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이 텅텅 비었다'…추미애, 경기도 재정 비상사태 선언

김영석 기자 / 2026-08-05 16:40:53
지방채 한도 9조1460억 원의 99.6% 소진...7700억 감액추경 불가피
"지방채·기금까지 총동원했지만 민생사업 9개월 분 예산만 편성"
공직자 업무경비 감액·행사성 예산 재검토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 시행

추미애 경기지사가 5일 경기도 재정위기를 '비상 상황'으로 공식 선언하며 강도 높은 재정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며 긴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추미애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지방채 발행 한도가 사실상 소진되고 각종 기금까지 전용했음에도 민생사업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한 현실을 공개하며 구조적 재정위기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추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경기도는 새로운 공약사업을 추진하기는커녕 이미 진행 중인 사업조차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시간이 흐른다고 재정 상황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지금 조치하지 않으면 2~3년 뒤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재정위기의 심각성은 수치로도 드러났다. 추 지사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모두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법정 한도인 9조1460억 원의 99.6%를 사용했다. 

 

20년 만의 지방채 발행에 이어 지난해에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개정해 각종 기금 5588억 원을 일반회계 등에 활용했다. 남북협력기금도 384억 원 가운데 340억 원을 통합계정으로 이전되면서 잔액이 44억 원만 남았다.

 

하지만 이 같은 재원 확보에도 올해 예산은 정상적으로 편성되지 못했다. 도는 상당수 민생사업의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으며, 올해만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인장기요양 △초·중·고 급식비 지원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 △가족돌봄수당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노동자 휴게시설 설치사업 △공공관리제 운영지원 등 주요 민생사업의 마지막 3개월 예산이 편성되지 못했다.

 

추 지사는 "이 같은 재정난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 추미애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그는 "경기도 전체 예산은 약 41조7000억 원이지만 실제 정책적으로 활용 가능한 재원은 3조5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도세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취득세에 의존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곧바로 재정 확보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2022년 약 11조 원이던 취득세 수입은 올해 약 8조 원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기대를 모았던 3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취득세 수입도 당초 예상치인 6조500억 원에서 2300억 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교통과 소방, 기반시설 확충 등 개발에 따른 재정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경기도가 대규모 기반시설을 투자해도 법인 지방소득세는 시·군에 귀속되는 세수 구조, 배분 교정교부세(교부금) 등 구조적 재정 압박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49%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령화가 이어질 경우 60%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추 지사는 이에 따라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하고 △도지사를 포함한 위임직과 업무경비 감액 △낭비성 예산과 불요불급한 사업 전면 정비 △공직조직과 공공기관 조직 재정비 △세입구조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혁 추진 등 4대 비상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일회성 행사와 선심성 사업, 반복적인 연구용역과 민간위탁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대신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와 같은 필수 민생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추 지사는 "재정위기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닌 만큼 바로잡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과 고통이 따를 것"이라며 "그 부담을 사회적 약자에게 떠넘기지 않고 불필요한 곳부터 줄여 공정한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지사와 고위공직자 업무경비 감액 △행사성·낭비성 예산 전면 재검토 △공공기관 조직 효율화 △세입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개혁 등을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필수 민생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KPI뉴스 /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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