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모'에 '포모'까지?…불안·초조함이 관절을 혹사시킨다

정민화 기자 / 2026-06-01 10:43:51

# "딸깍, 딸깍."

서울의 한 독서실. 6월 모의평가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김모(19) 군은 문제를 풀다 막힐 때마다 손안의 피짓토이(Fidget Toy)를 만지작거렸다. 처음에는 단순히 긴장을 풀기 위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손목과 손가락이 저리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직장인 이모(49) 씨는 스마트폰으로 주식 차트를 연신 확인하고 있었다. 코스피 8000 시대 기대감 속에 급등 종목을 놓칠까 불안했던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뚜둑' 꺾는 습관이 생겼다. 퇴근 후에는 턱이 뻐근하고 입을 벌릴 때마다 '딱' 소리가 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불안감 속 이를 악물었던 탓이다. 

 

▲ 스트레스로 인한 반복 습관이 근골격계 건강에 부담을 주는 모습. [챗GPT 생성]

 

현대인들은 '쉼 없는 스트레스와 긴장 상태' 속에서 살아간다. 학생들은 시험과 입시 압박에, 직장인들은 성과 경쟁과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여기에 코스피 8000 시대를 맞아 쏟아지는 투자 성공담은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닐까' 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까지 자극한다.

이 같은 불안감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손가락을 꺾고, 이를 악무는 행동으로 긴장을 해소하려 한다. 문제는 이러한 습관들이 단순한 버릇에서 끝나지 않고 손과 턱 등 관절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6모 앞둔 수험생들…반복적 '피짓토이' 사용이 손 질환 부른다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가 오는 4일 실시된다. 일명 '6모'라고도 불리는 이번 모의고사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뿐 아니라 재수생들도 함께 응시하는 시험으로, '수능의 전초전'이라 불릴 만큼 수험생들에게 중요한 입시 관문이다. 특히 2028학년도 대입부터 수능·내신 체제가 개편됨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의 N수생이 몰릴 전망이다. 그만큼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느끼는 압박감 역시 상당하다.

이에 일부 수험생들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직이거나 만지작거리면서 긴장을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피짓토이(Fidget Toy)'다. 피짓(Fidget)은 초조함, 지루함 등으로 '꼼지락거리다' 혹은 '가만히 있지 못하다'를 의미하는 영단어다. 피짓토이는 이러한 행동들을 돕는 장난감(Toy)이다. 실제 독서실이나 학교 교실에서 피짓스피너·말랑이·큐브 등을 반복적으로 만지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피짓토이가 주목받는 배경은 단순하다. 반복적인 손동작이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일정한 리듬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면 일시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무의식적인 산만함이나 초조함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복적인 촉각 자극이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고 집중력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피짓토이를 장시간 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 손목과 손가락에 지속적인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 특히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거나 손목을 비트는 동작을 이어가면 손가락 힘줄과 손목 주변 근육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뻐근함 정도로 느껴지지만, 반복될 경우 손목 통증이나 손가락 저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피짓토이를 오래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곧바로 질환을 만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반복적인 손목·손가락 사용이 손목터널증후군과 방아쇠수지증후군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은 그간 꾸준히 보고돼왔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내부의 신경 통로인 수근관이 압박되면서 엄지와 검지, 중지 주변 저림이나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또한 방아쇠수지증후군은 손가락에 강한 힘이 가해지거나 같은 동작을 반복할 경우, 손가락 힘줄에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손가락을 구부릴 때 나는 '딱' 소리가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비슷해 해당 이름이 붙여졌다.

다행히 손목터널증후군과 방아쇠수지증후군의 치료법은 다양하며, 그중 한의학에서는 침·약침 등 한의통합치료로 관련 질환을 호전시킨다. 특히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널리 이용되는 약침은 두 개의 질환 증상 완화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대한한방내과학회지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 논문에 따르면 방아쇠수지증후군 환자에게 3주간 약침 치료를 진행한 결과, 환자 통증숫자평가척도(NRS; 0~10)가 치료 전 8(매우 심한 통증)에서 치료 후 1(미미한 통증)로 크게 감소했다. 아울러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NRS 또한 치료 전 매우 심한 통증인 9에서 치료 3주 후 통증이 1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8000 시대 속 늘어나는 '포모'…손가락 꺾기·이 악물기가 부르는 통증

최근 코스피 8000 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연일 신고가 소식이 이어지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도주의 급등세가 부각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포모'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하나",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같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포모 심리는 단순히 투자 판단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차례 주가 변동을 확인하는 행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높이고, 급등락하는 장세를 놓칠까 불안한 마음에 스마트폰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거나 손가락을 꺾으며 긴장을 해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손가락을 꺾을 때 나는 소리는 관절액 속 기포가 터지면서 발생하는 생리적 현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습관적으로 반복하면 관절 주변 연부조직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질 수 있다. 특히 강한 힘으로 손가락을 꺾는 행동은 관절에 미세한 부담을 누적시켜 염증을 유발하고, 연골 마모를 촉진해 손가락 관절염 위험을 높인다.

손가락 관절염의 주요 증상으로는 손가락 마디에 열감과 콕콕 쑤시는 통증이다. 통증이 심화될 경우 손가락 마디가 부어 오르고 손톱 변형까지 생길 수 있다. 이에 손가락 끝에 통증과 뻣뻣한 느낌이 지속된다면 손가락 관절염을 의심하고 의료기관 방문을 권한다.

 

뿐만 아니라 불안과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무는 습관이 생기기 쉽다. 이 같은 습관은 턱 주변 근육과 인대에 과도한 압력을 가해 턱관절 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다.

턱관절 장애는 턱관절과 주변 근육에 문제가 생겨 통증이나 기능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입을 벌릴 때 '딱딱' 소리가 나거나 턱이 걸리는 느낌이 들고, 심하면 입이 잘 벌어지지 않기도 한다. 두통이나 목·어깨 결림, 귀 주변 통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흔하다.

한의학에서 턱관절 장애 치료에 주로 침이나 추나요법이 활용된다. 특히 추나요법은 손과 손가락을 이용해 비틀어진 턱관절과 주변 구조를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실제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 연구에 따르면, 턱관절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추나요법을 시행한 결과 일반 물리치료군 대비 증상 호전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감정 및 언어 표현 기능 평가 항목에서 추나요법군은 약 47% 개선된 반면 물리치료군은 1.4% 개선에 그쳤으며, 삶의 질 관련 지표 역시 추나요법군에서 더 높은 호전도를 보였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시험과 투자처럼 결과에 대한 압박이 큰 상황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를 악무는 습관이 나타나기 쉽다"며 "이러한 행동이 지속되면 손목·손가락·턱관절 주변 근육과 인대에 부담이 누적될 수 있어 평소 스트레스 관리와 올바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 [자생한방병원 제공]

 

KPI뉴스 / 정민화 기자 mhw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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