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장소 찾아 헤메는 밀양아리랑 영재단…'3대 아리랑 고장' 밀양시 현주소

손임규 기자 / 2026-08-26 16:25:58
정선·진도는 전승 공간 운영…공연단 "명성만으로 문화유산 이어지지 않아"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경남 밀양지역 정서를 대표하는 밀양아리랑 첫 소절이다. 수백 년 동안 지역민의 삶과 애환을 담아온 밀양아리랑은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아리랑으로 꼽힌다. 빠르고 경쾌한 '세마치장단'과 힘찬 선율이 특징이다.

 

▲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별관 1층에 위치한 밀양아리랑 전수관 모습. [손임규 기자]

 

이 노래는 원래 밀양에서 전승돼 온 민요였지만, 1920년대 이후 음반과 공연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가들이 개사해 부르기도 했으며, 오늘날에는 지역 문화의 상징이자 공연·축제에서 자주 연주된다. 

 

하지만 밀양에는 밀양아리랑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승할 '독립 전용' 전수관이 없다. 강원도 정선군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진도군의 경우 아리랑의 보존·전승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고 교육과 체험, 공연 등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별관 1층 전시실은 당초 밀양아리랑 소리꾼 양성을 위해 조성됐으나, 이후 지금의 전수관과 전시 공간으로 변경됐다. 그러다 보니, 전수관이 제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나 협소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베트남 등 해외에서 무형문화 유산인 밀양아리랑을 현대적 예술로 발전시키고 있는 밀양아리랑 영재단 40여 명은 정작 공연 연습 장소를 찾지 못하고, 옛 밀양대 강당 등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별관1층 전수관에는 공연에 필요한 악기, 소품, 의상 등을 보관할 만한 공간마저 찾기 힘들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 밀양 영남루 입구에 설치돼 있는 밀양아리랑 노래비. [손임규 기자]

 

'3대 아리랑의 고장'이라는 명성만 있을 뿐, 이에 걸맞은 전승 기반 시설이 아예 없다는 얘기다. 지역예술인은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외지 관광객에게 밀양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진정성 있는 문화정책을 행정기관에 주문하고 있다.

 

특히 아리랑을 관광과 연계할 경우, 전수관은 단순한 보존시설을 넘어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방문객이 밀양아리랑의 유래를 배우고 직접 노래와 장단을 체험하며 공연까지 관람하는 공간을 만든다면 문화유산 보존과 관광 활성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양아리랑 공연 관계자는 "구호나 명성만으로 문화유산은 이어지지 않는다"며 "기록하고, 연구하고, 가르치고, 공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다음 세대에도 살아 있는 문화로 남는다"고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밀양시 관계자는 "밀양아리랑 보존회 활동이 정선 등에 비해 활발하지 않은 점을 전수관이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선아리랑은 보존회가 있고 명인이 지정돼 있지만, 밀양아리랑은 보존회가 없고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돼 있다. 영남루 앞 밀양무형유산 전수교육관이 완공되면 밀양아리랑 공연과 체험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별관 1층에 위치한 밀양아리랑 전시관 모습. [손임규 기자]

 

KPI뉴스 / 손임규 기자 kyu3009@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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