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 5세대 전환 '시큰둥'…애타는 금융당국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6-06-26 16:51:59
3년 간 보험료 50% 할인 혜택 주지만…"보장이 너무 약하다" 지적
중·고령층 많은 1·2세대 가입자들, 보험료보다 보장에 더 민감
5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초기 시장 반응은 무난한 편이다. 그러나 정작 핵심 타깃인 1·2세대 가입자의 5세대 전환율은 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기존 1·2세대 가입자들은 5세대의 보장 범위가 좁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분위기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약 60%를 차지하는 이들의 전환이 부진하면 '비중증·비급여 과잉진료 근절'이라는 5세대 출시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 효과를 기대했던 금융당국은 애가 타는 형국이다.
26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 판매가 시작된 지난 5월 6일부터 6월 5일까지 한 달간 손해보험 9개 사의 가입 건수는 총 5만289건이다. 신규 가입 건수는 4만3031건, 기존 실손보험에서 전환한 계약은 7258건이다.
이 중 1·2세대 가입자가 전환한 계약은 5534건이었다. 손보 9개 사의 1·2세대 실손보험 보유계약이 총 1652만5721건이므로 전환율은 0.33%에 불과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 출시 당시 첫 달 가입 건수가 7만1100건이므로 5세대 실손보험 흥행이 부진한 편은 아니다"면서도 "1·2세대의 5세대 전환율이 낮은 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은 크게 2009년 10월 이전 판매된 1세대,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2세대,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3세대, 2021년 7월부터 2026년 5월 초까지 판매된 4세대, 2026년 5월 6일 출시된 5세대로 나뉜다.
5세대 실손보험은 비중증·비급여 보장을 축소한 대신 보험료를 약 30%가량 낮춘 것이 특징이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은 보장에서 빠졌으며, 백내장과 비급여 주사는 제한적으로만 보장한다.
또 5세대 실손보험의 급여 진료 자기부담률은 20%, 중증 비급여는 30%, 비중증 비급여는 50%다. 1세대 실손보험이 급여·비급여 관계없이 자기부담률이 0%, 2세대는 10~20% 수준인 데 반해 꽤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세대 실손보험 출시 목적에 대해 "비중증·비급여 과잉진료가 의료 체계를 왜곡하고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걸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 손보사 임원은 "실손보험 적자 해소 외에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급여 진료를 이용하는 환자는 대개 급여 진료도 함께 받기 마련이다. 즉, 실손보험 덕에 진료비 부담이 적어 병원을 자주 찾는 환자들이 많을수록 건강보험 재정 지출도 증가한다.
지난해 말 기준 건강보험 적립금은 약 30조2217억 원으로 아직 탄탄하다. 지난해에도 4996억 원 흑자를 냈다. 다만 흑자폭이 빠르게 줄고 있는 부분은 걱정된다. 건강보험 흑자는 2023년 4조1276억 원에서 2024년 1조7244억 원, 2025년 4996억 원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정부로서는 건강보험이 적자로 돌아서기 전에 지출을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
다만 그러려면 1·2세대 가입자 다수를 5세대로 전환시켜야 한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중 1·2세대 비중이 58.3%에 달해 이들이 대거 전환하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3세대 실손보험의 만기는 15년, 4세대는 5년인 데 반해 1·2세대는 대부분 만기가 100세다. 3·4세대는 시일이 흐르면 만기 후 자연스러운 전환을 기대할 수 있으나 1·2세대는 아니다.
금융당국은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1·2세대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3년 간 50% 할인해주기로 했다.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기간은 오는 11월부터 6개월 간이다.
그러나 1·2세대 가입자들은 대체로 전환에 부정적이다. 오래된 상품이라 가입자 대부분이 중·고령층이기에 보험료보다 보장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김 모(61·여) 씨는 "나이가 들수록 병원을 찾을 일이 많아질 텐데 보험료를 아끼는 것보다 필요한 치료를 제대로 보장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영양제 등 비급여 주사를 종종 이용하는데, 5세대 실손보험으로는 보장받을 수 없는 점도 마음에 안 든다"고 덧붙였다.
박 모(57·남) 씨는 "평소 병원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보험료 할인 혜택이 긍정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면서도 "3년만 깎아준다는 점은 좀 아쉽다"고 했다.
현 모(55·남) 씨는 "그동안 낸 보험료 전부를 돌려준다면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겨우 3년 간 50% 할인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현 씨는 "20년 가까이 높은 보험료를 내면서 버텨온 건 오직 노년에 의료비가 많이 나올까 걱정되어서였다"며 "이제 슬슬 혜택을 볼 시점이 다가오는데, 5세대처럼 보장이 약한 상품으로 갈아탈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단 내년 5월까지 1·2세대 가입자의 5세대 전환 실적을 살펴볼 것"이라며 "실적이 부진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기간을 늘리거나 다른 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이수민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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