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신현송의 삼각축, 워시의 대차대조표…핵심은 '정책 충돌 조율'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2026-04-23 16:41:45
신현송 취임, 원화국제화·지급결제혁신·거시건전성체계 삼각축 정책접근 제시
워시의 대차대조표 정책접근과 공통적인 관건이자 시험대는 정책의 여명지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했다. 지명 한 달여 만인 4월 21일이다. 같은 날짜인 4월 21일 미국 현지 시각,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지명자는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출석했다. 지명 두 달 20여일 만이다. 하지만 워시가 연준 의장에 취임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워시는 상원 본회의에서 자신의 인준안 표결이 언제 이루어질지조차 아직 알지 못한다.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연준 본부 건물 개보수 공사 비용이 예산을 초과했다며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해 진행 중인 법무부의 수사가 중단될 때까지 상원 본회의 표결을 막겠다고 밝혔다. 상원 은행위원회 의원 24명 중 공화당 의원은 13명이다. 상원 본회의 인준을 받으려면 먼저 은행위원회 과반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하므로 틸리스 의원 혼자서 은행위원회 승인을 막을 수 있다. 100명으로 구성된 상원 본회의에서도 공화당 의원 53명 중 최소 51명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당파 대립 구도에서 워시의 인준이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왼쪽 사진),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 [뉴시스]

 

한미 중앙은행 총재 교체기에 신현송 한은 총재는 취임했고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는 여전히 인준의 문턱에 서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 절차와 정치적 공방 속에 묶여 있다. 다만 이번 은행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얽혀있는 절차 문제만 부각된 것은 아니다. 워시의 대표적인 지론이라고 할만한 정책 이슈인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에 관한 접근 방법도 심도 있게 다루어졌다.

워시는 2011년 연준 이사직에서 사임한 이후 일관되게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를 비판해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비상조치로 도입한 양적 완화 프로그램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강도 높게 시행한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해 더 강한 비판을 드러냈다. 대규모 대차대조표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현상이 되었으며 연준이 정치적인 역할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연준이 재정 당국인 것처럼 많은 장기 국채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연준이 대차대조표 축소를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 워시는 현재의 관행대로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워시는 대차대조표 문제가 발생하는 데 18년이 걸렸는데 18분 만에 해결할 수는 없다며 변화는 정책 체계의 전환을 거치는 과정에서 신중해야 하고 잘 조율되며 잘 계획되고 잘 설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재무부와 협력하여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빠른 속도의 추진은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는 통화·재정·금융 등이 교차하는 영역의 복합적 정책 이슈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일응 이 대목에서 신현송 한은 총재의 취임사 중에서도 인상적이며 의미심장한 키워드로 읽힌 문장이 다가온다.

'원화 국제화와 지급결제 혁신, 거시건전성 체계가 삼각 축을 이루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 

 

함축적인 삼각 축 정책접근이다. 이를 그동안 국내에서 이루어진 치열한 현실 논의와 연결하여 다소 직접적으로 바라본다면 예컨대 원화 국제화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상호작용 메커니즘과 아울러 통화·외환·재정·금융정책 프레임워크 설계가 결합되는 포괄적 정책접근을 고려한 키워드로 읽힐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혁신을 넘어서는 요소다. 디지털 금융의 글로벌 혁신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원화 국제화의 새로운 경로로도 주목받을 수 있다. 자본시장이나 무역 궤적과 다른 영역에서 원화의 범위를 확장하는 잠재력을 지닐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원화 국제화의 촉매로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는 정책 프레임워크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는 한국 정책 체계 전반의 신뢰를 시험하는 장이 된다. 통화·외환·재정·금융정책의 여러 맥락을 고려하는 통찰력이 요청된다. 그야말로 해면의 포말과 심해의 흐름을 동시에 읽어야 하는 영역이며 이를 감당하기 위한 정책 역량이 필연적이다.

통화·외환·재정·금융정책 등이 상호작용하는 영역은 이른바 정책의 여명지대(zone of twilight)에 해당한다. 동시적 권한(concurrent authority) 또는 불확정적 권한(uncertain authority)이 작용하는 여명지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건은 이러한 정책의 여명지대를 현실 속에서 어떻게 설계하며 정책을 구현해 나갈 것인가다.

신현송 한은 총재가 취임사에서 강조한 원화 국제화, 지급결제 혁신, 거시건전성 체계의 삼각 축 또한 관건은 이러한 정책의 여명지대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워시 또한 상원 은행위원회 인준청문회의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논의에서 통화·재정·금융 등이 교차하는 정책의 여명지대를 시사한 측면이 있다.

결국 핵심은 통화·재정·금융이 겹치는 영역을 어떻게 조율하느냐다. 신현송 총재가 제시한 삼각축과 워시의 대차대조표 접근 모두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앞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은 금리 조정에 그치지 않고, 서로 충돌하는 정책 영역을 조율하는 데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시험대는 이러한 정책의 교차 영역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저서: 우리 시대의 금융경제 읽기(박영사, 2025년) △ 2025년~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법무대학원 교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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