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독립성 소신···케빈 워시와 각국 중앙은행가들 새겨야
미국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지지율이 나왔다. 중앙은행 총재가 선출직은 아니지만 국민에 대한 책임성은 선출직 못지않기에 큰 관심을 끈다. 갤럽이 최근 조사한 미국 주요 정책결정자에 대한 국민 지지율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위(44%)를 차지했다. JD 밴스 부통령이 2위(39%),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3위(38%),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4위(37%),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위(36%)다. 미국 전체 성인(all US adults)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특히 민주당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오랜 공화당원인 파월에 대한 지지율은 압도적 1위(46%)이며 베센트 2위(20%), 로버츠 3위(16%), 밴스 4위(5%), 트럼프 5위(3%) 순이다.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미국 국민의 초당파적인 지지와 높은 평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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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AP 뉴시스] |
이처럼 높은 국민적 평가를 받는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수요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 결정과 함께 격동의 8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파월 의장의 재임 기간 중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부터 악당의 서사와 같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이르기까지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팬데믹 이후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정책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 등이 있었지만 파월 의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공격 속에서도 연준의 독립성을 굳건히 지켜낸 점은 칭찬받을 만하다. 파월은 압력에 굴하지 않고 버텨냄으로써 금융시장의 혼란과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막는 데 크게 기여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고별 기자회견을 통해 의장으로서의 임기는 이달 중에 만료되지만 2028년 1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연준 이사직은 그대로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연준 이사는 FOMC 위원으로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굳건히 지키려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948년 매리너 에클스 연준 의장 또한 지금의 파월처럼 의장 임기 만료 후에도 연준 이사직을 유지한 바 있다. 당시에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되었다. 파월은 연준의 113년 역사상 전례 없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위협 상황을 우려하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것은 연준이 봉사하는 국민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할 핵심 가치임을 강조했다.
파월의 고별 기자회견 몇 시간 전 상원 은행위원회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에 대한 상원 본회의 인준안을 승인했다. 24명으로 구성된 은행위원회에서 공화당 의원 13명 전원이 찬성했다. 연준 본부 건물 개보수 공사 예산 초과 건으로 파월 의장에 대해 진행해 온 형사 수사를 법무부가 중단하겠다고 한 데 따른 의회 움직임이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을 비롯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파월에 대한 수사가 중앙은행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그동안 워시의 인준을 지지하지 않았다. 법무부의 수사 중단 발표로 인준의 큰 걸림돌이 제거된 것이다. 돌파구는 백악관, 법무부, 상원 은행위원회 간의 전격 논의에서 만들어졌다. 다만 법무부는 수사 재개 가능성을 계속 열어 놓은 상태다. 100명으로 구성된 상원 본회의 공화당 의원은 53명이다. 공화당 우세인 상원 본회의 인준을 받으면 워시는 차기 연준 의장에 취임하게 된다.
워시가 차기 의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초당파적으로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파월 의장이 연준 이사회와 FOMC에 계속 남게 됨에 따라 향후 연준은 거버넌스와 정책에서 다소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먼저 중앙은행 독립성의 상징인 파월이 의장 임기 만료 후 연준 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연준 이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대항하는 강력한 방어벽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천군만마와도 같은 파월의 연준 잔류에 더하여 워시 차기 의장의 연준 이사회 합류는 트럼프가 임시로 임명한 꼭두각시이자 파월의 적대자인 스티븐 미란 연준 이사를 워시가 대체하도록 만든다. 연준법에 따라 연준 의장이 되기 위해서는 7인으로 구성되는 연준 이사회의 이사 신분이라는 법적 요건을 확보해야 하는데 1월로 이미 임기가 만료된 상태에서 재임하고 있는 미란의 이사직 자리를 워시가 이어받게 되는 거버넌스 구조다. 트럼프의 꼭두각시 역할을 해온 미란이 정책결정자에서 빠지고 워시가 들어오며 파월이 그대로 잔류하는 연준 이사회 및 FOMC 구성이 된다.
지난주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시 미란은 금리 인하를 주장했으며 미란을 제외한 FOMC 위원 전원은 금리 동결에 찬성했다. 특히 세 명의 FOMC 위원은 통화정책 결정문의 금리 인하 가능성(easing bias) 시사 표현에 반대했다. 반대표를 던진 세 명은 이번 달 고려대 세미나와 한국은행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하는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준 총재다. 이들은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기 전부터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기에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임을 우려해 왔다. 이들 세 명의 FOMC 위원이 완화적 통화정책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자 금융시장은 즉각 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을 줄이면서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크게 영향을 받는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의 반대 의견은 앞으로 워시 차기 의장의 금리 인하 주장에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시장 평가가 나왔다.
워시는 쉽지 않은 국면을 맞으며 연준 의장에 취임하게 되었다. 유권자들의 생활비 부담 증가로 트럼프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금리 인하를 원한다는 것을 워시는 잘 알고 있다.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와 연준의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 속에서 워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워시는 이미 연준 이사직을 역임한 중앙은행가이며 이사 재임 중이던 2010년에는 독립성에 대한 찬가(An Ode to Independence)라는 제목의 연설도 했다. 이번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독립성에 대한 나름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파월 의장 또한 지난주 고별 기자회견에서 워시의 독립성 소신을 그대로 믿겠다고 말했다.
이제 실제로 워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맞설 수 있음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전임 의장 파월처럼 소신 있는 모습을 워시가 빠르게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시장과 국민의 높은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파월이 트럼프는 물론 부통령, 연방대법원장, 재무장관을 모두 누르고 지지율 1위인 이유를 워시뿐만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가들이 앞으로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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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저서: 우리 시대의 금융경제 읽기(박영사, 2025년) △ 2025년~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법무대학원 교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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