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공급 전격전' 주문했지만 산 너머 산…올해 착공 목표 달성 '어려워'

설석용 기자 / 2026-10-22 16:54:03
현재 기준 수도권 착공 목표 37% 달성…보상·이주 병목 등이 난제
'모듈러 주택'으로 공사기간 줄여도…"국민 인식 전환·높은 공사비가 걸림돌"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 전격전'을 주문한 가운데 현재 착공 실적은 9만9000가구로 연간 목표의 37%에 불과해 올해 착공 목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토지 보상과 주민 이주 등이 공급 속도를 제약하고, 대안으로 꼽히는 모듈러 주택도 높은 공사비가 과제다. 서울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신규 택지 활용과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둘러싼 정부·서울시 간 정책 조율도 필요하다.

주거 안정에 국정의 성패를 걸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 전격전'까지 주문하며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올해 수도권 주택 착공 실적이 연간 목표의 37% 수준에 머무는 데다, 정부가 제시한 연말 전망치도 목표에 못 미쳐 공급계획 이행에 경고등이 켜졌다.

 

정부는 인허가와 보상 절차를 병행하고 공사기간을 줄여 공급을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토지 확보와 주민 이주, 사업비 조달 등 현장의 병목을 해소하지 못하면 속도전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22일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집계된 올해 주택 착공 실적은 연간 목표치(26만8000가구)의 37% 수준인 9만9000여 가구다.

 

정부는 지난해 제시한 2026~2030년 수도권 135만가구 착공계획에 추가 공급대책을 더해 현재 150만가구 이상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이 같은 중장기 공급계획의 실행력을 가늠할 첫해다.

 

연간 목표를 채우려면 10월 둘째 주 집계 이후 약 16만9000가구를 추가로 착공해야 한다. 정부는 착공 예정 물량이 4분기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지만, 연말 전망치로는 21만8000~23만5000가구 이상을 제시했다. 이 전망 범위는 올해 목표보다 3만3000~5만가구 적다.

 

주택 공급은 정책 발표가 곧바로 착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신규 택지는 지구 지정과 토지 보상, 이주·철거, 부지 조성 등을 거쳐야 한다. 민간 사업 역시 인허가와 사업비 조달, 시공사 선정 등 여러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행정 절차 단축·모듈러 주택 대안 제시

 

정부는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주택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평균 68개월에서 최단 37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지구계획 수립과 보상 등의 절차를 병행해 시간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행정절차를 줄이더라도 토지 확보와 주민 이주가 늦어지면 실제 착공 일정은 밀릴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최단기 모델 역시 보상과 이주·퇴거 등 부지 확보 기간을 기존 44개월에서 24개월로 줄이는 것을 전제로 한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양창릉·남양주왕숙·부천대장·인천계양·하남교산 등 3기 신도시 5개 지구에서 집행된 보상금은 13조1726억 원이다. 당초 예상액 12조1450억 원보다 1조276억 원, 약 8.5% 늘었다. 토지와 건물 인도를 둘러싼 명도소송도 2700건 넘게 제기됐다.

 

속도전의 핵심 대안으로 '모듈러 주택'도 거론된다. 공장에서 구조물을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라 착공부터 입주까지 약 1년 정도면 가능하다. 시공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모듈러 공법도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주택 공사비는 철근콘크리트 구조 대비 약 130% 수준으로 형성돼 왔다. 설계와 부품의 표준화, 반복 발주를 통한 생산비 절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낯선 공법에 대한 수요자들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도 과제다.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분양 등 실제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법 개선과 별개로 서울 도심 공급을 확대하려면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조율도 필요하다. 용산공원 부지의 주택 공급 활용과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

 

공급의 핵심 축인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에서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서울시의 제도 개선 건의 일부를 수용했지만,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완화와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은 협의 과제로 남아 있다. 공공 주도 공급과 함께 민간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 역시 주택 공급 확대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연일 속도전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는 기존 관행과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택지 조성과 인허가, 착공에 걸리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공급 전격전을 펼쳐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여름철 부동산 정책 수립을 위한 대국민 릴레이 토론회를 수차례 거쳤고 종합 대책까지 발표한 상황에서, 당장 시장의 판도를 바꿀 획기적인 추가 대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지난해 공급 계획 발표 당시부터 우려됐던 문제들이 현재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착공 집계는 수년 전 준비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 수치로 나타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 금리 급등 전 추진됐던 사업들이 현재 집계되는 것인데, 그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된 만큼 당분간 나올 실적도 저조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속도전을 독려하더라도 당장 착공 시점을 비약적으로 앞당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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