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확~ 달라졌다

김당

dangk@kpinews.kr | 2020-09-04 14:19:02

[데이터로 김정은 읽기] 공개활동 데이터로 드러나는 '위임통치'
올해 수행빈도 상위 김여정∙박봉주∙리병철…'위임통치'와 일맥상통
김정은, UN제재∙코로나19∙수해 '3중고' 속에 역할과 책임도 '분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확 달라졌다.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8월 7일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수해현장을 찾아 근심 어린 눈으로 살펴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며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회 7기 6차 전원회의(8. 19)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를 선언했다. 이른바 '수령의 무오류성'을 부정하는 이러한 '자기부정의 리더십'은 과거 김일성∙김정일한테서는 찾아볼 수 없던 리더십이다.

 

또한 김 위원장은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앞서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이에 대해 '위임 통치'라는 용어를 썼다.

 

이들의 활동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의 상단에 실리는가 하면, 이들의 현지 활동에 '지도'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북한 관영매체들은 최고 지도자와 그 후계자에 대해서만 '현지지도'라는 표현을 썼다.

 

국정원 "통치 스트레스 경감과 정책실패 '리스크 관리' 차원서 위임통치"

 

지난달 20일 신임 박지원 국정원장이 정보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국정 전반에 걸쳐 측근들에게 권한을 이양해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심지어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이 노련한 박 원장이 보고한 '위임 통치'라는 용어에 혹해 별다른 검증없이 브리핑을 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상반기 공개활동 동향과 공개활동 수행자에 대한 분석, 최근 달라진 김정은의 언행과 노동신문 등 관변매체의 보도 양태를 종합하면, 그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바뀌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우선 하태경(국민의힘)∙김병기(민주당) 간사의 정보위 브리핑을 복기하면, 김 위원장이 △김여정에게 국정 전반에 걸친 '중간보고'와 대미∙대남 분야 △박봉주∙김덕훈에게 경제 분야 △리병철∙최부일에게 군사 분야의 상당한 권한을 위임했다는 것이다.

 

경제 분야를 내각총리에게 위임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지속돼 온 것이니 새로운 게 없다. 박봉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내각총리를 두 번이나 역임한 경제통이다. 김덕훈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신임 내각총리다.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월 26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승리 67돌 '백두산 기념권총 수여식'에서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과 인민군 주요지휘관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문제는 민감한 후계구도와 관련된 국정전반에 걸친 '중간보고'나 역시 민감한 군령∙군정권과 관련된 군사 분야 권한을 위임 통치하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김정은은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지만 과거에 비해서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면서도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위임통치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군사 분야에서도 당중앙위원회 부장인 최부일(정치국 위원)에게 신설된 당 군정지도부를 맡기고,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정치국 상무위원)에게 전략무기개발의 전권을 맡기는 식으로 권한을 이양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그 배경으로 △통치 스트레스 경감과 △권한 위임에 따른 책임의 분담을 꼽았다. 김정은이 9년간 통치하면서 스트레스가 커져 이를 줄이는 차원에서 국정전반에 걸쳐 권한 위임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 실패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측근에게 권한을 위임해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김정은 공개활동 급감 배경은?

 

국정원의 이 같은 배경 분석은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 동향과 공개활동 수행자 분석을 통해 상당 부분 근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먼저 북한 매체의 이른바 '혁명활동 보도'를 기준으로 김 위원장이 2020년 상반기에 보인 공개활동은 19건에 불과하다. 이는 집권 이후 예년의 상반기 공개활동 횟수에 비해 가장 적은 수준이다.

 

[표1] 2012년 이후 김정은 위원장 공개활동 횟수 추이

(출처: 김정은 위원장의 2020년 상반기 공개활동 평가와 분석, 통일연구원)


위의 [표1]에서 보듯, 김정은 위원장의 상반기 공개활동 횟수는 2013년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2017~2019년 40~50회 수준이었던 상반기 공개활동 횟수가 2020년 19회를 나타낸 것은 예외적이다.

 

또한 아래의 [표2]에서 보듯, 예년의 동향과 비교해 올해 상반기 공개활동에서 군사분야(10회)가 차지하는 비중(52.6%)이 월등히 큰 반면에, 경제분야(2회)가 차지하는 비중(10.5%)은 극히 작다. 2018년 이후 활발했던 대남 및 대외 공개활동은 올해 들어 전무했다.

 

[표2] 2020년 상반기 김정은 위원장 공개활동 분야별 현황

(출처: '김정은의 자기부정 리더십과 경제정책 수정 가능성'에서 일부 수정 편집)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 기간에 아예 중장기 경제계획 수립 자체를 회피함으로써 그 책임을 모면하려 했다. 김정일은 경제 당국의 입을 빌려 3차 7개년 계획의 실패를 자인하기는 했지만, 김일성이 사망한 이후였다.

 

반면, 김정은은 이번 전원회의 결정을 통해 핵심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자기부정의 리더십'을 드러냈다. 5개년 전략은 김정은 체제의 완성을 선포한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스스로에 의해 제시된 과제였다.

 

김정은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린다"

 

임수호 연구위원은 특히 "김정은이 5개년 전략 실패의 책임을 상황논리로 회피하지도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정은이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혹독한 대내외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에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계획에 실패했다며 실패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 점이다.

 

이는 '수령의 무오류성'을 부정하고 정책 실패를 인정하더라도 8차당대회를 조기 소집해 '털 것은 털고 가자'는 실용적인 노선이다. 이처럼 선대와는 다른 노선 변화는 하노이에서 겪은 '쓰라린 좌절'에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3월 2일 호치민 묘에 화환을 진정해 호 주석을 추모하고 묵상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김정은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베트남 방문 마지막 공식일정으로 호치민묘를 참배하고 헌화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유일한 승전국이자 '시장 사회주의' 성공국인 베트남처럼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자신의 시대를 열려는 꿈에 부풀어 '65시간의 열차행군'을 감수한 그로서는 만감이 교차했을 순간이었다.

 

이번엔 '쓰라린 좌절'을 안고 같은 열차행군으로 하노이에서 돌아온 김정은은 자신을 신격화하지 말라는 이례적 메시지를 당선전 일꾼들에게 서신으로 보냈다.

 

"위대성 교양에서 중요한 것은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인민의 영도자라는데 대하여 깊이 인식시키는 것입니다. 만일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됩니다."(제2차 조선노동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 2019. 3. 6)

 

위임 통치의 배경이 국정원 보고대로 통치 스트레스 경감이건 '리스크 관리'를 위한 책임 분담이건, 김정은이 하노이에서의 쓰라린 좌절 이후 달라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