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형사 기소 제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국회 통과
"개정안, 사망·중상해 사건까지 형사 특례…위헌성 높아"
"필수 의료 위축시키는 사법 리스크? 실체 없는 허구"
"의료인 중과실 여부 판단하는 데서 의료인 배제해야"
"위헌성 높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유감이고, 걱정입니다."
박호균 변호사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해당 법안은 의료인에 대한 형사 기소를 제한하는 법이다. 박 변호사는 24일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의사 출신으로, 근 20년간 의료 소송 분야에서 활동한 의료전문 변호사다. 한국의료변호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대표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이름도 히포크라테스다. 히포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 의사로 '의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박 변호사는 "이 법이 시행되면 향후 위헌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시행령에 위임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향후 시민 단체의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에는 의료인에 대한 반의사 불벌 특례를 확대하고 공소 제한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의사 불벌 특례는 의료 사고로 업무상 과실 치상죄가 발생하더라도, 의료인이 설명 의무를 이행하고 책임보험에 가입했으며 조정을 통한 합의가 성립할 경우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하는 것을 말한다.
공소 제한 특례는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고위험 필수 의료 행위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 치사상죄가 발생하더라도 의료인 등이 피해자에게 민사상 손해 배상금 전액 지급 등의 보상을 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공소 제한 특례는 중대한 의료 과실이 있거나, 의료인이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설명 의무를 위반했을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책임보험 가입, 설명 의무 이행, 손해 배상금 전액 지급 조건을 충족하고 '중대 과실이 아니다'라는 판정을 받으면 의료 사고로 환자가 중상해를 입거나 사망해도 의료인에 대한 형사 기소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뜻이다.
KPI뉴스는 23일 국회 본회의 직전 박 변호사를 만나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인터뷰는 서울 서초구 박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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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호균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사무실에서 K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
ㅡ개정안의 위헌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많이 모방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달리 사망·중상해 사건까지 특례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개정안에 제시된 12가지 유형의 중과실에 속하지 않는 업무상 과실로 피해를 볼 경우, 손해 배상금 지급 등이 이뤄지면 형사 처벌을 촉구할 수 없다. 이는 다른 영역 피해자들과 비교할 때 평등 원칙에 반한다.
고위험 필수 의료 행위 개념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그 부분을 시행령에 위임한다는 것인데, 윤석열 정부에서 우리가 경험했듯이 시행령 정치를 통해 국민의 권리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는 죄형 법정주의에 저촉될 우려가 크고, 헌법을 얘기할 때 많이 나오는 명확성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
ㅡ개정안 추진의 주요 근거는 '의료인의 사법 리스크가 과도해 필수 의료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2년 전 윤석열 정부가 필수 의료 붕괴 요인 중 하나로 '과도한 사법 리스크'를 제시하면서, 의료인에 대한 형사 특례를 규정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했던 것과 닮은꼴이다.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는 주장, 어떻게 보나.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의사에 대한 형사 기소가 연평균 754.8건'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2022년에 발표했다. 영국, 일본 등에 비해 한국 의사들이 과도한 처벌을 받고 있다는 논리였다. 여러 언론이 검증 없이 퍼뜨리고 일부 법조인 등이 논문에 인용하면서 이 보고서 내용이 기정사실처럼 돼 버렸다.
그러나 보고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754.8건은 피고인으로 형사 기소된 사건 숫자가 아니라 피의자로 경찰서에 입건된 사건 숫자다. 악의적인 보고서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주해 작년에 공개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심 형사 재판을 받은 기소 건수는 연평균 34.4건에 불과했다. 여기에 벌금형이 선고된 재판까지 포함하면 1년에 50건 내외라고 볼 수 있다.
기소돼도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낮다. 기소되는 의료인 중 소아과, 흉부외과 같은 필수 의료 쪽 비중도 낮다. 기소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전공은 필수 의료 쪽이 아니라 정형외과, 성형외과처럼 의사들이 선호하는 분야다. 흉부외과는 5년간 기소 건수가 2건뿐이었다.
필수 의료를 위축시킨다고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사법 리스크는 실체가 없는 허구다. 상황이 이런데도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기이한 현상이 생길 것이다."
ㅡ어떤 현상을 말하는 건가.
"개정안의 핵심은 민사 재판 판결에 따라 손해 배상금을 지급하면 의료인에게 형사 면책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적으로 65세가 넘으면 손해 배상 영역에서는 위자료밖에 없다. 정년이 지났다고 해서 저평가된 결과다. 현실에서는 1억 원 정도만 청구할 수밖에 없고, 의료 사고에서 실제로 인정되는 금액은 대개 2000만~3000만 원밖에 안 된다.
개정안대로면 자기 가족이 의료 사고로, 의료인의 업무상 과실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어도 2000만~3000만 원 정도의 손해 배상금을 받으면 해당 의료인을 형사 처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 형사 처벌을 원하는 사람은 민사 배상을 일단 포기해야 한다.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나?
형사 처벌 여부는 윤리적 기준과도 관련된 문제다. 형사 처벌을 하지 않으면 윤리가 무너질 수 있다. '보험에 가입했고 나중에 돈 주면 되니까 환자가 죽어도 난 상관없어', 이렇게 여기는 파렴치한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다."
ㅡ공소 제한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 중과실 유형을 12가지로 한정한 부분도 논란이다.
"12개 유형의 중과실이 아니면 봐주자는 게 개정안의 취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의료 과실을 유형화해 12개로 한정할 수 있을까? 선진국에서도 유형화를 시도했지만 법제화하지 못했다. 환자도, 질병도 다양하고 응급 상황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의사가 음주 상태에서 수술하다가 의료 사고가 날 경우 12개 유형의 중과실에 해당할까? 복지부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게 하기 어렵다. 그렇게 하려면 법에 음주 측정 규정, 혈중 알코올 농도가 얼마일 때 중대 과실로 본다는 내용 등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나? 그만큼 개정안은 허술하고 그물이 듬성듬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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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호균 변호사. [이상훈 선임기자] |
ㅡ개정안에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게 하는 내용도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 이 위원회에 대해 우려하자 의협 쪽에서 '중대 과실 여부를 사실상 의사가 판단하는 구조'라며 안심시키는 모습도 나타났다.
"위원회 구성원이 20명인데 그중 5명이 의료인 몫이다. 의료계를 대변하는 변호사 등도 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계 쪽 인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는 구조다. 위원회에서 수사 기관에 의료인 출석 요구 자제를 요청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해서 초동 수사가 막히면 무엇으로 중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의료인의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서 의료인을 배제해야 한다. 의료 소송에서 의료인 쪽에 유리하게 이뤄지는 편파 감정은 예전부터 고질적인 문제였다."
ㅡ의료 사고로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형사 면책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법이 다른 나라에도 있나.
"중대 과실 유형을 규정하고 형사 면책을 해주는 입법 사례는 접한 적이 없다. 그런 사례가 있다면 의료계에서 먼저 알렸을 것 같은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
KPI뉴스 /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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