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송 중재서 한국정부 개입과 투자 손실 인과관계 인정됐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피해를 봤다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부가 한국 정부의 개입과 투자 손실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기존 배상 내용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제시한 지급액은 손해배상금과 이자, 법률비용 등을 포함해 약 1억1300만 달러(약 1533억 원)다.
![]() |
| ▲ 2023년 6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대한 1300억 원 배상 ISDS(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 결정곽 관련한 시민단체 기자회견. 이재용 삼성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구상권과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하는 회견이다. [이상훈 선임기자] |
1일 엘리엇이 PR뉴스와이어를 통해 배포한 발표문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추가 판정을 내렸다.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올해 2월 영국 법원에서 기존 배상 판정을 취소하는 데 성공했지만, 사건을 다시 심리한 중재판정부가 정부의 배상 책임을 재차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쟁은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시작됐다. 엘리엇은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삼성물산 주주로서 합병에 대한 찬반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사건은 기업 간 소송이 아니라 외국 투자자가 투자 대상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이다. 엘리엇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투자자 보호 의무를 한국 정부가 위반했다는 이유로 배상을 요구했다. 중재판정부는 이 분쟁에서 재판부 역할을 맡아 정부의 협정 위반 여부와 배상 책임 등을 판단했다.
중재판정부는 2023년 6월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을 유도한 행위가 한미 FTA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중재판정부가 이 사건을 판단할 권한이 있는지 등을 문제 삼아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2월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기존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 법무부는 당시 정부가 취소소송에서 승소했으며, 기존 배상 판정을 집행할 수 없게 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결정으로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더라도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개입이 엘리엇의 손실을 초래했다면 정부에 배상 책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법원은 이 부분을 중재판정부가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돌려보냈다.
다시 심리할 핵심 쟁점은 '정부 개입이 없었어도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을 것인가'였다. 정부 개입으로 국민연금의 표결 방향이 달라졌는지, 그로 인해 엘리엇에 손실이 발생했는지를 따지는 절차였다. 정부와 엘리엇이 모두 영국 법원 결정에 항소하지 않으면서 사건은 환송 중재절차로 넘어갔다.
엘리엇은 이번 추가 판정에서 중재판정부가 "한국 정부의 불법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국민연금은 합병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국가기관인지와 관계없이 정부의 개입이 투자 손실을 초래했다는 판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엘리엇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기존 배상 내용을 복원하고 이후 진행된 절차에 따른 추가 비용도 반영했다. 이번에 제시한 약 1억1300만 달러는 손해배상 원금에 이자와 법률비용 등을 더한 총액이다.
엘리엇은 한국 정부에 판정 이행을 촉구하면서 지급이 늦어지는 동안 하루 1만 달러 이상의 이자가 계속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양지욱 기자 yj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