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민 뜻 겸허히 받들 것"…정청래 "아프다"
여론 지지 국정 드라이브 본격화…견제 민심은 부담
재보선 9곳 與, 4곳 국힘…한동훈 당선, 조국은 낙마
吳·韓, 보수 재건 구심점…국힘 장동혁 사퇴요구 분출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16곳 광역단체 중 12곳을 석권했다. 경기·인천·부산·울산·강원·제주·전남광주통합특별시·전북·충북·충남·대전·세종이다.
하지만 최대 승부처 서울을 놓쳤다.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했으나 '빛바랜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서울 등 4곳을 지켰다. 3곳(대구·경북·경남)은 영남이다. 패했으나 최악은 면한 셈이다. 4년 전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12곳, 민주당이 5곳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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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당선 결과 [그래픽=뉴시스] |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14곳 국회의원 재보선에선 민주당이 9곳을 가져갔다. 원래 13곳을 갖고 있었으니 4석을 까먹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경기 평택을 등 4곳을 차지해 선전했다. 격전지 평택을 승부는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최대 관심지인 부산 북갑에선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건 각종 정책 추진과 입법 활동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권이 표심 잡기를 위해 내세운 '국정 안정론'과 '내란 심판론'에 유권자 다수가 공감했다는 얘기다.
유권자는 그러면서도 여야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힘의 균형을 맞춘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의힘을 압도하는 이 대통령 지지율을 감안하면 '정권 견제' 심리도 적잖게 드러나서다.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살아남은 배경으로 짐작된다. 국민의힘은 서울 수성을 통해 이재명 정부 독주 견제론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대통령 사건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특검법 추진, 규제 위주의 부동산 문제, 스타벅스 '탱크데이' 행사 논란 등은 여권이 보수 결집의 빌미를 준 것으로 평가된다. 집값에 민감한 강남3구를 중심으로 오 후보에 대한 몰표가 쏟아져 역전의 동력이 됐다.
이번 표심에는 계엄·탄핵 사태 후 반성·쇄신이 실종된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심판 심리도 크게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 요구를 외면하며 '윤 어게인' 노선으로 일관한 장동혁 지도부가 자초한 일이다. 징계 조치로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계를 짓누르고 내분을 키운 장 대표 책임이 가장 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오 후보가 4일 새벽 대역전극을 펼치며 민주당 정원오 후보에게 승리한 것이다. 전날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정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측된 터라 이변의 충격은 더 컸다.
오 후보는 개표 막판까지 이어진 초접전 승부 끝에 근소한 차이로 서울시장 선거 사상 첫 5선 고지에 올랐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는 평범하고 성실한 시민들의 승리"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오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개표율 97.70% 기준 48.94%를 얻어 정 후보(48.34%)를 0.60%포인트(3만359표) 차이로 앞서며 승리를 확정했다.
정 후보는 패배를 승복했다. 그는 "시민의 선택을 무겁고 겸허히 받들겠다. 제가 부족했다"며 "오 후보께 축하 말씀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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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된 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직원들에게서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선거상황실에서 패배 승복 선언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다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장 민주당 당선자는 △경기 추미애 △인천 박찬대 △부산 전재수 △울산 김상욱 △충북 신용한 △충남 박수현 △대전 허태정 △세종 조상후 △강원 우상호 △전북 이원택 △전남광주 민형배 △제주 위성곤이다. 국민의힘 당선자는 오 후보와 △대구 추경호 △경북 이철우 △경남 박완수다.
재보선 민주당 당선자는 △경기 안산갑 김남국 △경기 하남갑 이광재 △인천 계양을 김남준 △인천 연수갑 송영길 △충남 아산을 전은수 △광주 광산을 임문영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김의겸 △전북 군산·김제·부안을 박지원 △제주 서귀포 김성범이다.
국민의힘 당선자는 △경기 평택을 유의동 △충남 공주·부여·청양 윤용근 △대구 달성 이진숙 △울산 남갑 김태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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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 국회의원 재보선 여야 당선자. [그래픽=뉴시스] |
이번 선거를 통해 이 대통령은 행정·입법 권력에다 지방 권력까지 장악하면서 보기 드물게 강력한 국정 주도권을 틀어쥐게 됐다. 이 대통령은 승리의 여세를 몰아 리더십을 강화하며 국정 추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4년간 국정 속도를 두 배로 높이고 정성을 다하면 8년처럼 일할 수 있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간 야당과 여론의 반대가 걸려 미뤄왔던 국정 과제와 현안을 신속히 처리할 것으로 가능성이 높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 등이 시급한 숙제다.
이 대통령은 분위기 일신을 위해 개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당대표 도전을 위해 조만간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에는 정성호 법무 장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발목을 잡는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입법 드라이브를 본격화하며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할 것으로 점쳐진다. '조작 기소' 특검법 처리가 1순위로 여겨진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 결과로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차기 당권 향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선거를 지휘한 정청래 대표 리더십에도 상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북지사 공천 등을 놓고 친명, 친청계 간 갈등이 가시화된 만큼 서울 패배가 정 대표에 대한 불만 표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정 대표의 연임 구상에 변수가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권 도전이 유력한 송영길 연수갑 당선자는 MBC라디오에서 "당 대표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고 (8월) 전당대회에서 종합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친청계 최민희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송 당선자를 겨냥해 "경쟁적 책임 추궁 전에 결과를 냉정하게 분석부터 했으면 한다"고 받아쳤다.
국민의힘은 선거 패배 책임론에 휩싸여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남당' 이미지가 굳어져 인적 쇄신 등 대대적인 개편 압박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서울 승리는 당의 도움 없이 오 후보가 개인적인 인물 경쟁력으로 따낸 성과다. 오 후보는 후보 등록 때부터 장 대표에게 '윤 어게인 노선' 변화나 사퇴를 요구했다. 선거 기간 장 대표와 단 한 차례도 공동 유세에 나서지 않으며 철저히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오 후보는 이번 승리로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 당의 구심점으로서 장 대표 정리와 보수 재건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향후 야권 권력 구도가 오 후보, 한 후보 2명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후보는 강력한 0.5선으로 화려하게 생환했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와의 단일화 없이 3자 대결에서 이긴 터라 승리 의미가 더 크다. 그는 당선 일성으로 "북구를 발전시키고 보수를 재건하고 이재명 정권 폭주를 제어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당장 한 후보 복당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북구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가 (국민의힘에서) 부당하게 제명된 날 반드시 돌아간다는 말씀을 드렸다. 이번 선거 승리도 그 약속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 민심을 바탕으로 보수 재건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장 대표는 한 후보 제명을 주도하고 당선을 저지하는데 주력한 만큼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한 후보를 겨냥해 "보수를 망가뜨린 사람이 보수를 재건하겠다는 것이 시민들에게 와닿겠느냐"고 비판한 바 있다.
유의동 후보는 SBS라디오에서 장 대표 거취와 관련해 "당연히 고민을 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당선인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현재 지도부가 가려고 했었던 방향이 민심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냉정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에 "아쉬운 선거 결과에 송구스럽다"고 썼다. 그는 "모든 상황이 어려웠던 이번 선거였지만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새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친한계와 소장파는 장 대표가 패배 책임론에 선을 그은 것으로 받아들여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민심은 천심, 당 지도부는 거취를 속히 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정훈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배현진 의원 등과 기자회견을 갖고 "지선이 변곡점이 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친여 잠룡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평택을 재선에서 3위로 낙선해 정치적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 결과에 책임지겠다.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장 대표의 버티기와는 대조적이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기초단체장 선거구 227곳 가운데 52.4%인 119곳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41.9%인 95석을 얻었다. 2022년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145석, 민주당이 63석을 가져갔다.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서울에선 민주당이 25곳 중 17곳, 국민의힘은 8곳에서 승리했다.
이번 선거에선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가 장시간 대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오 후보는 "선관위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모양인데, 결과론적으론 모두 대통령 책임"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통령은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책임질 것이 있다면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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