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겨냥하고 국힘 직격…'SNS정치' 마이웨이
전문가 "중수청에 부정적…코어 지지층도 이탈예상"
리얼미터…李 지지율 36.9%, 8월 4주차부터 30%대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에서 2027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새해 예산은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한해 정부 살림살이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며 야당 협조를 구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연설에 앞서 'SNS 정치'를 빼놓지 않았다. X(엑스·옛 트위터)에 글을 두개나 올려 진보 진영을 겨냥하고 국민의힘을 직격했다. 좌, 우 가리지 않고 맞붙는 파이터가 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7분 X에 올린 글에서 "정치적 올바름이 오늘날 대중의 반발과 피로감에 부딪힌 이유는 그 지향 가치 자체가 아니라 이를 주장하는 태도에 내재된 '언행불일치'와 '내로남불'에 있다"고 지적했다. "도덕과 정의 등 숭고한 가치를 내걸지만 실제에서는 이중 잣대로 타인에게만 가혹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이어 "스스로 지키지 못하는 기준을 남에게만 강요하는 내로남불의 태도가 지속되는 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비판과 냉소는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비판 대상은 특정되지 않았으나 검찰개혁이나 다문화 가정 지원 등에서 선명성만을 내세운 강경파와 진보 진영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X글에서 "왜 시중에서 PC(PC-Political Correctness)주의나 내로남불, 진영주의에 기반한 발언에 반감을 가지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특히나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인생이 걸린 정치 영역에서는 훼손된 정치적 올바름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X글에선 "껍데기만 좇는 눈에는 껍데기만 보일 뿐"이라고 국민의힘을 공박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해외 순방이 잦다는 보수 야권 비판에 대해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X에 썼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깎아내리는 것도 모자라 돼지에까지 빗대는 오만함"이라고 반격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이 이날 재반격을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K자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낡은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공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집중되는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든 지역과 모든 국민이 성장의 기회와 성과를 고르게 누리는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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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한 뒤 서영교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뒤) 등이 굳은 표정으로 이 대통령 시정연설을 듣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약 27분간 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30차례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이 대통령이 오전 10시 2분쯤 입장할 땐 도열한 채 박수로 환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피켓시위로 이 대통령을 맞으며 여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추진 등을 성토했다. 연설 중엔 모니터 앞에 '사법부 겁박 중단 재판 독립 수호', '1400조 나랏빚 162조, 미래빚더미기금'이라고 적힌 포스터를 붙여 항의했다. 일부 의원은 "초과세수가 있는데 왜 추가 국채를 발행하느냐", "재판 재개하라"고 외쳤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어깃장에 "계속 방해하는 얘기"라고 맞받은 뒤 "제가 계속해도 되겠느냐"고 물으면서 연설이 40초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연설이 끝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당원권 정지 2년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조경태 의원만 남아 있자 이 대통령이 다가와 악수하며 등을 두드렸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과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대통령이 'SNS 정치'에 몰두하는데 대해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와 반대가 적잖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마이웨이다. SNS를 통한 직접 소통에 대한 자신감, 과거 성공 경험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지율이 저조한 건 정부 주요 정책과 현안에 대한 홍보와 설명 부족 탓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대통령들도 지지율이 떨어지면 홍보에 매달렸다. 그러나 이 대통령처럼 직접 나서 크고 작은 논쟁적 사안에 입장을 밝히는 건 거의 처음인데,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대통령은 사회 갈등을 최종 정리하는 국정 최고책임자다. 정제되고 공정하며 치밀한 메시지 관리가 필수적이다. 거칠고 치우친 표현으로 논쟁을 주도하면 상대의 불만을 사고 반발을 부를 공산이 크다. 지지율에 호재가 되지 않는 셈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이 더 멀어질 수 있다. 중수청은 2028년 총선에서도 '캐스팅 보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표심이 돌아서면 여권 위기감이 번질 수밖에 없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대통령이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되는 '유발자 현상'이 발생하므로 지지율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수청 뿐 아니라 코어 지지층인 '호사화'(호남·40대·화이트칼라)의 추가 이탈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도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하는데, 시시콜콜한 이슈나 의제를 놓고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건 위험과 실수를 자초하는 일"이라며 "안 그래도 현 정권에 빈정이 상해 있는 중수청에겐 부정적인 면만 부각될 수 있다"고 짚었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유권자 2515명 대상 실시)에 따르면 이 대통령 지지율은 36.9%를 기록했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해 1.6%포인트(p) 올랐다. 부정 평가는 60.1%로 전주 대비 2.2%p 떨어졌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8월 4주차(38.9%)에서 30%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곤 이번 조사까지 두달 넘게 3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중수청 지지율은 평균(36.9%)보다 낮은 편이다. 서울은 33.6%, 인천·경기는 36.8%였다. 20대와 30대에선 각각 30.1%, 26.1%에 불과했다. 반면 부정 평가는 각각 66.3%, 71.1%로 평균(60.1%)보다 6%p 이상 높았다. 다만 중도층 지지율은 40.0%로 평균보다 앞섰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여론조사(지난달 27∼29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이 39%로 나타났다. 전주 조사 대비 1%p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49%였다.
서울과 인천·경기는 모두 37%였다. 20대, 30대는 28%, 31%였다. 중도는 39%. 리얼미터 흐름과 비슷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8월 4주차(42%)와 9월 1주차(40%)에선 40%대가 유지됐다. 그러나 9월 2주차(38%)에 30%대로 떨어지더니 10월 4주차(40%)를 빼곤 30%대 후반이 이어졌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조사는 각각 ARS 방식과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터뷰 조사는 체계적, 구조적으로 친여 성향이 ARS보다 더 많이 반영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3~5%p 더 높게 나오는 것으로 추정한다. 결국 두 조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 지지율은 30% 중반대 박스권에 갇혔다고 여겨진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3.1p다. 응답률은 각각 3.0%, 10.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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