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인요한 부적격 사유는 '탄핵 불참'만이 아니다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6-08-27 15:53:37

6월에 적십자사 회장으로 선출돼…대통령 인준만 남은 상태
선출 알려진 직후부터 각계에서 '부적격 인사' 비판 쏟아져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및 윤석열 탄핵 관련 행보 등 논란
타인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의뢰 전력자라는 점에서도 부적격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25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을 대한적십자사 회장에 임명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청와대는 26일 김 대표의 건의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 전 의원은 지난 6월 22일 적십자사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달 25일에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서 '취업 가능' 판단을 받은 사실이 공개됐다. 남은 단계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인준 절차뿐이다. 적십자사 회장에 취임해 직무를 수행하려면, 대한적십자사조직법에 따라 명예회장인 대통령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 기자 회견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회장 선출 소식이 알려진 6월부터 '부적격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통적으로 지적된 핵심 사유는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인 전 의원이 보인 행태였다.

인 전 의원은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후 국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했다. 이 사태와 관련해 "가슴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이해한다"는 발언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을 옹호하며 탄핵에 사실상 반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일회성이 아니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전부터 인 전 의원은 윤 전 대통령 일가 문제에 대해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을 거듭 보였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키기 1년여 전인 2023년 11월 인 전 의원은 "대통령은 나라님"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 제1항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꺼내기 어려운 말이었다.

2024년 3월에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다 지나간 일", "마피아 조직도 아이하고 집안 부인하고는 안 건드린다"고 강변했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려는 이들이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행태가 이러했으니, 적십자사 회장 선출을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그런 인물을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과연 이번 정부가 말하는 '내란 청산'이고 '실용'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 시민 사회 단체 40여 곳은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모든 기본권과 인권을 짓밟으려 했던 윤석열을 이해하고 탄핵에 반대한 자가 '적십자의 인도주의 정신'을 들먹이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인 전 의원이 "의료 민영화와 영리 병원 도입을 주장"한 점도 질타하며 이 대통령에게 인준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인 전 의원이 적십자사 회장으로서 부적격자인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그간 별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빼놓지 말고 짚어야 할 또 다른 사안이 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KPI뉴스가 단독 보도했던 인 전 의원의 개인정보 유출 의뢰 논란이다.

내용은 이렇다. 2011년 대전국제학교(현 대전외국인학교) 이사장이던 미국인이 이 학교 학생이던 인 전 의원 처조카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문서를 작성해 인 전 의원에게 우편으로 보내줬다. 당시 이 학교 이사였던 인 전 의원의 부탁을 받고 한 일이었다. 개인정보를 누설한 이사장은 2012년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됐다(벌금형 선고 유예).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누설된 정보의 성격에 대해 '당사자가 누구에게라도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으리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의 개인정보'라고 판단했다. 또한 선고 유예 이유 중 하나로 이사장이 자신이 알려준 내용이 인 전 의원의 이혼 소송에 사용될지 모른 채 그렇게 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인 전 의원이 처조카의 개인정보를 이혼 소송에 활용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 전 의원은 이사장과 달리 형사 처분을 받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타인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을 의뢰했다는 것, 더욱이 자신이 이사라는 비중 있는 직위를 맡고 있는 기관이 보유한 정보에 대해 그렇게 했다는 것은 가벼이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이번에 회장으로 선출된 기관이 적십자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적십자사는 수많은 사람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그간 적십자사에서는 2020년 외부 민간 기관에 헌혈자 정보 약 176만 건 무단 제공, 2022년 홈페이지에 반년 가까이 취약 계층 317명의 민감한 개인정보(195명의 주민등록번호 포함) 노출 등 개인정보 관리와 관련해 여러 차례 문제가 발생했다. 타인의 개인정보 유출을 부탁한 전력이 있는 인 전 의원 같은 사람에게 운영을 맡겨서는 안 되는 기관이다.

이처럼 인 전 의원을 적십자사 회장으로 인준해서는 안 되는 사유는 이미 충분하다. 청와대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좌고우면하며 시간을 끌 사안이 아니다.

  

▲ 김덕련 기자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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