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은 지난 8일 유조선 2척 수주 사실을 공시했다. 계약 상대는 '버뮤다 지역 선주'로 되어 있는데, 이 계약 상대가 JP모건인 것으로 밝혀졌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이자 자산운용사인 JP모건이 왜 조선·해운업계의 대형 발주처로 나선 것일까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TradeWinds)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에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수에즈막스(Suezmax)급 크루드 오일 탱커 2척의 실제 주인은 JP모건 자산운용(J.P. Morgan Asset Management)인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이 아니라 추가 발주다. 이번 발주로 JP모건이 삼성중공업에 확보해 둔 수에즈막스급 선박만 총 7척으로 늘어났다.
JP모건은 올해 들어 삼성중공업에 대규모 발주를 지속하며 업계의 강력한 '큰손'으로 이미 주목받아 왔다. 지난 1월 7200억 원 규모의 LNG 운반선 2척을 시작으로, 3월에는 수에즈막스급 탱커 3척(약 4000억 원), 4월 초대형가스운반선(VLGC) 2척을 연달아 주문했다. 이어 5월에도 1조 원 규모의 복수 선종 패키지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삼성중공업 한 곳에만 누적 10척이 넘는 선대를 집중 발주했다.
|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유조선. [삼성중공업] |
월가의 금융 공룡이 이처럼 거대 선박 발주에 직접 나서는 것은 이른바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의 일환이다. JP모건 자산운용 내 글로벌 교통 그룹(Global Transportation Group)은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적 자산 외에 비행기, 대형 선박 등 실물 자산(Hard Assets) 투자를 전문으로 다룬다.
JP모건의 이 같은 행보는 직접 해운업을 운영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이들은 삼성중공업과 같은 기술력 높은 조선사에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을 발주해 건조한 뒤, 이를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나 대형 해운사에 장기 임대(용선)하는 방식을 취한다. 매달 막대한 용선료 수익을 거두어 펀드 투자자들에게 배당하고, 향후 선가 상승 시 매각 차익까지 노리는 일종의 '선박 임대업' 구조다.
특히 최근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해상 운임이 폭등하면서 탱커 시장이 강력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대규모 베팅의 배경으로 꼽힌다. 실물 자산인 선박은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분산) 효과가 뛰어나며,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의 자산 가치가 높아지고 있어 금융 자본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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