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비상'에 5400억 잘라낸 경기도…의회 "근본 대책 없이 기금 돌려막기만"

진현권 기자

jhk102010@kpinews.kr | 2026-09-04 17:20:42

이성원 "비상 선언 뿐 위기 극복 구체적 계획 부재"
김한슬·박정균 "750억 기금 차입…상환 의무 내부 빚"
장한별 "지역개발기금 326억 증액 적립으로 SOC·민생 예산 감액"
정두석 실장 "강력 구조조정 필요…부족 750억 통합계정 융자 충당한 것"

추미애 경기지사의 재정 비상선언 이후 경기도가 5400억 원 규모의 세출 감액 추경안을 내놓자,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근본 재정 대책 없이 전임 도정의 기금 끌어 쓰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질타를 쏟아냈다.


 

4일 열린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의 2회추경안 심사에서 이성원(민주·시흥5) 위원은 추 지사의 지난달 5일 재정비상 상황 선언을 언급하며 "경기도 재정 구조의 본질적인 문제는 세입 감소 자체보다, 세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국고보조금 매칭비와 법정 의무 경비가 지속적으로 늘어 경기도 자체 사업을 감축하거나 빚을 내야만 하는 구조가 3년 연속 고착화된 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1차 추경에서는 이를 메우기 위해 지방채 1978억 원을 추가 발행했고, 2차 추경에서는 지방세 수입이 3000억 원 가량 줄어들자 자체 사업 예산을 2019억 원 또다시 잘라냈다"며 "1차 추경은 빚을 내서, 2차 추경은 자체 사업을 감액하며 중앙 정부 사업을 따라간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세수 위기 상황에는 공감하지만, 비상 선언만 있을 뿐 정작 위기를 극복할 구체적인 자체 계획은 부재 하다"며 "체납 관리 강화나 담배소비세·지방소비세 등 세법 개정 건의 외에 경기도 차원의 비상 재정 극복 방안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정두석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도가 반드시 하지 않아도 될 사무에 대해서는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도가 꼭 해야 할 일에 역량을 집중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도 최소한 수준에서 이어가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유필선(민주·여주2) 위원은 원칙 없는 세출 구조조정으로 인한 도와 시·군 간 신뢰 훼손 문제를 지적했다.

 

유 위원은 "경기도가 21개 시·군에 상사업비를 지급하기로 통보까지 마쳐 놓고 재정난을 이유로 전액 삭감한 것은 전형적인 갑질 행정"이라며, 우수 시·군 상사업비(경상보조 17억 원, 자본보조 15억 원 등 총 32억 원) 전액 삭감 조치를 강력 비판했다.

 

정 실장이 "1300건이 넘는 감액 사업 모두 약속과 신뢰가 걸려 있지만, 재원이 고갈 된 상황에서 어떤 사업을 지켜낼 것인가 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2회 추경을 편성했다"고 해명하자, 유 위원은 "사업량 축소나 집행 잔액 발생, 사업 부진 등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상사업비를 깎는다면 도 행정을 어떻게 신뢰하겠느냐"고 재차 추궁했다.

 

김한슬(국힘·비례) 위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750억 원을 끌어와 노인 장기요양시설 급여 전액으로 편성한 점을 문제 삼았다.

 

추 지사가 SNS 등을 통해 전임 도정의 기금 남용으로 곳간이 비었다고 비판했던 행적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이 "필수 경비인 노인 장기요양시설 급여를 왜 본예산에 세우지 않았느냐"고 묻자, 정 실장은 "경기도 노인 인구가 민선 8기 동안 30만 명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 위원은 "총사업비 996억 원 중 750억 원을 기금에서 꺼내 썼는데, 답변대로라면 노인 인구가 갑자기 75%나 늘었다는 말이냐"며 "결국 기금 차입도 상환 의무가 있는 내부 빚"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 실장은 "그 얘긴 아니다. 이번 추경에서 7700억 원 상당의 감액이 필요했으나 집행잔액 등을 고려한 일반회계 감액 규모가 5465억 원에 그쳐, 부족한 750억 원을 통합계정 융자로 충당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정균(민주·비례) 위원 역시 750억 원 차입 건에 대해 "들어오지도 않을 세입을 들어올 것처럼 예산을 세우고, 세수가 부족해지자 지방채와 기금을 돌려막는 행태는 행정이 아니라 분식회계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부족한 세입을 메우기 위해 기금을 끌어 쓰고 지방채를 발행한 것은 사실이나, 과거 확장재정을 통해 소상공인 등이 혜택을 본 측면이 있는 만큼 방만 경영 여부는 다각도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한별(민주·수원4) 위원은 법적 적립 의무가 없는 지역개발기금에 326억 원을 증액 적립하느라 도민 체감도가 높은 SOC 및 민생 예산이 감액된 점을 질타했다.

 

장 위원은 "300억 원이면 도민이 체감할 SOC 사업을 대거 추진할 수 있음에도 적립 의무도 없는 기금을 쌓느라 민생 사업을 삭감했다"며 "비상 선언 속에서도 민생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법적으로 허용된 재원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지,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종영(국힘·연천) 위원은 전날 행정1부지사 주재 시·군 부단체장 회의에서 '기준보조율 30% 고정 및 비의무 사업 원점 재검토' 방침이 발표된 것을 두고 현장의 우려를 전했다.

 

윤 위원은 "부단체장 회의 직후 몇 군데서 전화를 받았다. '큰집(경기도) 살리기 위해서 작은 집(시·군)이 망하게 생겼다'는 내용이라"며 경기도가 시·군의 재정적 부담을 헤아려 신중하게 예산을 집행할 것을 촉구했다.

 

KPI뉴스 / 진현권 기자 jhk10201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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