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도 못 뚫는 신소재'…연구팀, 수소구조재 설계 새 방향 제시
극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고강도 구조재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 기대
포스텍은 친환경소재대학원·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친환경소재대학원 박사과정 김래언 씨 연구팀이 금속 미세조직을 거꾸로 설계하는 '역방향 기울기 구조'를 개발해 높은 강도와 수소취성 저항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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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텍 친환경소재대학원·신소재공학과 김형섭 교수, 포스텍 친환경소재대학원 박사과정 김래언 씨. [포스텍 제공] |
이번 연구는 부식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Corrosion Science'에 게재됐다.
금속은 강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수소 앞에서 더 쉽게 부서지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른바 '수소취성'이다. 수소가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지금, 이 딜레마는 수소경제로 가는 길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수소 저장탱크와 배관, 연료전지 같은 인프라를 지으려면 튼튼하면서도 수소에 잘 견디는 금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를 포스텍 연구팀이 깼다. 연구팀은 금속 내부 구조 순서를 통째로 뒤집었다. 이를 '역방향 기울기 구조'라 이름 붙였고 이 구조를 적용한 고엔트로피 합금에서 강도와 수소취성 저항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금속 표면을 단단하게, 내부는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설계하는 기존 정석을 뒤집고 연구팀은 표면에는 수소에 강한 '재결정 조직'을 내부에는 강도를 끌어올리는 '냉간압연 조직'을 배치했다. 겉은 수소를 막아내는 역할을, 속은 힘을 내는 역할을 나눠 맡긴 셈이다.
이 설계의 핵심은 '구조적 차폐'라는 개념이다. 수소에 강한 표면층이 외부 환경을 먼저 견뎌내면서 안쪽 고강도 조직에는 수소가 닿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별도 코팅이나 보호막을 덧씌우는 방식이 아니라 금속 내부 미세조직의 배열 순서를 바꿔서 수소의 침투를 줄였다.
특히 강도와 함께 잘 늘어나는 성질인 연성까지 같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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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소 취성 저항성을 위한 역방향 기울기 미세구조 전략에 대한 모식도. [포스텍 제공] |
실제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합금은 일반 열처리 합금보다 항복강도가 약 2.4배 높았다. 그런데도 수소를 주입한 뒤 나타나는 연성 감소 폭은 기존 합금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강도는 훌쩍 뛰었는데 수소취성이라는 약점은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연구는 표면 코팅이나 복잡한 후처리 공정 없이도 미세조직의 배열 순서를 바꾸는 설계만으로 수소취성을 줄일 수 있다는 원리를 처음으로 보여줬다.
이 원리는 수소 저장탱크와 배관, 연료전지 등 수소경제 인프라뿐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 쓰이는 고강도 구조재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섭 교수는 "표면 코팅에 의존해 온 기존 수소취화 대응을 넘어 미세조직 자체가 능동적으로 수소를 차폐하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며 "수소 저장·운송용 차세대 합금 설계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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