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부캉이'에겐 열광, 고래 불법 포획·유통은 방치?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 2026-10-16 17:10:41
'부캉이' 열풍과 대비되는 고래 고기 불법 유통 실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의 고기까지 버젓이 판매
'혼획 고래 판매 예외적 허용' 기형적 구조 바로잡아야

'부캉이'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140만여 시민이 '부캉이'를 보러 발걸음했다. 부캉이는 지난달 18일 부산 북항친수공원 인공 수로에서 발견된 상어다. '부캉이' 문제는 12일(해양수산부 대상)과 13일(지식재산처 대상)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제로 올랐다.

 

상어는 어류다. 포유류인 고래와 계통은 다르지만, 많은 이들에게 고래와 더불어 대표적인 대형 해양 동물로 여겨진다.

 

▲ 속초해양경찰서 경찰들이 2021년 1월 6일 강원도 고성군 문암항 앞바다에서 혼획된 밍크고래의 불법 포획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시민들이 '부캉이'를 보러 북항친수공원을 찾은 지난 6일 환경운동연합과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 등이 고래 고기 불법 유통 실태를 고발했다.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고래 고기 식당 115곳 중 27곳에서 확보한 시료의 DNA를 서울대와 천연기념물동물유전자원은행에서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7개가 참고래·보리고래·멸치고래로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참고래·보리고래·멸치고래는 모두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생물 즉 법정 보호종이다. 포획도, 유통도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불법 유통망을 통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현실이 확인된 것이다. 일부 식당 관계자들이 법정 보호종임을 알면서도 버젓이 그 고기를 팔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현행법은 상업적 목적의 고래잡이를 금지하고 있다. 동시에 일부 고래 고기가 합법적으로 유통·판매될 수 있는 길도 열어놓고 있다.

적잖은 시민이 고개를 갸웃할 수 있는 이 상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혼획(混獲) 고래 판매 허용, 다른 하나는 모든 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혼획은 어획 대상종에 섞여 다른 물고기를 비롯한 해양 동물이 함께 잡히는 것을 말한다. 혼획 고래 판매 허용은 죽은 고래를 육지로 끌고 와서, 의도적으로 잡은 것이 아니라 다른 어종을 잡으려 친 그물 등에 '우연히' 걸려 죽은 고래라고 해경으로부터 인정받으면 유통·판매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모든 혼획 고래의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고래 중에서 밍크고래처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지 않은 고래만 유통·판매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이번에 확보한 시료 27개 중 20개가 밍크고래로 분석됐다. 이 20개가 모두 실제로 혼획된 후 합법적으로 유통된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불법 포획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혼획됐다고 보고되는 고래는 생각보다 많다. 해경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6월까지 국내 연안에서 혼획된 고래가 4084마리에 이른다.

해양보호생물이 아닌 밍크고래가 혼획되면 보통 수천만 원대에 팔린다. 그래서 '바다의 로또'라 불린다. '바다의 로또'라는 행운을 8번이나 누리며 4억 원 넘게 이익을 거둔 사람도 있다.

혼획 고래 판매 허용, 해양보호생물 지정에서 일부 고래 배제, '바다의 로또' 현상이 결합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그간 이어졌다.

고래잡이는 금지하면서 유통·판매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기형적 구조가 혼획을 빙자한 사실상 의도적 포획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그중 하나다. 또한 매년 적발될 만큼 고래 불법 포획이 지속되는 것도, 법정 보호종에 속하는 고래의 고기까지 일부 식당에서 팔고 있는 것도 그러한 기형적 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환경 단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고래를 법정 보호종으로 지정할 것 등을 요구해왔다. 또한 윤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혼획 예방, 어업인 지원을 포함한 종합적 고래 보호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해양 포유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법안)을 지난해 10월 발의했다.

고래 불법 포획·유통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이러한 단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법안 내용도 사회적으로 논의할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다. 법안은 발의 후 1년이 지난 현재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부캉이'가 북항친수공원 인공 수로에서 발견된 지 한 달이 다 되었다. 곧 추워져 수온이 많이 내려갈 때까지 이곳에 계속 머물면 '부캉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으로 반환된 2024년을 전후해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열풍이 분 적이 있다. 당시 '웅담 채취를 위해 수입돼 좁은 철창에 갇힌 사육 곰 수백 마리가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며 푸바오 열풍의 그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부캉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불법 포획·유통되는 고래들의 열악한 처지에 대한 더 많은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캉이' 열풍의 그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일이 없도록 말이다.

  

▲ 김덕련 기자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