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여의도 불꽃 축제 환호 뒤 밤섬의 눈물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 2026-09-07 16:12:04
유배지→조선업 중심지→폭파→생태계 보고…우여곡절 밤섬
'불꽃 축제, 밤섬 새들에게 치명적 피해 발생시켜' 지적 나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 연구를 바탕으로 불꽃 축제 재검토해야

밤섬은 서울 여의도 인근의 작은 섬이다. 고려시대에는 죄인의 유배지로 활용됐다. 조선이 건국되고 1394년 한양이 수도가 되면서 밤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 지난 5일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의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뉴시스]

 

조선 시대에 밤섬은 조선업 중심지였다. 목선을 만드는 기술자 상당수가 밤섬에 정착한 결과였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배들은 당시 경강으로 불린 한강의 수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라의 뽕밭'이라 불릴 만큼 뽕나무가 많은 섬이기도 했다. 누에치기를 장려하는 국가 정책 차원에서 1423년(세종 5년) 밤섬에 뽕나무 8280그루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밤섬 사람들은 배 만들기, 누에치기 외에도 약초 재배, 염소 방목 등의 일을 하며 삶을 이어갔다.

박정희 정권 때 모든 것이 바뀌었다. 1968년 2월 밤섬은 여의도 개발의 일환으로 폭파됐다. 서울시는 폭파된 밤섬의 토사와 석재를 여의도에 제방을 쌓는 데 활용했다. 밤섬 주민들(62가구 443명)은 강제 이주를 해야 했다.

원치 않은 실향민이 된 이들에게 섬 폭파와 이주는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밤섬 실향민 100여 명은 지난 6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 규명(피해 인정)을 신청했다. 58년 전 강제 이주의 폭력성과 인권 침해를 조사해달라는 취지다. 금융 중심지 여의도의 화려함 밑바탕에 밤섬 주민들의 눈물이 자리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긴 행보이기도 하다.

파괴됐던 밤섬은 역설적으로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폭파된 옛 섬터에 한강이 실어 나른 토사가 다시 쌓였고, 그 위로 풀과 나무가 자라면서 새와 동물들이 돌아왔다. 사람의 출입이 끊긴 사이, 사람이 무너뜨린 섬을 자연이 스스로 복원한 것이다.

 

1990년대 들어 도심 속 철새 도래지로 주목을 받았다. 밤섬은 1999년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다. 2012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며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에 따르면 오늘날 밤섬에서는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 새매 등을 포함해 약 40여 종, 1만여 마리의 새가 관찰된다.

근래 '새들의 천국' 밤섬에서 새들이 위기에 처했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적잖다.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지난 5일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이다.

서울시의회 노연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 축제로 인한 밤섬의 생태계 훼손 문제를 미래한강본부 측에 지적했다고 4일 밝혔다. 대규모 폭죽 발사에서 비롯된 극심한 소음이 새들에게 공포 반응과 충돌 사고, 서식지 영구 이탈 등 치명적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폭죽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유해 물질이 한강 수면과 밤섬 토양으로 유입되고, 행사 1회당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30년생 소나무 2300~6800그루가 1년간 흡수해야 하는 수준에 달한다는 지적도 했다.

불꽃 축제로 새들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여러 차례 제기됐다. 불꽃놀이가 새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외국의 연구 결과, 새를 보호하기 위해 불꽃놀이를 금지한 해외 사례, 불꽃놀이를 그보다 소음과 유해 물질이 적게 발생하는 레이저 쇼나 드론 쇼로 대체한 경우 등이 일부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그러나 경고는 환호 속에 묻혔다. 

 

사람들에게 한순간의 즐거움이 밤섬의 생명들에게는 생존을 뒤흔드는 충격일지 모른다. 불꽃은 몇 초 만에 사라지지만, 그 후유증은 밤섬 생태계에 오래도록 남는다. 그런데도 아무도 제대로 측정하지 않는다. 축제의 빛만 즐길 일인가. 그 뒤에 드리운 그늘도 살펴야 할 때다. 58년 전 개발에 밀려난 밤섬 주민들처럼, 오늘은 새와 숱한 생명들이 말없이 삶의 터전을 내주고 있는지 모른다.

  

▲ 김덕련 기자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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