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극 3특' 타고 불붙은 통합 공공기관 유치전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6-09-08 17:53:15

정부 'LH 이원화' 방침…국토부 "본사는 진주 잔류"
인천시, 항만공사 등 9개 기관 이전 가능성 거론
대구·울산 등 통합 에너지 공기업 유치전 심화
공공기관 통합 이전 놓고 지방 부동산 명운 갈려

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과 운영 효율화에 착수하면서 기관이 자리 잡은 지방 부동산 시장과 해당 지자체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기관 이전 가능성이 있는 지자체들은 반발하는 반면 통합 공기관을 유치하려는 지역간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개편이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균형발전 구상과 맞물릴 경우, 통합기관을 유치하는 거점 도시와 기존 기관을 잃는 지역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5극 3특'은 수도권 중심의 '1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5대 초광역 메가시티(5극)와 3대 특별자치도(3특)로 재편하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이다.

 

▲ 진주혁신도시.[진주시 제공]

 

8일 경남 진주시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이원화 작업과 관련해 분사를 하더라도 신설 법인 본사 모두 진주시에 두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지난 3일 LH를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나누는 방안을 발표하자 진주 지역사회에서는 본사 기능이 약화되거나 일부 조직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LH는 임직원 약 9000명 규모의 대형 공기업이다. 신설 법인 중 일부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 임직원과 가족의 주거 수요뿐 아니라 지역 상권과 세수, 연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지역사회의 주장이다.

 

 국토부는 일단 '본사 진주 잔류' 입장을 공식화하며  이전 우려는 가라앉았다.  LH가 이미 지방 이전 이후 안착한 상태이고, LH가 지방 이전 이후 진주혁신도시에 안착한 데다 본사와 조직을 재배치할 경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들에게는 안심이 될 만한 얘기다. 그러나 지역 정치인들이 여전히 'LH 분리' 철회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정치적 갈등과 반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극지연구소 등 9개 기관 통폐합 및 이전 거론

 

인천시는 9개 기관이 통폐합 및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부산·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와 하나의 단일 법인으로 통합 추진되며, 한국환경공단, 극지연구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항공안전기술원, 한국서부발전(인천 사업소),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인천 지사), 환경산업기술원에 대한 이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천시가 특히 우려하는 곳은 송도국제도시다. 인천항만공사와 극지연구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주요 기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의 기능이 축소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 직원 주거 수요와 상권 소비가 감소해 침체한 송도 부동산 시장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충남 태안도 비슷한 처지다. 태안은 관내에 유치된 대형 공기업 본사가 한국서부발전 단 1곳뿐인 데다, 향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수순까지 맞물려 있어 위기감이 크다. 5개 발전사 통합으로 본사마저 이탈할 경우 관내 부동산 시장과 지역 경제는 인구·세수·일자리 감소 등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울산 vs 대구 등 '통합 기관 본사' 놓고 경쟁

 

기존 기관을 지키려는 움직임과 함께 통합기관 본사를 유치하려는 지자체 간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울산은 석유·가스공사와 발전사, 항만공사 통합이 추진되면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동서발전, 울산항만공사 본사의 존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울산과 대구는 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합쳐 출범할 예정인 가칭 '에너지자원공사' 본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울산은 석유·화학산업 기반을, 대구는 가스공사 본사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5개 발전사 통합 본사 유치를 놓고 전남 나주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태안(한국서부발전), 보령(한국중부발전), 진주(한국남동발전), 울산(한국동서발전), 부산(한국남부발전)에 각 본사들이 있는데, 나주는 전력과 에너지 사업의 핵심 지역임을 내세워 '통합 본사'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반면 대전은 KTX와 SRT 운영 통합에 따른 수혜 지역으로 거론된다. SR이 한국철도공사 중심으로 통합되고 본사 기능까지 대전으로 일원화되면 대전의 철도산업 거점 기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통합기관 유치 여부에 지방 주택시장 희비

 

부동산 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는 이번 정책이 지방 외곽 도시들의 심각한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 등 부동산 침체를 해소하는 구원투수가 될지, 아니면 양극화를 심화시킬지 여부다.

 

미분양이 적체된 지방 거점 도시가 '에너지자원공사' 통합 본사를 확정 짓거나 대형 공공기관을 흡수할 경우, 고소득 임직원 실거주 수요 유입으로 미분양 소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반면, '특정 메가시티 거점 몰아주기'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유치전에서 탈락하거나 기존 기관을 빼앗기는 외곽 도시들은 미분양 해소는커녕 기존 주택 시장마저 급랭하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이탈하는 동네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지역마다 인구 분포 등 상황이 다 다르지만, 해당 지역 전체로 본다면 기업 이전이 주는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핵심 거점을 확실히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의 핵심 도시나 거점 지역으로 기관이 집중돼야 인프라도 더 확충되고 주변까지 호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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