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차 두 배로 벌어져도…고급유 소비 7.3% 늘었다

한상진 기자

shiraz@kpinews.kr | 2026-09-08 16:51:39

전국 고급유 L당 2314원…일반유보다 455원 비싸
정유사 공급가 천차만별…HD현대오일뱅크, 격차 374원 가장 커
가격 급등에도 7월 소비 7.3% 증가…일반유 0.3% 감소

일반휘발유와 고급휘발유의 가격차가 지난해 말보다 두 배 이상 벌어졌다. 그런데도 고급유 소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고급유 소비량은 전년 동월 대비 7.3% 는 반면 일반유 소비는 0.3% 감소했다.

 

일반유와 고급유 가격차는 정부가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일반유에는 최고가격제를 적용한 반면 고급유는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크게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원료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8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뉴시스] 

 

고급유와 일반유의 가장 큰 차이는 옥탄가다. 옥탄가는 휘발유가 엔진 안에서 비정상적으로 폭발하지 않고 견디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고급유는 옥탄가가 높아 고압축·고성능 엔진에서 노킹(연료가 정상적인 점화 시점보다 먼저 폭발해 엔진에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는 현상)을 억제하고 차량의 본래 성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고급유 사용을 권장하거나 요구하는 고성능·수입차 운전자에게는 가격이 올라도 일반유로 바꾸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반면 일반유에 맞춰 설계된 차량에서는 고급유를 넣더라도 출력이나 연비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다.

 

▲ 고급유-일반유 가격차 흐름. [오피넷·KPI뉴스]

 

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고급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2314.25원으로 일반유 1859.31원보다 454.94원 높았다. 50L를 주유하면 고급유 이용자가 약 2만2750원을 더 부담하는 셈이다.

 

두 제품의 가격차는 올해 들어 급격히 확대됐다. 오피넷 월평균 가격을 분석한 결과 2024년에는 L당 평균 259.39원, 지난해에는 246.96원으로 250원 안팎을 유지했다.

 

가격차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시점은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과 맞물린다. 정부는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지난 3월 13일부터 정유사가 대리점과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일반유·경유·등유에 가격 상한을 적용했다. 고급유는 제외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통상 국제 석유제품 시세를 따라 움직인다"며 "일반유에는 최고가격제가 적용됐지만 고급유는 대상에서 빠진 점이 두 제품의 가격차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도 "고급유에는 최고가격제가 적용되지 않아 국제가격 상승분이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차 확대는 주유소 판매 단계뿐 아니라 정유사의 공급 단계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7월 SK에너지의 고급유 공급가격은 L당 2117.13원으로 일반유보다 335.07원 높았다. 같은 기간 GS칼텍스의 고급유 공급가격은 L당 2079.22원으로 일반유보다 287.53원 비쌌다. HD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의 가격차는 각각 374.47원, 256.08원이었다. 정유 4개사의 고급유와 일반유 공급가격 차이는 단순평균 기준 L당 약 313원이다.

 

이 가운데 HD현대오일뱅크의 고급유 공급가격이 L당 2171.06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 회사는 일반 고급유인 '카젠' 외에 옥탄가 102 이상인 '울트라카젠'도 판매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다른 정유사보다 고급유 제품군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어 제품 구성의 차이가 평균 가격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고급유 가격이나 마진을 별도로 높게 책정하는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중동 전쟁에 따른 원료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도 가격차 확대의 원인으로 꼽는다. 고급유와 일반유는 기본적인 생산공정이 비슷하지만 고급유는 최종 블렌딩(여러 원료를 일정 비율로 혼합하는 과정) 단계에서 성분과 배합 비율을 달리해 옥탄가를 높인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고급유는 옥탄가를 높이는 데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상반기 중동 사태로 원료 가격이 오르고 수급도 어려워졌다"며 "정유사 공급 단계에서 생긴 가격차가 주유소 유통·판매 과정에서 유지되거나 더 벌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고급유는 일반유보다 판매량이 적어 재고관리 부담이 크고, 주유소마다 가격 정책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 부담이 커졌는데도 고급유 수요는 꺾이지 않았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고급유 소비량은 43만1000배럴로 전년 동월보다 7.3% 증가했다. 반면 일반유 소비량은 842만9000배럴로 0.3% 감소했다. 전체 휘발유 소비량에서 고급유가 차지한 비중은 약 4.9%였다. 고급유 사용이 권장되는 차량을 중심으로 한 수요는 가격 상승에도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유지된 것으로 풀이된다.

 


 

KPI뉴스 / 한상진 기자 shiraz@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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