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표 6억~12억 보유세 폭탄…32억 이상 초고가 급매물 '동결'
비거주 1주택 고령자 급매 쏟아지지만…"매수자는 관망"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주택 시장 전반에 변화의 움직임이 잡힌다.
서초·강남 등 초고가 지역에선 세 부담을 피하려는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사겠다는 매수자가 없어 거래가 뚝 끊겼다. 반면 세금 인상 부담이 없는 시세 30억 원 이하 아파트로는 매수세가 몰리며 '키맞추기' 현상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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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이상훈 선임기자] |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5일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호가보다 실거래가가 조금 낮게 형성됐는데, 최근에는 호가가 그대로 거래로 이어지는 건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17억 원에 나온 전용 59㎡(25평) 아파트가 2건이나 연속 계약됐다"고 말했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지역 시세가 30억 원선까지는 키를 맞추며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사 역시 "이 동네 아파트 시세가 15억~25억 원 정도인데,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며 "다주택자는 이미 지난 5월에 매도를 마쳤고, 실거주 1주택자들은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관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세제개편안에 따라 세금 변동 폭이 적거나 없는 시세 30억 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대거 쏠리고 있는 셈이다.
이번 개편안에서 실제 보유세 부담이 대폭 커지는 구간은 과세표준 6억 원 초과(시가 약 32억 원 초과)부터다. 과표 6억 원 이하 구간은 현행 세율(3억 원 이하 0.5%, 3억~6억 원 0.7%)이 그대로 유지된다.
과표 6억~12억 원 구간(시세 약 32억~46억 원 수준)의 세율은 현행 1.0%에서 2027년부터 1.3%로 상향 조정된다. 과표 12억 원 초과 구간은 2028년부터 보유 주택 수와 상관없이 다주택자 수준의 누진세율(2.0%~5.0%)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는 최소 2배에서 많게는 4배 이상 급증해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추산된다.
세 부담 가중으로 초고가 지역 매도자들은 처분을 원하고 있지만, 매수자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이다.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는 뚝 끊겼고 매도 문의만 간간이 있다"며 "급매로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특히 비거주 1주택 고령 보유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보유 세액공제 혜택 축소 등으로 세금이 치솟자 매도를 서두르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비거주 1주택 고령자분들의 세 부담이 급증하면서 마음이 급해진 분들이 많다"며 "잠원동 일대에 매물은 쏟아졌지만,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 보유자들은 세제개편안 발표 전부터 세무 상담을 미리 받아둔 경우가 많다"며 "예상대로 매물은 나오고 있지만 매수 문의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매수자 입장에서 세금 부담만 커진 상황이라 굳이 초고가 급매물을 잡을 이유가 사라졌다고 분석한다. 초고가를 지향하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세 부담을 피할 수 있는 '덜 똘똘한 한 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초고가 아파트 세금 부담이 워낙 무겁다 보니 부담이 적은 덜 똘똘한 한 채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며 "다주택자가 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실수요자들은 자신이 감당 가능한 선에서 최선의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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