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판 흔드는 '홈플러스 연쇄효과'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 2026-06-18 16:52:55
37개 매장 폐점…주변 마트·SSM 경쟁업체 반사이익 기대
정치권, 철옹성 같던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완화도 논의
자금난에 시달리는 홈플러스가 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주요 점포를 폐점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연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년간 철옹성처럼 굳건했던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완화 논의에도 촉매제가 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휘청인 영향으로 유통산업의 판이 크게 바뀌는 흐름이다.
하림에 SSM 내주고, 폐점 점포 주변 '반사이익'
18일 홈플러스와 마트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4일 홈플러스 37개 매장이 폐점하기로 결정됐다. 지난달 홈플러스는 알짜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를 NS홈쇼핑에 1206억 원에 매각한 데 이어 자산 유동화 및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인수로 하림그룹은 14년 만에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재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림은 NS홈쇼핑에서 판매하는 PB(자체 브랜드) 상품이나 하림의 신선식품 등을 타사 유통채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선보이며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동시에 홈플러스가 철수하는 지역의 인근 경쟁사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폐점 대상 점포 중 절반이 넘는 17개 점포가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12년 묵은 대형마트 규제 풀리나
홈플러스의 위기는 12년간 꽁꽁 묶여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새벽배송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 속에서 오프라인 마트만 과도한 규제에 묶여 공멸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한 결과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정부 및 청와대와 고위당정협의회를 개최하고,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당정청은 "온라인 비중 확대 등 유통환경 급변에 따라 현행 오프라인 중심의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온·오프라인 규제 불균형을 해소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를 명확히 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SSM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으며, 매월 2회 의무휴업을 실시해야 한다. 온라인 배송을 위한 상품 피킹(Picking) 작업 역시 영업행위로 간주된다. 대형마트가 이렇게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에 쿠팡, 네이버,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시장을 완전히 선점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고,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지난달 19일 상정해 소위원회 회부한 상태다.
다만 소상공인 단체들은 대형마트 규제완화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최근 공동 성명서를 통해 "대형마트에 새벽 배송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법안 상정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는 골목상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의 진짜 경쟁상대는 대형마트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것은 쿠팡, 네이버 등 이커머스와 배달플랫폼을 활용한 퀵커머스"라며 "대형마트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를 완화하고 소상공인들에겐 온라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유태영 기자 t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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