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찰나에 식어버리는 '핫 전자' 에너지, 화학반응 활용법 개발"

최재호 기자 / 2026-07-27 09:09:15
美 연구팀 함께 양자점 망간의 초고속 스핀 교환 기반 광환원 반응 규명

빛을 받은 반도체에는 여분의 에너지를 품은 '핫 전자(hot electron)'가 생긴다. 일반 전자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지만 몇 조분의 1초 만에 식어버려 활용이 어려웠는데, 국제공동연구팀이 반도체 나노입자에 망간을 넣어 이 에너지를 화학반응에 쓰는 방법을 찾아냈다.

 

▲ 진호 교수.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UNIST는 화학과 진호 교수가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빅터 클리모프 박사팀과 함께 '양자점' 내부의 망간이 핫 전자의 에너지를 받아 분자에 전자가 전달되도록 중개하는 스핀 교환 반응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양자점'은 수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다. 빛을 흡수하면 내부 전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라가며 '핫 전자'가 되는데, 이 전자를 다른 분자에 넘기면 해당 분자가 전자를 얻어 태양광 수소 생산이나 이산화탄소 전환의 광환원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핫 전자'는 일반적인 양자점 안에서는 빠르게 에너지를 잃는다. 불과 수조분의 1초 만에 '식은 전자'가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핫 전자가 에너지를 잃기 전에 이를 광환원 반응에 활용하기 위해 셀렌화카드뮴(CdSe) 양자점 내부에 자성을 띠는 망간 이온을 넣었다. 망간 이온은 핫 전자가 포함된 전자·정공 쌍과 초고속 스핀 교환을 일으켜 열로 사라질 에너지를 받아내고, 이 망간 이온이 원래 스핀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전자가 분자로 이동하면서 광환원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스핀 교환은 전자의 스핀이라는 방향성을 갖는 물리적 성질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위치가 바뀌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전달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 펨토초 과도흡수 분광법을 활용했다. 시료에 매우 짧은 간격으로 레이저를 비춘 뒤 빛의 흡수 변화를 측정해 전자와 에너지가 움직이는 과정을 추적하는 방법이다.

 

▲ 연구 그림. 망간의 스핀 교환 통해 핫 전자 에너지를 광촉매(광환원) 반응에 쓰는 원리 개념도. 

 

양자점 표면에 전자를 받으면 환원되는 메틸비올로젠 분자를 붙이고, 망간을 넣은 양자점과 넣지 않은 양자점을 비교해 본 결과, 망간을 넣은 양자점에서는 전자 전달 속도가 기존보다 10배 이상 빨라졌다. 스핀 교환이 전자가 반응 분자로 넘어가는 빠른 통로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또 이 스핀 교환이 핫 전자의 에너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검증하기 위해서는 크기가 큰 양자점에 고에너지 빛과 저에너지 빛을 각각 비추는 실험을 진행했다. 양자점에 고에너지 빛을 비췄을 때만 광환원 반응이 일어났는데, 이는 핫 전자가 가진 여분의 에너지가 망간을 거쳐 광환원 반응에 쓰였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제1저자로 참여한 진호 교수는 "기존에는 반도체와 반응 분자 간의 에너지 준위가 맞지 않으면 전자 전달이 에너지적으로 불리해 광환원 반응을 일으키기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는 스핀 교환을 통해 핫 전자의 여분 에너지를 활용하면 이러한 조건에서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새로운 광촉매 메커니즘을 입증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태양광 기반의 수소 생산이나 이산화탄소 전환을 위한 차세대 고효율 광촉매 설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26일 공개됐다.

 

KPI뉴스 / 최재호 기자 choijh199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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