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당 1주 준다해도 '냉담'…휴온스 합병 꺾은 개미와 규제의 힘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 2026-08-28 16:41:41

지주사 주주 반발에 '20주당 1주' 현물배당 카드 던졌지만 냉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개정 상법 시행…이사회 사법 리스크 부담
시장은 '합병 철회'에 상한가 직행…주주행동이 이끌어낸 자본시장 변화

지난 27일 휴온스글로벌 주가는 폭등했다. 전날 나온 자회사 간 합병 계약 해제 공시 때문이었다. 시장은 지주사(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합병이 무산된 상황을 단숨에 '대형 호재'로 받아들였다. 휴온스는 중견 제약·바이오 그룹이다.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등을 다룬다. 

 

이날 휴온스글로벌은 29.83% 오른 3만900원에 마감한 반면, 주력 사업회사인 휴온스는 8.06% 하락했다. 28일 숨고르기에 들어갔음에도 휴온스글로벌 주가는 합병 철회 전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알짜 자산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던 지주사 주주들의 승리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5월 18일이었다. 코스닥 상장사인 휴온스가 비상장 바이오 연구 자회사인 휴온스랩을 흡수합병하기로 양사 이사회가 의결하면서부터다. 회사는 생산·임상 기반을 갖춘 휴온스가 휴온스랩을 품어야 신약 사업화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득했다.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들이 주목해 온 휴온스랩의 핵심 미래 자산이 휴온스로 넘어가면, 성장의 과실을 직접 누리던 구조가 간접화되어 주주가치가 훼손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주들이 지켜내고자 한 핵심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형태로 바꾸는 플랫폼 기술 '하이디퓨즈'였다. 합병이 성사되면 휴온스랩은 소멸하고 해당 기술은 휴온스로 편입될 예정이었다. 휴온스글로벌 입장에서는 휴온스랩 지분 58.19%를 직접 보유하던 구조에서, 휴온스 지분 42.79%를 통해 성과를 간접 공유하는 구조로 재편되어 주주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주연대에 참여한 이병철(48·가명) 씨는 "휴온스랩이 당장은 적자·자본잠식 상태지만 주주들은 기술수출 가능성과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했다"며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한 핵심 자산이 다른 상장사로 넘어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주들의 반발은 순식간에 실력 행사로 이어졌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결집한 지분은 6월 초 11.93%에 달했고, 주주연대는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당황한 휴온스글로벌은 주주간담회를 열고 6월 8일 '현물배당'이라는 달래기용 카드를 꺼냈다. 합병으로 받게 될 휴온스 신주 중 26만38주(주당 1780원 상당)를 일반주주에게 배당하겠다는 안이었다. 휴온스글로벌 약 20주당 휴온스 1주를 주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일회성 보상으로 장기적 기술 가치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주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 씨는 "20주당 한 주를 줄 테니 합병에 동의해 달라는 임시방편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며 "배당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이런 현물배당만으로는 합병 자체에 찬성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를 둘러싼 제도적 환경이 급변한 점도 회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7월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를 강제하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데 이어, 이사에게 전체 주주의 이익 보호 의무를 부여한 개정 상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모회사 주주들의 손실을 무시하고 합병을 강행할 경우 사법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휴온스는 8월 26일 특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합병계약을 해제했다. 회사는 모회사 주주들의 반대와 정책 변화,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재무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합병 무산을 넘어, 일반주주의 동의 없이 그룹 내부의 핵심 성장자산을 함부로 옮길 수 없게 된 자본시장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독립법인으로 남게 된 휴온스랩은 연구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며, 주주연대는 이번 철회를 계기로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주주가치 감시를 이어갈 방침이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