앞선 적이 없었던 삼성전자가 모처럼 하이닉스를 앞질렀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앞선 것은 D램 값이 올라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D램 가격이 오른 것은 SK하이닉스 덕이다. 반도체의 기초 재료가 되는 웨이퍼(Wafer)는 수량이 한정돼 있다.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가졌던 HBM은 일반 D램보다 웨이퍼를 훨씬 많이 쓴다. 한정된 웨이퍼를 HBM에 할애한 탓에 범용 D램의 공급이 줄었고, D램 가격은 몇 배로 뛰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혁신에 주력했더니, 경쟁사(삼성전자)가 더 많은 혜택을 가져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향후 방향성을 소폭 수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는 당초 HBM4로 전환할 예정이었던 일부 5세대 HBM(HBM3E) 생산라인 전환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우위를 점한 HBM 시장에 추가 역량을 집중하기보다는, 공급 부족이 극심한 범용 D램에서 추가 수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송명섭 iM증권 수석연구원은 "가성비로 보면 D램이 더 좋다"며 "HBM 영업이익률은 60% 안팎으로 추정되는 데 비해, 공급이 부족한 서버용 D램은 80% 안팎까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범용 D램 영업이익률이 연내 최고 9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상반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용 웨이퍼 월간 투입량 15만 장의 절반인 약 7만5000장을 HBM4에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의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HBM3E 생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HBM4 생산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 모습이다. HBM4 물량을 끌어올려 그간 뒤처졌던 HBM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4 누적 매출은 지난 23일 기준 10억 달러(약 1조5400억 원)를 넘었다.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삼성전자의 2분기 HBM 매출이 전 분기보다 58%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HBM4 공급량을 빠르게 늘리면 첫해 매출이 10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HBM4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이 HBM4에 대해 상당히 벼르고 준비를 많이 해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HBM이라는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앞서고 삼성이 따라가는 모습이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BM 시장에서 두 회사의 점유율이 뒤집힐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장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송 연구원은 "HBM4E 기술 경쟁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섰지만, 엔비디아와의 관계나 점유율은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압도적 1위"라고 진단했다. 반면  손인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7년부터 역전 가능성도 있지만, 늦어도 2028년에는 뒤집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배지수 기자 didyo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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