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대형 건설사 '중처법 첫 사례' 되나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6-05-27 17:21:49

이틀 연속 밀폐공간서 인명사고…조사 착수
법 시행 4년째, 10대 건설사 유죄 확정 '0건'
DL이앤씨 '본보기' 가능성, 대형사 처벌 도마

울산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잇따라 다치거나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시공사인 DL이앤씨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중처법 처벌이 이뤄진다면 10대 대형 건설사 중에선 첫 사례가 된다.

 

▲ 울산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에쓰오일]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처법 위반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돼 명단이 공개된 기업은 총 29건에 달했다. 모두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한 사고들이었다. 시너지건설 대표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삼강에스앤씨 대표가 징역 2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처벌을 받은 기업은 전부 중소·중견 건설사다.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속하는 이른바 '10대 건설사' 중 중처법 위반으로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례는 없다. 지난해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 사고'로 현대엔지니어링 현장 책임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지만, 본사 대표이사를 겨냥한 중대재해처벌법 혐의 수사는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에쓰오일 샤힌 공장 사고가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가속화하는 분수령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DL이앤씨가 공시한 내용을 보면 지난 25일 울산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S-OIL SHAHEEN Project) 현장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드럼(밀폐공간) 내부 맨 밑바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루 전날 동일한 설비 내부에서 다른 작업자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었다. 숨진 근로자는 전날 사고 원인을 점검·파악하기 위해 내부에 진입했다가 화를 당했다. 한 현장에서 위험 징후가 감지됐음에도 이틀 연속 발생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크다는 평가다. 

 

DL이앤씨는 중처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 현장 사고가 빈번했다. 시행 첫해인 2022년에만 4건이 발생해 5명이 숨졌고, 2023년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에는 부산 진해신항 방파제 현장 사망 사고로 박상신 대표이사가 직접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 가운데 점입가경으로 이번 사고가 겹쳤다. DL이앤씨로서 뼈아픈 대목이다.

 

다만 그간 대형 건설사에 대한 사법처리가 지지부진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 처리도 늘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레로 지난해 진해신항 방파제 사고가 발생하자 노동당국이 DL이앤씨 본사를 수 차례 압수수색했지만,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온 것은 없다.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수사과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장은 수개월이면 끝나겠지만 대형 사업장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지만, 노동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원청이 사전에 안전보건 체계 의무 사항을 법적 기준에 맞춰 잘 지켰다면 중처법 적용에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경영책임자가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영책임자가 법이 정한 안전보건 체계를 매뉴얼대로 모두 구축하고 이행했다면 면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은 "대형 건설사의 경우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담 조직과 안전 시스템을 촘촘하게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현장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본사 경영진의 처벌까지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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