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이어 '수도권 레미콘' 멈춘다…건설 셧다운 초읽기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6-05-29 17:17:17
비용 인상 아닌 '노조' 인정 문제로 갈등 격화
팽팽한 기싸움, 건설 현장 셧다운 현실화 우려
제조사와 한 차례 미팅도 하지 못한 수도권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결국 전면 휴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올해 초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받고 단체교섭을 원했지만 제조사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단 한 차례 협상 테이블도 마련되지 못했다.
제조사 측은 기존대로 권역별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양측은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얼마 전 총파업에 나선 타워크레인 노조에 이어 레미콘 운전기사들이 운행 중단을 선언하면서 건설현장 셧다운 위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9일 한국노총 산하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에 따르면 전날 실시한 쟁의행위(휴업실시) 찬반 투표 결과, 수도권 조합원 7517명 중 7326명이 참여해 6603명이 찬성했다. 찬성률 87.8%다.
운송노조는 다음 달 7일까지 협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8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방식은 믹서트럭 대여업 전면 휴업이다. 이들은 성명문을 통해 "다섯 차례에 걸친 통합교섭 요구를 외면하고 교섭을 회피해 온 레미콘 제조사들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사태 장기화를 선택한 무책임한 태도"라고 질타했다.
양측의 갈등은 올해 초 시작됐다. 통상 2년에 한 번씩 교섭을 해왔는데, 이전까진 수도권 권역을 11개로 나눠 각 권역별로 운송비 등을 협상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13일 운송노조가 경기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노조설립신고증'을 받고, 노조 지위를 주장하면서 협상의 골이 깊어졌다. 제조사 측은 기존 권역별 협상 방식을 고수했고, 양측은 한 차례 미팅도 없이 지금까지 맞서고 있다.
법원은 이미 노조 손을 한 번 들어줬다. 2024년 운송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제조사 측은 이 사실을 사업장 게시판에 공고하지 않았다. 그 자체가 노조 지위를 인정하는 셈이라는 이유다.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이후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은 노조 측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제조사 측은 현재 항소한 상태다.
수도권의 한 레미콘 제조사 관계자는 "운송기사들이 노조 지위를 주장하는데, 노조 설립 인증을 받았더라도 실제 근로자성을 판단받아야 한다"며 "아직 소송 중이기 때문에 제조사 측은 먼저 현실적인 내용을 놓고 협상을 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반비 등 현안에 대해선 빨리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운송노조 측도 강경하다. 조인철 전국레미콘운송노조 교육홍보선전국장은 "굴삭기·덤프트럭 기사들도 올해 초 근로자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레미콘 운송기사들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제조사 측이 1심에서 패소한 상황에서 소송 중이라는 이유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역별 협상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용 협상이 아닌 노조 인정을 둘러싼 대립인 만큼, 법원의 최종 판단 전까지 협상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노조 지위를 인정할 경우 파업권이 생기고 단체교섭도 의무화된다. 아직 2심 변론기일조차 잡히지 않아 최종 판결은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수도권 레미콘 운송기사는 9600여 명이다. 협회는 휴업이 실행될 경우 노조 미가입 기사들을 현장에 투입할 방침이지만, 가용 인원은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운송노조는 민주노총 소속 기사들에게도 휴업 동참을 요청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연쇄 피해를 우려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휴업 기간만큼 공기가 늘어나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 공사비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금 지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하도급은 물론 재무 상태가 양호했던 회사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건설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철근과 콘크리트, 레미콘"이라며 "레미콘이 멈추면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사실상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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