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캘리포니아 '원격접속 차단' 코앞…현대 등 완성차업계 '긴장'

한상진 기자

shiraz@kpinews.kr | 2026-06-26 17:16:14

다음 달 1일 SB1394 시행…차량 내부 위치차단 기능 의무화
판매중단 위기 맞은 완성차업계…"준수 어렵다" 유예법안 요청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차량 원격접속 차단 의무화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들은 법안의 일부 규정을 올해 안에 충족하기 어렵다며 시행 유예를 요구하는 중이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미국 시장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에서 차량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캘리포니아주 법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을 갖춘 기존 차량은 운전자가 차량 내부에서 위치추적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지난 2024년 9월 제정된 '자동차 커넥티드 서비스 원격 접근 차단 법안(SB1394)'에 따른 조치다. 미국 내에서 자동차의 원격제어·위치추적 기능이 가정폭력 가해자의 스토킹·통제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자 캘리포니아 의회가 마련한 법이다.

 

지난해 7월부터는 피해자가 접근금지명령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제조사가 영업일 기준 2일 안에 원격 접근 권한을 차단하는 절차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 부분은 업계가 이행을 마쳤다.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차량 내부 위치차단 기능 의무화'가 새로운 쟁점이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통과된 SB1394 법안 내용의 일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률정보시스템(leginfo.legislature.ca.gov)]

 

완성차업계는 기존에 판매된 차량까지 이 기능을 구현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차량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GPS나 도난방지 시스템 등 다른 차량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려면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제조사협회(AAI)는 최근 캘리포니아 의회와 주지사에 시행 일정을 조정하는 법안(SB719)을 이달 내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GM, 포드, 토요타, 폭스바겐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협회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SB719가 7월 1일 전에 서명되지 않으면 캘리포니아 자동차 판매가 중단될 상당한 위험이 있다"며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SB1394가 요구하는 피해자 보호 조치를 이행하고 있지만, 일부 요건은 올해 안에 충족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새 규제는 현대차와 기아의 해외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변수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각각 98만4017대, 85만2156대를 판매했다. 미국은 현대차·기아에 단일 국가 기준 최대 시장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의 약 10%를 차지하는 거점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미국 시장의 규제대응 방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현대차그룹 실무책임자는 "보통 이런 법안 및 규제가 시행될 경우 협회 등을 통해 업계 의견이 전달되는 구조"라며 "현재는 시행 전 단계인 만큼 별도의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담 조직에서 관련 내용을 준비하고 있겠지만 구체적인 대응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규제가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옮겨 가는 만큼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항구 평택대 특임교수는 "앞으로는 데이터와 개인정보, 소프트웨어 보안 등이 핵심 규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미국이 내년부터 SDV(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고 한 만큼 이번 법안도 그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한상진 기자 shiraz@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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