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선별지원이 당론"…이준석, 논란 진화 나서
'당사자' 이 대표는 13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 번복 논란에 대해 "국민의힘은 선별 지원이 당론"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추경 관련 33조원 규모 중 소상공인 지원에 해당하는 부분이 3.9조다. 그 부분의 비중을 늘리자고 제안을 했고, 송영길 대표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줘서 사실상 합의했다"며 "송 대표 측은 경계선, 행정 비용 문제 등 때문에 전국민 (지원이) 어떻겠냐고 해서 형식은 제 입장에서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두 가지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합의 결과가 '전국민 지원'으로 알려지면서 여야 내부에서 반발이 나온 데 대해선 "오해다. 대변인이 배석하고 4인이 식사하기로 했는데, 방역 강화로 옆 방에서 대변인에게 우리가 스피커폰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날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합의에 대해 "현재까지 검토한 안에 대해 훨씬 더 상향된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하는 안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며 "지급 시기는 방역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주장은 '남는 재원이 있을 시 전국민에 대해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겠다'는 것인데, 여론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에 강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 대표는 "총액 부분에서 33조를 언급했는데, 총액을 늘리자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협상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번복 논란'의 파장을 가라앉히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여야 대표 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어서 그 부분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합의 내용을 언론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배달 사고'라는 것이다.
▲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운데)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현재 재원 33조 원 외에 추가 확보는 불가하다"며 "종전 입장과 같은 입장으로 추경 심사를 할 것이라는 게 당의 입장"임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핀셋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왔다.
與, '이준석 자격미달' 부각하며 "합의 이행" 한 목소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야 대표의 '합의'를 이행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해 100분만에 말을 바꾸는 '100분 대표', 귤 맛을 뽐냈지만 덜 익은 '탱자 대표'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현재의 재난지원금 분류 방법에 따르면 부동산 등 재산이 많은 사람은 받을 수 있지만, 무주택 맞벌이는 재난지원금을 못 받을 수 있다"며 "이번 합의는 이 대표가 실용적 접근을 보여준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민 지원을 합의한 적 없다'는 국민의힘 김 원내대표와 상반된 주장이다. 이어 송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의 결단을 존중하고 뒷받침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저녁에 있었던 여야 당대표의 재난지원금 합의를 국민의힘이 100분만에 번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여야 대표간 정치적 합의가 이렇게 가벼워서야 되겠느냐. 이 대표와 국민의힘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아침에 일어나니 100분만의 번복이라고? 웬일인가 했는데 국민의 힘이 국민 목소리 좀 듣나 했더니 역시 근데 당 대표를 이렇게 깔 봐도 되나? 어이가 없다!!! 정치 불신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표간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대선주자들도 '이준석 때리기'에 가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약속이 헌신짝 취급받는 정치라지만 이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혼선을 빚은 데 대해 국민께 사죄하고 여야 대표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적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도 페이스북에 "합의를 100분 만에 뒤집다니 국정이 장난인가"라고 적었다. 그는 "골목경제의 저수지에 물을 대야 한다"며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 지급해 내수를 살리고 중소 자영업자가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서도 거센 역풍 맞아…'0선 당대표 리스크'라는 지적도
이 대표의 뒤늦은 진화에도 당내에서 성토가 빗발치는 등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0선·30대 당 대표의 경험 부재, 당 철학과 노선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의 문제를 노출했다는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13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 체제는 당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라며 "추경은 원내대표의 소관이고, 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간의 합의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정확한 인식'이 부족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경제통' 대선주자 윤희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의 전선은 다음 세대가 희망을 못보는데도 온 힘을 다해 시스템을 고치기는커녕 국민의 돈을 선심성으로 뿌리며 철 지난 이념과 자기들 패거리만 챙기는 후진 정치를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에 형성돼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어제 양당대표간의 '전국민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의 전투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고 비판했다.
▲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 2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윤 의원은 "당대표의 사후적인 변명이 내세우는 것처럼 추경액수를 늘렸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 지지자를 꼿꼿이 세우고 합리적인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철학의 붕괴"라고 일갈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국민에게 용돈 뿌리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며 "재난지원금을 주더라도 코로나 사태로 피해가 큰 자영업자들에 대해 현실적인 손실보상을 책정하는 방향이 맞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그간 전국민대상 지원금을 지급할게 아니라 자영업자의 생존자금으로 지급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런 제 주장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을 표로 보니까 금액을 줄여서라도 전국민에 지급하려고 하는 여당의 의도를 비판해야지, 야당도 동의했다며 숟가락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의원총회에서 다시 물길을 돌려야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